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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Oct 01. 2020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놀라 홈즈>를 보고

셜록 말고 에놀라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에놀라 홈즈>가 공개되는 날 퇴근하자마자 달려가서 보기 시작했다. 사정상 이틀에 나눠서 봤지만, 보는 내내 <기묘한 이야기>의 아이가 이렇게 커서 20대를 연기하고 제작도 참여했다니 감격스럽기도(어렸을 때부터 지켜본 정이 무서운 걸 이렇게 느낀다) 사랑스럽기도. 앞으로도 남은 시간이 많은 만큼 더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겨주기를 바랄 뿐.





 에놀라가 자꾸 나를 보고 말하는 건 금방 적응이 됐다. 넷플릭스에서 그동안 볼만한 작품이 없어서 안타깝던 차에 이런 작품이 들어오다니.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페미니즘이 제대로 녹아있는 작품임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어린 아이들은 이런 작품을 보고 자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셜록이 아닌 에놀라를 사랑하면서 여자아이들이 자라기를. 지금 2, 30대의 여성들의 어린시절에도 지금과 같이 여성주의적인 작품과 롤모델들이 많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기도 하다. 그랬다면 어쩌면 다른 목적지를 두고 자라났을 테고,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우리였을 수 있겠지.





 

 나에게도 딸이 있다면 유도리아와 같은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무엇이 되도록 교육시키기 보다 먼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감싸안기보다는 자기의 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사람. 무엇보다 아이의 특별함을 믿고 그에 부합하는 성인으로 자라나도록 교육하는 사람.

 에놀라가 자신보다 덩치가 너무 큰 남성과 싸우는 장면이 좋았다. 주짓수와 뜨개질 중에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무엇이 더 필요한 능력이겠는가.




 

 우리는 그동안 특별한 남자아이를 너무 많이 보며 자랐다. 이제는 정말이지 지겨울 정도다. 천재적이고 감정에 서툰 그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대리 감정노동을 해야 했는가? 그래서 유도리아가 셜록이 아닌 에놀라를 정말 특별한 아이라고 믿고 온 애정을 쏟았다는 점이 좋았다. 남자아이가 아빠를, 혹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여자아이(정확히는 young lady)가 엄마를 찾으러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이며, 그 과정에서 본인의 길을 찾게 된다는 점에서 더 좋았고. 


 




 딱 귀여울 정도로 로맨스가 들어가있고, 무엇보다 엔딩에서 에놀라가 씩씩하게 혼자 걸어가게 되어서 좋았다. 그러나 유도리아가 말했듯이 그는 혼자이면서 동시에 혼자가 아니다. 늘 유도리아가 함께일 것이고, 또 이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그가 걷는 길을 응원할 테니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길을 가면서.

 후속편이 10개 정도는 나왔으면 좋겠다. 내 욕심같아서는 에놀라가 지금 자기만한 딸이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후속편이 나와야 할 갓 같다. 꿈은 이루어지니까 일단 꿈을 크게 꿔보는 걸로.




My life is my own.

And our future is up to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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