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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Sep 12. 2020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를 보고

인류의 코 앞으로 다가온 미래를 말하는 드라마

 처음 1화를 20분 정도 보고 꺼버렸다. 별 재미를 못 느끼기도 했고, 원래가 굉장히 "소리가 큰" 영상을 보지 못한다. 그래도 요즘 이런 미니시리즈에 빠졌기 때문에, 또 워낙에 수많은 사람들의 극찬을 받은 작품인 만큼 믿고 다시 처음부터 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이 드라마를 쭉 달리며 알게 된 것은, 이 드라마는 꽤나 집중을 요하는 작품이라는 것.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주위에 방해자가 있다면,(바로 나처럼) 이 드라마의 진가를 몰라보게 될 것이다.






 6부작만에 순식간에 2019년부터 2034년으로 치닫는 이 드라마는, 시청자로 하여금 완결까지 달리게 만드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건 작품이 뛰어나고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류가 현재 어디로 가고 있으며, 그래서 다다르는 미래상이 어떻게 될지 너무도 궁금하게 만드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얼마나 현실적이고 또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고 있는가는 드라마를 보는 각자가 판단한 일이지만 드라마를 보며 강하게 느낀 것은, 이것은 "영국 버전의 미래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2019년 방영작이므로 2020년부터 제작에 들어갔다면 어떻게 바뀌었을지 너무도 궁금하지만(코로나19로 촬영이 무기한 연기되었을 수도 있겠다). 이 드라마에서 영국은 UN에 남고, 그리스가 그렉시트를 했던 것 같다. 미국이, 또 한국이 만들었으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몹시 궁금하다. 미국이었다면 세계의 경찰인 듯 비장한 자부심이 한 스푼, 한국이라면 빠지면 섭섭한 로맨스와 특유의 감성이 한 스푼 들어가지 않았을까.




 


 지금 시점에서 이 드라마를 보니, 어쩌면 이 모든 혼란스러운 변화들이 실제 세계에서는 더 가속화된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어떤 식으로 흘러가든 앞으로 정치, 환경, 전염병은 우리 일상에 지금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지만, 내가 가장 무서운 건 온 세상에 만연한 혐오이다. 길을 걷다가도 발에 걸려 넘어질 것처럼 어디에나 있는 이 혐오에서 자유롭기가 너무도 어려워졌다.





 이 드라마가 좋았던 것도 그런 점이다. 보는 나도 지치고 말 정도로 난민의 문제를 가족의 일로 편입시켜 효과적으로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 속 설정의 일부분은 현실성이 없거나 족히 100년은 더 걸려야 할 것 같은 미래의 이야기처럼 보여서 오히려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여성이나 인종을 다루는 방식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럼에도 요즘 같은 때에 특히 더 볼만한, 잘 만들어진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결국에는 증조할머니를 비롯한 대가족 중심으로 전개되는 만큼, 미래에도 변치않고 더 붙잡아야만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메세지를 전해주는 것 같기도.





 이 드라마를 다 본 후에 이렇게 흡입력이 강한 작품이 뭐가 있을까 고심하며 열심히 찾다가 <뉴스룸>을, 그 다음에는 <상견니>를 봤다. 이만큼 재미있는 작품들을 다시 못 만날 것 같아서 보는 내내 행복하기도, 안타깝고 속상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일주일에 적어도 한 편씩은 보던 영화를 안 보고 드라마를 보게 시작했는데, 하나씩 정주행해나가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금쪽같은 OST를 얻어가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요즘은 내 출퇴근길에 함께하는 <상견니> OST가 있어서, 내 일상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되었다. 음악이 사람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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