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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Apr 18. 2022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하루를 견뎌준 나에게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바닥과 닿은 몸이 자꾸 무겁게 가라앉는 기분이야.
서있기도,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 자꾸 눕고 싶다.


 힘껏 달리다 보면 숨이 가빠오고 온몸이 무거워서 더 이상 달리기 힘든 순간이 온다. 일상에서도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호흡이 가빠지는 날이 올 때가 있다. 때론 숨차게 달리지 않으면 밟고 있는 땅이 자꾸 가라앉는 날도 있고, 어떤 날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운동장 위를 달리는 경기와는 다르게 우리는 코스가 정해지지 않은 곳에서 각자의 길을 찾고 선택하며 달려간다.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서 눈앞에서 달리는 사람을 따라가다 보니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숨이 차다고 멈춰 서거나 자꾸 넘어지는 나에게 화가 난다. 앞선 사람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있는데 나는 어딘가에 걸려 넘어진 채 따라주지 못하는 다리를 원망할 뿐이다. 쫓을 수없는 목표를 놓치고 자책과 부정적인 감정으로 한없이 가라앉고 있다.


 가라앉다 보면 언젠가는 바닥을 짚고 올라갈 수 있는 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중력에 저항 없이 몸을 맡겼지만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닿지 않는다. 어쩌면 감정의 바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지금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의 감정에 속지 않고 빠져나오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감정과 생각에 대한 고민들은 명확한 답을 도출하기 어렵기에 여전히 나와의 대치는 계속되고 있다.)


감정은 영원하지 않다.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은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찰나의 순간'으로써 지나간다. 견디지 못할 것 같은 힘든 순간도 지나간다. 시간이 지나며 지나갈 감정 속에서 '내가 해야 할 것은 나를 지키는 일'이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겠지만, 경험이 쌓이면 이길 수 있다. 그러니 이번에 좀 졌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자, 다음엔 이겨낼 수 있으니까.


한 걸음 떨어지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타인의 상황을 들었을 때, 스스로 보지 못하는 해결책을 발견해주기도 한다. 나의 것일 때는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것도 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간단한 일로 여길 수 있다. 현상황에서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기 위해서는 달아오른 감정을 조금 식혀야 한다. 30분 정도의 짧은 낮잠, 가벼운 산책, 차 한잔 마시기, 드라이브,... 무엇이든 좋으니 가벼운 환기가 필요하다.


복잡한 생각은 글로 정리하면 의외로 간단하다.

 매번 비슷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느낀다면 반복되는 패턴에 지치고 이겨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해보기도 전에 겁이 나고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피하고 싶다. 그럴 땐 상황과 감정에 대한 것들을 간단하게 기록해두면 도움이 된다. 얽힌 실타래 같은 걱정도 적어보면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 아니다. 당장 정리가 되는 일이 있고 조금의 기간이 필요한 일도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볼 수 있는 시각이 넓어지기도 하고, 쌓인 경험이 지난날의 답을 찾아주기도 한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소통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통로가 되는 방법이다. 기록된 내용을 통해 전에 비해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도 부끄러움을 감내하면서 기록해두는 이유는 언젠가 힘든 상황에 갇혀있는 나에게 작은 도움을 보내기 위함이다.


 어떤 부분에 힘들었다면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달렸기 때문일 것이다. 빠르게 달리는 것보단 호흡을 조절하며 나의 속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절해가자. 신발끈을 다시 묶고 주변을 살펴가며 방향을 잡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길을 잃더라도 발길 닿은 모든 곳이 경유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잠시 그곳에 쉬어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정비해갈 수 있도록 매일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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