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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Sep 20. 2020

예민한 사람들의 생존법을 기르기 위한 처방약

책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생존편>을 읽고

 책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를 크게 공감하며 읽고는 곧 생존편을 읽겠다고 다짐했었다. 그게 몇 년 전이더라. 당시에는 출간이 안 되었었는지 생존편도 본 편과 크게 다를 것 없다고 생각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계획했던 것보다 너무 늦게 읽기 시작했는데, 그게 딱 이 책을 읽기에 알맞은 시기였다. 바로 요즘같이 생각이 너무 많고 예민한 사람들이 숨 쉴 틈이 더 많이 생긴 시기.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모든 동거인들이 외출을 줄이면서 더 심적으로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류시화 시인의 책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를 읽고 있다. 이 책의 서두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영혼의 샘을 채우기 위해서 우리는 때때로 자기만의 '퀘렌시아'로 들어가야 한다고. 누구나 그렇겠지만, 남들보다 예민한 사람들이라면 이런 퀘렌시아를 유별나게 챙겨야 한다. 자기만의 생존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하고, 삶의 항로에서 계속해서 부딪히며 스스로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 단지 시들어버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내게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생존편>은 나만의 퀘렌시아를 존중하여 적극적으로 찾고 개발할 것을 독려하는 책이었다.  






 실은 내가 이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도 내 영혼의 샘이 다 말라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퇴사는 내게 생존의 문제였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빵이 아니라 장미도 함께 필요하니까. 이걸 이해해줄 아량이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직장에 많지 않았다. 우리집이 그랬듯이 이런 문제로 부딪히는 가족은 더 많을 것 같다. 타인의 예민하게 발달한 감각체계와 사고과정을 이해하는 건 보이지 않기에 더 받아들이기 어렵고, 때로는 너무 괴로운 작업일 것 같다. 






 그 작업을 바로 이 책이 도와줄 수 있다. 사회와 주변 사람들,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 가로막힌 채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다그치며 괴로워하는 예민한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내면의 빛을 믿으라는 충고를 여러차례 건넨다. 책을 읽는 내내 심리조종자와 금전 문제에 대한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는 꼭 나와 내 인생을 샅샅이 아는 사람이 직접적으로 건네는 말인 것처럼 느껴졌다. 정확히 나의 특성과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일, 직장 내 인간관계, 그리고 영성에 대한 부분이었다. 





1. 예민한 사람들의 일과 영혼

 예민한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예술? 아니면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모든 직업?

 이 책이 일에 많은 분량을 할애해주어서 좋았다. 그 덕에 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언을 모두 해준다고 느꼈다.

 나는 늘 예민한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많은 사람들과 한 사무실에서 하루에 1/3을 보낼 수 있는지, 나만 이 모든 소음과 에너지와 경직된 자세에 고통스러운지 궁금했다. 그리고 언제나 생각한다. 나같은 사람은 조직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나의 몸과 정신건강에도, 조직에도 민폐라고.

 요즘 나는 정시 퇴근을 한 뒤 일본드라마 <저, 정시에 퇴근하겠습니다>를 보고 있다. 일이란 건 뭘까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는 분명 아니니까. 그렇다고 일을 통해서 내 자아를 실현하는 건 너무 순진한 소리일지 늘 고민한다. 안정성과 내면의 욕망을 저울질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정의내릴 수 없는 이 일이라는 것을 내 인생의 어느 위치에 놓을지는 끊임없이 고심하고 조정해나가야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 책이 예민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일은 복잡한 사유를 요구하는 일, 그리고 스스로 의미부여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늘 느낀대로,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로 일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여러분의 직업이 자아실현에 부응하려면 몇 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내가 계획하는 일이 실현 가능하되 특정한 태도를 요구하는 도전 과제라야 한다. 다음으로, 내가 내 행동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내가 확실히 집중할 수 있는 일이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겨냥하는 목표가 분명하고 내가 하는 만큼 결과가 보여야 한다. 이 세상에 쓸모 있는 일을 한다는 느낌이 들면서 내 수준에도 잘 맞아야 한다.





2. 예민한 사람들이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예민한 사람들은 내가 그랬듯 필연적으로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와 다른 사람들과 지내는 법을 점차 터득하겠지만, 처음에 받을 온갖 오해와 겪게 될 혼란은 아마도 모두들 나와 똑같거나 적어도 비슷할 것이라는 오판 때문일 것이다. 예민한 사람들이 소수일 것이고, 설령 소수가 아니어도 분명 다수는 아닐 것이므로 본인의 사고체계가 독특하다는 걸 일찍 깨우치고 받아들이는 편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안전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전직장에서 나를 미워했던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무런 악의가 없던 나에게 왜 그렇게까지 날을 세웠는지, 왜 인간이 하늘 아래 평등한데 날 꼭 발 밑으로 찍어누르고 조종하고 싶어했는지. 그런 사람들의 사고법과 내가 힘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값어치를 톡톡히 했다.

 참, 예민한 사람들이 직장생활을 하며 미움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쪽같아서, 사회의 암묵적 규칙을 이해하지 못해서, 복합적인 사유에는 위계가 없으므로 등등.





3. 영성에 깊숙히 파고들 것

 이 책이 몹시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이전 책에서도 그랬듯 영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볼 수도 없고 증명할 수도 없는 세계를 믿고 그에 따라 사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내면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일이기도 하고.

 영혼이나 사명같은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나는 썩 좋았다. 내가 늘 목말라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요즘은 자기 전에 시집 <기탄잘리>를 조금씩 읽고 있는데, 마음이 편안해지고 숙면을 취하는 데도 아주 도움이 된다. 

 저자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자 가장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아마도 스스로의 영혼에 귀기울이고 존중하라는 것 이라고 느꼈다. 슬프게도 예민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시달리는 자아 결핍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또 경고했던 대로 "그림자" 인생을 살거나 심지어 성공까지 해버리는(!)일을 막기 위하여.

 저자는 <리얼리티 트랜서핑>라는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기도 한다.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아서 언젠가는 읽어보려고 계획만 하고 있다.







 예민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애정하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는 걸 발췌한 다음 구절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크리스텔 프티콜랭의 팬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예민한 사람들을 치켜세워줘셔 다소 민망하고 거부감이 일긴 하나, 내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생존법을 알려주는 책들을 연달아 펴내는 이 사람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저자의 다음 책으로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를 읽을 계획이다. 아직은 내게 이 책이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 민감하고 연약한 감각 체계를 잘 돌보세요. 
– 남들의 말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적당히 거리를 두세요. 
– 자존감을 강화해 내면의 오뚝이가 쓰러지지 않게 하세요.
– 본연의 자기 모습을 기억하세요. 
– 자신의 남다른 두뇌 구조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관습을 이해하세요.

이러한 기반 위에서 인생 계획을 세우세요. 건강하면서도 열정적인 연애, 인생의 사명과도 같은 일을 반드시 인생 계획에 넣고요. 이 내용은 각별히 강조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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