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설렘 가득한 이야기
잠들기 전에 들었던 동화 속 이야기도, 무거운 눈꺼풀을 올려주던 만화와 노래도 훌쩍 커버린 나의 기억에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끝내 이겨내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는 책장을 덮은 후에도 여전히 반짝거림을 잃지 않는 것처럼 말이에요. 시련과 도전 그리고 성장을 담은 이야기는 식지 않는 따스함으로 마음 한편을 차지하고 있기에 가끔은 오래된 기억함에서 재생되기도 합니다.
나와 당신도 어느 이야기 속을 살아가고 있겠지요?
우리의 이야기는 동화나 만화처럼 매일이 즐겁고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어디선가 해피엔딩을 맞이한 주인공처럼 나도 어느 이야기의 주인공일 거라 생각했지만 반복되는 실패에 실망하고 용기를 잃어갈 뿐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와 다르게 현실은 공주님과 왕자님도, 주인공을 도와주는 요정도, 마법도 없이 악당보다 더 무서운 일상과 싸우는 일입니다.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사람 사이의 관계나 물질처럼 필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남보다 더 잘되고 싶은 마음보단 평범하게 살고 싶은 바람일 뿐인데 어쩌면 그것도 너무 큰 것을 바라고 있는지 모릅니다. 오랫동안 끌어안고 있던 꿈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고 몇 년간 준비해 온 취업은 단번에 성공하는 법이 없습니다. 때로는 열 번의 탈락과 실패 끝에 가느다란 물줄기 같은 달콤함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낯선 번호로 온 전화와 문자를 통해 받은 인턴 합격 통지에 허공을 가르며 소리 죽여 기뻐하던 어느 해 봄날의 오후를 기억합니다. 출근을 하는 일이 즐겁지는 않아도 월급과 뿌듯함을 생각하면 다닐만했고 함께하는 사람 간의 관계도 안정되어 가며 정직원의 이야기가 오가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내 이야기에도 따스함이 베어 드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내심 이렇게 해피엔딩을 맞이하길 바랐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이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결국 나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새로운 챕터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어디쯤을 지나서 어디로 가는 걸까요?
문득 그동안 쉽게 읽어온 책 속의 내용이 단편적으로 보이는 일부분임을 알았습니다. 몇 문장 또는 몇 장으로 보았던 주인공의 어려움도 이겨가는 과정도 몇 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보고 들은 내용으로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흘려왔을 땀과 눈물을 짐작할 수 있을 뿐, 그 양과 깊이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는지 모릅니다. 이제야 ‘공감은 아는 만큼 할 수 있다’는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싸워가고 있을 주인공의 무게와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며 ‘모든 것이 잘 될 거야’라는 가벼운 위로의 말도 어렵습니다. 해피엔딩으로 가기까지 겪게 될 고난과 어려움은 각자가 견디고 이겨내야 할 몫이겠지요. 그 고생을 온전히 알 수 없기에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다 잘될 거라고, 꽃길만 펼쳐질 거라고 산뜻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프고 힘든 일도 있겠지만 분명, 하루를 지나오는 사이사이에 있는 기쁨과 즐거움을 만날 것입니다. 모든 시간은 반드시 지나갑니다. 영원하길 바라는 순간도 아쉽지만 지나가버리는 것처럼 말이에요. 행복한 결말만을 기대하며 숨차게 달리기보단 매일 조금씩 행복함을 느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느새 장르가 바뀌어도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