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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Aug 28. 2020

<동화 쓰는 법>을 읽고

이야기를 짓는 마음이란

 이현 작가님이 쓴 <동화 쓰는 법>을 읽었다. 같은 출판사(유유)의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을 읽고 이렇게 얇으면서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정수만을 담은 책이 읽고 싶었다. 물론, 그것이 이 책을 읽게 된 유일한 동기는 아니였다. 나는 늘 이야기를 짓고 싶었기 때문에 그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을 읽고 싶었고, <동화 쓰는 법>은 그런 책들 중 하나였다. 





 이 책의 부제는 "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이다. 이야기의 스텝을 밟는다라, 이야기를 구성하는 과정에 대한 뜻일지 처음에는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이제는 알겠다. 하나의 이야기를 짓는 일이 하나의 산을 넘는 법과 비슷하다는 걸. 그것은 무엇보다도 방대한 사전조사와 끝없는 퇴고를 거쳐야 하는, 노동과도 같은 일이었다.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이런 엄청난 노동을 할 수 있을까 문득 두려웠지긴 했지만, 이야기 짓는 일에 더욱 이끌리게 해준 것은 작가님이 동화를 대하는 마음가짐 덕택도 일부분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숭고하게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의 태도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고 다시금 믿게 된 책.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 독자(마음껏 귀여워하면 실례일까?)들과 동화라는 특별한 장르에 대하여 새롭게 생각해보았다. 나는 어떤 어린이 독자였나, 생각해보면 홀로 좋아하는 이야기의 세계 속에 푹 빠져있을 때 가장 안전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독자였다. 꼭 행복한 결말을 맺기를 간절히 바라지는 않았지만, 어린이가 주인공일 때는 심하게 이입하는 경향이 있어 사랑받고 보호받기를 마음이 조마조마하며 지켜봤었다. 내 친구는 열린 결말이나 슬픈 결말은 절대로, 절대로 싫어하는 어린이 독자였다. 내 사촌언니가 만화책을 유난히 좋아하는 어린이 독자였고. 






 도서관 사서로부터 나이에 맞는 책을 읽으라고 주의받은 적이 있던 나는 영상물과는 달리 독자 연령에 따라 읽어야 할 책과 읽지 말아야 할 책이 정해져있는 건 아니라고 믿는다. 어린이 독자에게 부적절한 책이 어른 독자에게는 적절할까? 다만, 독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에 따라 더 적절한 책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그리고 독자의 삶의 여정에서 가장 적절하고 필요한 때에 선물 같은 책을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고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제목이 동화를 쓰는 법이고 책의 상당 부분이 동화라는 장르를 특정하여 서술되어 있지만, 동화가 아닌 어떤 이야기 장르에도 적용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어떻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주의해야 하는 것, 이를테면 어린이 독자라는 방대한 독자층을 무작정 대상 독자로 상정한다거나 예쁜 이야기를 담기 위하여 진실을 외면하는 일 등은 무슨 책을 쓰든지 주의해야 하니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것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1. 이야기를 짓는 일은 고상한 예술이라기보다는 고단한 노동과 같다.(그리고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노동이다.)

 2. 좋은 이야기는 삶의 진실을 일부 담고 있다.

 3. 그리고 좋은 이야기는 작가의 마음가짐, 그리고 아깝지 않게 들인 시간에서 나온다.

 4. 이야기를 짓기 위해서는 아주 구체적이고 특정한 독자를 상정해야 한다.

 5. 세상에는 참 좋은 동화가 많구나. 나도 동화를 읽고 싶다.


 



 조만간 소설가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책이나 이야기를 짓는 법에 대한 책을 또 읽을 작정이다. 세상에는 읽을 책이 너무 많고, 인생은 짧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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