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나의 봄에게]는 인생의 사계를 지나며 삶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서정시로 그려낸 '삶과 인연'의 시집입니다(화자의 어투도 함께 성장해가는 듯한 깨알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집을 한 번 읽을 때와 두 번째 읽을 때 '의미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라는 리뷰를 읽었습니다(정말 감사합니다). 네, 맞습니다. 시집 전체가 하나의 알레고리를 형성합니다.
[눈부시게...]에는 마치 단편 소설처럼, 여러 개의 시가 한데 엮여 하나의 플롯을 구성하는 연작 시편이 두 개 수록되어 있습니다,'시편'은 사전적 의미로 '하나의 시', 또는 '손으로 엮은 소책자의 시집'이 우선 연상될 듯합니다. 제가 이 시집을 기획할 때 연작 시를 두 묶음 넣으며, 그것을 일컫는 새로운 개념 도구로 사용한 '시편'이란 어휘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시집 안의 시집, 즉 옴니버스 구조로 되어 있는 '이야기 시 묶음'입니다.
봄 챕터 : 벚꽃 연가 (8편)
겨울 챕터 : 겨울의 꽃 (10편)
'한섬 벚꽃 시'로 알려진 아련한 감성의 시들이 <벚꽃 연가> 시편에 해당합니다. 23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필적확인란 문구로 인용되어, '온 세상이 너를 닮은 꽃빛으로 반짝일 때'라는 글귀로 살짝 그 제목을 알린 '꽃빛이 쏟아지던 밤에'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겨울의 꽃>을 읽어 보시면 '시절 인연'의 한 측면을 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시절 인연을 제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우리 삶은 다양한 인과가 엮여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두 번째 시집 원고에서 이를 풀어 쓰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 인과가 엮일 때까지 '기다림-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합니다. 원인이 결과 되고 결과가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사람이 예측할 수 없기에 그 시간이 고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때가 무르익으면 우리는 '보이는 결과'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눈앞의 안 좋아 뵈는 결과를 반드시, 나쁘다 평할 수 없게 됩니다. 그 나쁜 결과로 보이는 것이, 다음에 올 '좋은 일'의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발췌해 가실 땐 출처를 남겨 주세요:D).
시편 <겨울의 꽃>은 인생의 가장 혹독한 시기(한겨울)를 지나는 화자와, 그 시기를 버틸 수 있도록 우연인 듯 찾아든 필연(겨울의 꽃, 원인 중 하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10편의 연시입니다.
화자는 '과거형'의 어조로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회상'을 하는 중입니다. 화자와 겨울의 꽃, 이 둘의 인연은 어떤 결말을 짓는 걸까요.
죄송합니다. 저는 두 사람을 맺어줄 정도로 착한 인간이 아닙니다. '아련한'이라 쓰고 '사악한'이라고 읽는... 시인 사피엔스...입니다.
이 두 사람은 애초부터 맺어질 수 있는 인연이 아니었습니다. '겨울의 꽃'은 봄의 온기가 스며들면 필연적으로 녹아 사라질 인연이니까요.
<겨울의 꽃>을 마무리하는 시입니다.
'야생화'는 <겨울의 꽃> 시편 중 유일하게 화자가 '겨울꽃'인 시입니다. 아마도... 봄의 온기에 녹아 버리던 순간조차 오지 않는 발걸음을 기다리며, 이 시를 남기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련하면서도 (시인이) 사악한 시이지요.
'~런지'는 잘 아시다시피 단조 감성을 파괴하고 싶지 않아 '~ㄹ는지'로 쓰지 않았습니다.
예시) 기억할른지... 감성 바로 파괴되더라고요. '~런지'가 더 아련한 듯싶습니다.
+
번외편.
벚꽃이 며칠 만개할까요? 그 짧은 시기에도 비가 내리면 후두둑 지고 마는 것이 벚꽃인지라, 그 의미가 더욱 아릿하고 아련한 듯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