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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Aug 06. 2020

창조적인 사람이 되는 이상한 방법, 일주일간 독서 끊기

<아티스트 웨이 :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 수행 기록

 <아티스트 웨이 :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줄리아 카메론 저)는 12주동안 매주 새로운 과제를 내준다. 주로 나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기억을 더듬거나 생전 안 해본 활동들을 할 수 있게 독려하는 과제들이다. 그중 가장 억에 남았던 것은 일주일간 책 안 읽는 과제였다. 음에는 책을 안 읽고 어떻게 창조력이 살아나서 글을 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자고로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는 거 아니겠냐고. 일주일간 활자 없이 생존할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마침 이도우 작가님의 <잠옷을 입으렴>에 막 빠져서 읽고 있던 참이라 더 그랬다. 그 일주일간 읽으면 완독을 할 수 있을 법했는데.




 그간의 경험들을 통해서 나는 "한국인이 쓴 한글로 된 종이책"을 일정 기간 이상 읽지 못하면 다른 것으로는 메우지 못할 공허감이 밀려올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과제는 나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핑계를 대며 슬쩍 넘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하지만 이 방법에 극심하게 반항했던 사람들이 일단 독서를 중단하기 시작한 다음에는 최대의 효과를 얻었다는 사실도 덧붙이고 싶다.




  이 문장이 내 발목을 잡아채서, 이번에도 책의 설득에 넘어갔다. "최대의 효과"라니. 그렇다면 "극심하게 반항하던" 나는 단 일주일의 투자로 미지의 효과를 얻어보기로 했다. 기나긴 인생길에서 고작 일주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리고 책을 안 읽은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깨닫게 되었다. 콘텐츠 소비량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던 나는, 그 많은 콘텐츠를 채 소화도 시키지 않고, 기록도 제대로 못한 채로 마구잡이로 읽어치우고 있던 중독자였다는 걸. 책을 완독하기가 무섭게 다음 책으로 넘어갔고, 심지어 좋은 책을 읽는 와중에는 이런 비슷하면서도 또 좋은 책은 뭐가 있을지 검색하느라 바빴다. 내가 아직 읽지 않은 보석같은 이야기들이 날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조급해지기도 했거니와, 나는 늘 어떤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있지 않으면 불안한 유형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책의 구절 구절들이 내 마음에 싹을 틔워 자라나게 된 생각의 숲이나, 동의할 수 없었던 부분들, 두고두고 내 마음이 새겨두어야 할 문장들이 나를 스쳐지나가도록 내버려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쉽지만 그때의 나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찾아 헤매느라 내 마음을 돌아볼 틈이 없이 바빴다. 





 일주일간 책 안 읽기를 무사히 수행한 후에(고행과도 같았다), 나는 책을 예전보다 천천히 읽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조금 더 천천히 읽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소화시킨다. 그리고 다음 책으로 넘어간다. 아직 독후감상을 충분히 쓰지 못했으면, 다음 책 읽기를 미루기도 한다. 내 안에 쓸 이야기가 차고 넘치는 동안, 난 늘 내 안의 쓰고 싶은 욕구를 외면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모든 이야기와 노래는 한 가슴에서 다른 가슴으로, 한 영혼에게서 다른 영혼에게로 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 삶을 말하고, 진실을 전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우리 자신은 각자 이야기이고 노래이다. 말하지 않은 이야기와 부르지 않은 노래는 우리 안에서 숨 막혀 하고, 따라서 우리 존재도 어두워진다. 자신의 이야기와 노래를 다른 가슴과 나눌 때 우리의 가슴도 자유로워진다. -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p467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는 세상 밖으로 넘쳐 흐를 수많은 우리만의 이야기가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쏟아져나오는 재미있는 컨텐츠, "딱 나를 위해 겨냥한듯한" 컨텐츠들이 많지만,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소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머물러 있는 이야기를 밖으로 쏟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독특한 과제 덕분에 한동안 중독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명상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바에 따르면, 중독은 삶의 방식이 한정되어 있을 때 일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때와 상황에 맞는 삶의 방식을 개발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10주차에 접어든 아티스트 웨이는 내 방식대로 삶을 풍요롭게 채워주도록 북돋아준 연습과정이었다. 나를 위한 휴식이고, 또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고. <아티스트 웨이> 내내 했던 이런저런 과제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앞으로도 소개해볼 계획이다. 나를 위해서, 또 혹여나 이 글에 들어와 아티스트 웨이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궁금증을 가질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는 우리에게 기분 좋은 느낌, 행복한 충만감을 즉각적으로 주는 행위에 몰두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의미있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삶에 뿌리내리기 위해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티스트 웨이>가 그 다른 이들에게도 그 습관의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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