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정은 Sep 26. 2020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하는 그대에게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요즘 늘 읽어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었던 책들을 하나씩 읽어나가고 있다. 임무를 하나씩 완료하는 묘한 쾌감이 있달까. 이번에 고른 책은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썼던 열 통의 편지를 묶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무엇보다 얇고, 10개로 나뉘어져있다 보니 시간이 될 때마다 조금씩 읽기 좋았다. 





 나는 자기 전 안마를 받으면서 아주 적은 분량씩을 읽었는데도 일주일 내로 다 읽었던 것 같다. 여러가지 번역본을 비교해본 후에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펴냈고 김재혁 교수님이 옮긴 책으로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쉽지 않았던 몇몇 구절들이 있었는데, 번역서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이거나 내가 아직 이해할만 큼의 견록이 쌓이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읽는 내내 카푸스 씨에게 얼마나 따뜻하고 진심을 다해서 위로를 건네는지 느껴져서 마음이 차분히 안정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시가 생각났다.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시구가 반복되던 시였는데 카푸스가 겪고 있던 고통과 혼돈을 모두 겪어봤고 겪어본 자가 진심을 다해서 건네는 위로와 조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젊은 날들에 모두가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내용들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충분히 재능이 있는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은 이 직업을 계속 유지해도 될지, 이 고독을 떨치는 방법이 있는지, 사랑을 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 내적인 삶과 외적인 삶을 조화시키는 과제, 과거에 대한 회한 등등.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 모두의 삶은 꽤나 닮아있는 것 같기도.





 정말 좋아서 마음 한구석에 간직해놓고 때때로 펼쳐보게 될 구절들도 있고, 예상치 못했기에 더 좋았던 구절들도 있다. 일상의 풍요로움에 충분히 감탄할 것과 직업과 관련한 매우 현실적인 조언, 내면의 고독으로 들어갈 것을 권하는 내용들. 참 신기하게도 요즘 류시화 시인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를 읽고 있는데, 이 책과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닮아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어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다음의 구절이다.





당신은 참으로 젊습니다. 당신은 모든 시작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당신에게 이런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당신의 가슴속에 풀리지 않는 채로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인내심을 갖고 대하라는 것과 그 문제들 자체를 굳게 닫힌 방이나 지극히 낯선 말로 적힌 책처럼 사랑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생략) 이제부터 자신의 궁금한 문제들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십시오. 그러면 먼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해답 속에 들어와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요즘들어 계속 이렇게 충분힌 위로와 휴식을 주는 책을 찾게 된다. 나는 직장생활 밖의 내가 충분히 커야 건강하게 오래 일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인데, 최근에 생긴 일련의 변화들 때문에 퇴근 후에도 일 생각을 멈추기가 어렵고 마음에 여유를 갖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책들과 함께가 아니었다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만약에 본인이 시인도 예술가 아니고, 그래서 언젠가 한 번은 읽어보고 싶었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것이 도움이 될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분명 바쁜 일상 속에서 잃어버렸거나 생각채 못했던 무언가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예민한 사람들의 생존법을 기르기 위한 처방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