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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Aug 10. 2020

아침에 일기를 쓰면 뭐가 달라질까?

<아티스트 웨이 :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 수행 기록

 2020년 6월 나는 아티스트 웨이(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을 시작하며, 매일 아침 일기를 쓰게 되었다. 일기쓰기가 과제였던 초등학생 때도 몰아서 쓰곤 했던 나는 두 달이 넘도록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서 일기를 쓰게 되었다. 아티스트 웨이는 이 아침 일기를 "모닝페이지"라고 부른다. 한국인에게 와닿지 않는 이 모닝페이지라는 별칭이 생소했으나, 여기에는 몇 가지 규칙까지 있었으니, 그 중 한 가지는 바로 8주간은 절대로 내가 쓴 일기를 들춰봐서는 안 된다는 것. 




지금까지 써온 모닝 페이지를 읽어라!




 그리고 마침내, 9주차가 되어 8주동안 썼던 일기를 읽는 과제가 부여되었다. 드디어! 싶은 마음에 두근두근하기보다는, 노션에 길다랗게 쌓인 내 일기들, 내 부끄럽고 가끔은 못생긴 속마음들을 보려니 좀 꺼려졌던 게 사실. 그래서 어느 하루를 아예 정해놓았다. 저녁밥을 든든히 먹고 심기일전하여 책상 앞에 앉았다. <아티스트 웨이>의 과제 중 몇몇개는 번거롭기는 해도 늘 즐거웠는데, 이번 것은 참 마음 잡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처음 내 모닝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했다. "이게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은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세 페이지의 글을 쓰는 것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거란 어떠한 기대도 없었다. 생산성을 매우 중시하는사람으로서 귀한 아침 시간을 떼어내어 아무 소용 없어보이는 끼적거리기를 한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그러나 내 인생에 여러 변화들을 이끌어냈고, 가장 좋은 건 나를 더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첫 한 달간의 모닝페이지는 나도 깜짝 놀랄만큼 우울과 분노로 차 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동안 쏟아내지 못했던 내 안의 화가 마침내 출구를 찾았던 것 같다. 그리고 <아티스트 웨이>가 시키는대로 새로운 모험과 활동들로 내 삶을 채워나가면서 모닝페이지 역시 조금씩 변해해가는 게 확연히 보였다. 더 내가 바꿀 수 없는 과거나 현재의 불만들에서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기대되는 내일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다.





 직장에서 눈치를 너무 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타고난 성향을 고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일기를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스스로의 마음을 갉아먹으면서까지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신경을 썼는지 알게 되어서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내 영혼이 말라붙을 때까지 나를 쉬게 하지 않고 얼마나 몰아붙여왔는지도. (관련해서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생존편>을 열심히 읽고 있다. 이 책이 나에게 도움을 주기를) <자기만의 방>에서 말한 것처럼, 몸의 긴장은 마음의 부조화로부터, 그리고 마음의 부조화는 자연스럽지 못하게 나를 억누르는 것으로부터 생겨난다. 나는 의식적으로, 보다 철저하게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너무 많이 긴장하고 있었다.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이전보다 숙면을 취하게 되었다는 것. 매일 아침 일기를 쓰면 몇 시에 잤는지, 몇 시에 일어났는지, 지난밤의 수면은 어땠고 무슨 꿈을 꿨었는지 기록하게 된다. 수면위생에도 자연히 신경을 쓰게 되었고, 잠을 못 잔 날은 이유가 무엇이었고, 다음날은 어떻게 해야 잘 잘수 있을지 일기에 남겼다.




 나의 수면습관과 더불어 깨달은 것은 바로 꿈. 내가 재미있는 꿈, 한 편의 소설로 나올법한 꿈들을 꾼다는 것도, 그 꿈들을 다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도 알았다. 남이 써놓은 것마냥 생소할 줄이야. 앞으로는 모닝페이지마다 꿈을 꼼꼼히 기록해야겠다고 오늘날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나는 내 꿈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만, 매일의 아침에는 내 마음에 쓸 말들이 넘칠듯 많아서 충분히 자세하게 기록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 글을 올리는 지금, 아침 일기를 쓰기 시작하고 10주가 지났다. 할 말이 내 마음에 충분히 쌓여있다는 느낌이 늘 있다. 오늘은 뭘 쓰지 고민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쓰는 시간을 즐기게 되면서, 그동안 기록하지 않고 흘러가버린 내 하루하루가 아까웠다. 그 시절의 내가 그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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