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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Sep 30. 2020

자연이 주는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책 <야생의 위로>를 읽고

당신의 삶에 자연이 결핍되지 않게 하라.





 요즘 내 산책의 질을 현격하게 높여준 고마운 책이 여기 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삽화와 문장들을 읽어내리면서 나도 저자와 함께 위로받는 기분이 들면서 자연이 못견디게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갑갑하고 우울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지면 좋겠다. 자연은 우리의 뿌리이고 돌아갈 곳이며, 삶의 밑바탕이니까 가장 힘들 때 약이 된다는 건 너무 당연한 데도 참 많이 잊고 지낸다.





 책을 읽는 내내 꼭 호프 자런의 <랩걸>을 읽었을 때와 같은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가 마음의 가장 어둡고 쓸쓸한 곳, 인생에서 가장 바닥에 있을 때의 심정에 대해서 말해줄 때의 그 해방감,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 이 책이 무엇보다 좋았던 이유는 책 속에 나온 다음의 구절이 정확하게 말해준다.





나는 각자의 어둠을 다스리는 법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렇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어둠을 다스리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어둠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작년 말까지만해도 주말이 되면 꼭 서울을 갔다. 경기도인으로서 한적한 도시 안에서만 지내기에는 주말이 너무 심심하고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러기도 어려워진 지금은 주말이면 마스크를 쓰고 인적이 드문 공원이나 수풀 길 속에서 마음껏 초록을 감상한다. 팍팍한 삶에 생기를 가득 불어넣으려고.





 나는 늘 혼자서 바쁘게 이곳저곳 쏘다니느라 기약만 하던 산책을 엄마아빠와 여러 번 하게 됐다. 며칠 전에는 엄마와 강변을 거닐다가 발견한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새하얗고 목이 긴 새를 엄마는 친근하게 소개시켜줬다. 쟤는 두루미야, 하고. 꼭 친구 대하듯 말하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너는 뭘 그렇게 한없이 기다리다가 목이 길어졌을까 생각하다가 우리가 살면서 겪어야 하는 수많은 기다림의 나날들이 속속 기억났다. 지금 우리가 일상으로의 복귀를 간절히 희망하듯.






 마르셀 프루스트는 친구와 산책을 하다가도 장미를 보려고 멈춰서서는 몇 시간이고 들여다보곤 했다고 한다. 바쁜 일상을 사느라 존재도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쳐버리고 마는 모든 꽃 한 송이 한 송이는 그런 애정과 감탄을 받아 마땅하다. <야생의 위로>를 읽고 나서는 나도 출퇴근길이든 집에서든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자연에 눈길을 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정원이나 들판, 숲을 산책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자연의 약상자에 손을 집어넣는 것과 같다.





 어렸을 때는 우리나라의 들과 산, 바다는 별로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딱 한 번 가봤던 외국의 화이트비치나 스위스의 그림같은 풍경을 동경했었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에 이끌리는 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것은 자연을 좀 더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인생이 한없이 힘들게 느껴지고 찐득거리는 고통의 덩어리에 두들겨 맞아 슬퍼지는 날이면, 초목이 무성한 장소와 그 안의 새 한 마리가 기분을 바꿔주고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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