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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Oct 01. 2020

미드 <뉴스룸>을 보고

열심히 일하는 드라마를 보고 싶다면

 드라마를 통해서 다른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관찰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요즘은 <유퀴즈 온 더 블록>을 통해서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이란 참 매력적이다. 그리고 일은, 우리 인생에서 너무 중요하다. 어떻게 일과 삶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 말이야 쉽지, 퇴근 후에도 온통 일 생각으로 번잡한 마음을 달랠 길 없는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워라밸을 중시한다고 해도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조금 더 무리해서 일에 힘을 쏟게 되는 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내가 <뉴스룸>에서 좋아하는 장면도 회사 사람들끼리 성대한 파티를 하다가 급한 이슈가 생겨서 삼삼오오 모여서 모조리 회사로 복귀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정신없이 자신이 할 일에 착수하고, 협력하여 결과를 낸다. 실제로 내 일이었다면? 끔찍 그 자체다. 그런데 나도 뉴스룰 전하는 저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면, 어쩐지 기쁘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착각이 이 드라마를 몰입하게 만든다.






 실은  <뉴스룸>을 보기 전까지 뉴스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전에도 <스포트라이트>, <더 포스트>, <밤쉘> 등 언론에 대한 영화는 인상깊게 보았지만 그건 주로 특종에 대한 이야기였지 뉴스를 만드는 사람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였다. 시청률과 진정성 사이에서의 무게중심 잡기, 대중의 환심을 사는 것이나 경쟁사보다 일찍 속보를 전하는 것, SNS와 언론의 차이 등등 오늘날 뉴스란 무엇이고 뉴스를 만드는 사람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총체적으로 잘 다룬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나이 지긋한 남자이므로(실은 그의 찌푸린 얼굴이 큰 장벽이었다)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할까 말까 고민하느라 열심히 검색을 할 때 이미 알아낸 사실, 시즌 1이 가장 재미있고, 시즌 3 마지막 화로 유종의 미를 제대로 장식한단다. 정말 그랬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아쉬운 점 또한 짚고 넘어가야겠다. 바로 여성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에 관해서이다. 아론 소킨은 너무나 뛰어난 제작자이지만 적어도 이 대본을 작성할 당시에 그가 가지고 있던 여성관에 대하여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맥켄지 헤일리는 새로운 뉴스를 제작하기 위하여 PD로서 영입 제안을 받지만 진실된 이유는 주인공인 윌 맥어보이가 "그녀에 대한 감정을 아직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 주인공을 변화시킬 수 있는 패이므로 기용된 것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건, 맥켄지가 본인의 능력을 어떻게 본격적으로 활용하며 기존의 뉴스를 바꿔가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종종 심한 히스테리를 부리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따라서 우습게 묘사된다. 그러나 실제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여 동료 등 다수의 사람들에게 소리지르고 폭언을 일삼는 것은 주인공 윌 맥어보이를 비롯한 남성들이다. 






 맥켄지 헤일리뿐이 아니다. 굉장히 똑똑한 경제 전문가인 슬로언은 다른 모든 영역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지하다. 매기 조던 역시 러브라인 한복판에서 시청자들의 욕 먹을 갖은 일을 떠맡았다. 실제로 중요하고 진지하고 현명한 역할은 모조리 남성들의 차지였다. 맥켄지가 진실을 꿰뚫어보지 못할 때 요주의 인물과 눈빛을 교환하고 따로 불러내어 지혜를 발휘하는 것도 남성의 역할이다. 그 반대로 가장 끔찍한 실수와 부적절한 언행은 여성 캐릭터가 떠안았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망쳐버리고 대부분의 시청자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여 온 욕을 다 먹는 것도 여성의 몫이 되었다. 그것을 수습하고 제법 현명하게 위로하까지 하는 것은 당연히 남성의 몫이 되었고.






 이 드라마가 가진 너무 큰 단점(여성혐오)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잘 만든 작품임을 부정할 수 없으며, 나도 보는 내내 너무 즐거웠기에 꼭 이와 같은 드라마를 찾고 있다. <뉴스룸> 매력을 말하자면, 1. (주로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드라마다. 2. 뉴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 3. 실제 일어난 사건을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지식을 얻는 재미가 있다. 4. 뉴스제작자의 일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5. 성장하는 인물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다.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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