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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25. 2020

창조적인 삶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매일을 축제처럼

 할머니는 삶의 물살에 무릎까지 담그고 그 물살에 언제나 깊은 관심을 쏟으며 견디셨다. 살아 있다는 것은 바른 정신을 갖는 것이고, 바른 정신을 갖는다는 것은 관심을 쏟는 것이라는 할머니의 교훈을 내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메론 저



 이 구절을 읽고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친해졌던 할머니가 생각났다. 내가 꼭 닮고 싶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자,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내게 축복인 사람. 할머니를 처음 만나게 된 건 학교에 있던 Host Family Program을 통해서였다. 할머니는 학교 직원으로부터 개를 입양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마침 Host Family를 찾는 학생이 있다고 소개를 받아서 나를 만나게 된 것이다.





 할머니는 첫 만남부터 범상치 않았다. 차로 꽤 떨어진 경치 좋은 야외로 피크닉을 가서 할머니가 직접 한 이탈리아 요리와 과일, 빵 등을 꺼내서 함께 먹었다. 챙겨온 식탁보를 깔고, 밥을 먹는 내내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우리는 식기며 머리카락을 잡으며 웃었다. 그러는 내내 이탈리아로 갔을 때 먹었던 그 이국적인 맛이 놀랍도록 맛있어서 놀랐다. 나는 내내 한식, 그중에서도 엄마가 한 요리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었다. 역시 세상은 넓고, 맛있는 음식은 많았다.






 할머니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요리책을 하나 사서, 새로운 요리를 하나씩 하고 그 페이지에 코멘트를 남기는 사람이었다. 나무로 된 오두막 느낌의 예쁜 집의 지하에는 김치를(물론 고춧가루가 든 김치는 아니고, 피클 같은 느낌의 상큼한 쿨김치였다. 내가 집에서 먹던 것과 꽤 비슷하다고 했더니 엄청나게 기뻐하셨다.) 포함한 가지각색의 식재료가 있었다. 오븐을 포함한 온갖 식기류는 말할 것도 없다. 함께 오렌지즙을 내서 마들렌을 만들기도 하고, 학교에 잠깐 나를 보러 올 때도 초콜릿칩쿠키를 구워서 건네주곤 했다. 한식을 해주고 싶어해서 김과 현미밥, 김치를 내어주면서 굉장히 뿌듯해했었는데.





 할머니는 스스로를 "work like a man"이라고 말할 만큼 엄청난 양의 일을 뚝딱 해치우곤 했는데, 분명 내가 처음 할머니 집을 간 어느 겨울날, 집 뒷마당은 별 다른 것 없이 휑 비어있었다. 그런데 여행을 아주 좋아하던 할머니는, 정원을 꾸미겠다고 이것저것 말했었는데, 나는 그 이후로 집에 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뭐가 바뀌어있었기 때문이다. 여름날이 되었을 때는 수확한 허브며 야채들로 함께 요리해 먹기까지 했으니.





 그러나 내게 놀라운 것은 그런 근면성실함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정원에 나무막대기 하나를 꽂아도 정성껏 색칠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으며, 풍향계나 허브명 팻말도 본인의 취향이 담긴 귀여운 인형으로 장식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과 주변 환경을 풍요롭게 만들 줄 알고,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조그만 여자애한테도 아낌없는 애정을 나누어주었던 사람. 나는 그런 면모를 닮고 싶었다.






 함께 정원을 가꾸고, 근처 목장이며 강가로 피크닉에 갔었던 추억을 떠올리면 정신없이 살다가도 행복해진다. 삶을 축복하는 방법을 알던 그 할머니처럼 살고 싶다고 늘 생각하면서. 현재의 저의 삶이 얼마나 그와 멀리 떨어져있는지 반성한다. 주변의 사람들과 아름다움에 충분한 관심을 쏟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책 <아티스트 웨이>는 모든 내용이 물론 좋지만, Chapter 2. [창조적인 삶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구절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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