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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ul 26. 2020

이제 나를 위해 헤어져요

만화로 읽는 1호 가족법 전문 변호사의 이혼사건 다이어리

 <이제 나를 위해 헤어져요>라니. 제목부터 흥미를 끌었다. 누구나 어떤 순간에나, 나를 위해 헤어지고 싶은 인연, 만남, 일, 사건이 있을 것이다. 책을 펼쳐보니 글이 일부 있으나 만화로 구성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오랜 기간 현장에서 발로 뛰며 지켜본 사례와 교훈들이 듬뿍 들어있어서 망설임 없이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학부 때 들은 심리학 교양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생각났다. 국내에서 굉장히 저명한 부부상담 분야의 권위자와 일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교수님께서 이혼 위기에 닥친 가정이 이혼을 하느냐 마느냐에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다고 했다.(그때는 몰랐지만 얼마나 핵심을 꿰뚫는 질문인지!) 그러자 경제권을 쥐고 있는 사람의 의사결정이었다고 답하셨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데, 당시 지금보다도 현실을 몰랐던 내게는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직업인이 발로 뛰어 알게 된 현실감각, 그리고 그만이 할 수 있는 말이란 얼마나 매력적인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닌지, 요즘은 주니어 연차의 직업인들이 쓴 책들이 꽤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이 책은 생각보다 연차가 꽤 있는 변호사님이 쓴 책이어서, 이혼과 관련된 법률이며 시대상이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예전에는 얼마나 말도 안 되게 여성에게 불리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이혼 전문 분야에 애정과 열정이 있는 변호사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서 좋았고.





 이 책이 가진 수많은 매력 중 하나는 이렇게 실제로 유용한 정보의 제공이었다. 학부 때 법에 관한 교양수업을 한 번 들었으나, 완전히 휘발되어 버리고 법에 문외한이 된 지금, 법을 안다는 것이 실제 생활에 얼마나 유용하고 값지게 쓰일 수 있는지, 반면에 모른다는 이유로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그대로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이렇게 만화로, 또 쉬운 말로 편하게 풀어낸 법 관련 책은 꾸준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외에도 반려견도 이혼 후 면접교섭을 요청했던 사례나 배우자의 휴대폰 잠금장치를 풀고 취득한 증거를 쓸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들이 들어있다. 꼭 이혼이나 결혼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이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판례나 법감정은 어떠한지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사람냄새가 나서 좋았다. 가족에 대한 사연이 없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책에 나오는 사람 한 명 한명이 처한 상황과 그간 쌓여온 역사, 겪어왔을 고통과 고민들. 그 사연들 하나하나가 마음이 아프기도, 답답하기도, 화가나기도 했다. 그러나 만화형식으로 그려져서, 하나도 안 웃긴 일화를 보며 웃게 되고, 사람도 마냥 미워할 수는 없게 되었던 것 같다.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아니면 아는 사람이 해주는 재미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오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 무거운 책은 읽기에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가볍게 꺼내어 후루룩 다 완독한 책. 언제나 흥미로운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법과 관련하여 이렇게 풍요롭게, 또 다채롭게 읽을 수 있게 되어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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