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이쁜 우리 몬스테라

04. 이번주의 이쁨(기쁨)은 분갈이

by 정혜원
이번 주에는 분갈이를 했다.
분갈이 직후의 몬스테라 (뿌-듯)

처음 해보았다. 올해는 새 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이 집은 구축이라 베란다가 있다. 나는 여기에 카펫을 깔아놓고 봄에는 여기에 텃밭을 키웠고, 여름에는 에어컨 실외기때문에 한차례 키우던 식물들이 다 죽는 비극을... 잠깐 맞이했다가 9월부터 다시 루꼴라를 키우고 있다. 원래 바질을 키웠고, 올해 이사오자마자 작은 몬스테라 화분을 사서 이 친구는 지금 일년째 내 반려식물이 되어서 날 추우면 내 안방도 좀 들어왔다가 날 좋으면 거실 나갔다가 아주 우리 집의 햇살을 가득 만끽하고 있다.


11월 한 달은 약간 여유가 생겼다.
시간적으로.


아무래도 연말에는 다음해를 준비하기 위해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고 프리랜서는 12월에는 다음해를 준비할 자리가 많아서 나는 11월에 주로 에너지를 채운다. 아무래도 난 반짝반짝을 좋아해서 벌써 집안을 연말 느낌나게 크리스마스 오브제로 마구 채웠다.


i16385242226.jpg?MW=800 연말 어서 오고!

한참 집에서 뒹굴거리는데 이 친구가 조금 삐뚤게 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왜 못생겨지고 있지?


내가 뭘 잘못 키우는 중인가? 며칠 고민을 하다가 gpt에게 “얘 상태가 왜 이렇지? 이러다가 죽나? 죽어가는 중인가?” 하는 질문을 하자, “화분에 비해서 식물의 몸집이 너무 커진것 같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위에 공기 뿌리? 뭐 그게 많이 자란 걸 보니 "이 친구가 건강하고 단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좁다고 생각해서 나갈 길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용자님"이라고 하길래 충격을 먹었다.


내가 이렇게나 사랑했는데?
(몰랐다고?)


생각해보니 지금 나도 좀 그런 상태라는 마음도 들고. 건강하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 넓어지려고 하는 거라는 말이 위안도 되고. 마음이 애잔해져서 바로 다음날 분갈이를 위한 물건들을 사러갔다. 열심히 식집사 유튜브도 보고, 급히 분갈이를 공부했다. 아래에 뭘 깔고 마사토랑 상토를 섞고 화분은 또 너무 크면 안되고... 1~2호만 크게.


적어서 갔긴 했지만 사실 그 아래에 깔라는게 뭔지 아직도 잘 모르고 사전에는 식물 분갈이는 봄 혹은 가을, 너무 춥지 않은 계절이라고 적혀있었기도 하고 난 손이 야문 편은 아니라서... 이거 또 분갈이한다고 난리치다가 아끼는 식물을 괜히 죽이거나 괴롭히게 되지 않을까? 그냥 하지 말고 둬볼까? 하는 생각이 더 컸으나,


‘좁다’고 생각해서 살 길 찾는 중이라는 말이
마음이 톡 걸려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전날 춥지 말라고 보일러 높이고 화분에 담요를 감아두고 뿌리가 흙이랑 잘 분리 될 수 있도록 물을 조금만 줬다. 다이소 문열자마자 가서 아래 까는거 잘 모르겠길래 하이드로볼? 뭐 그것도 된다고 해서 그걸 큰걸로 사고 화분은 대충 한뼘이었는데 얘가 지금 옆으로 늘어난 걸보니 뿌리가 좀 쉴 틈이 필요해보였고 아무래도 잎이 기니까 화분은 옆으로 약간 길고 아래가 깊은 것.


그리고 보온재 될만한거 하나 사고, 마사토와 상토를 2L+3L 총 5L 구매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날씨를 보니 제법 한기가 돌아서 얼른 집에 돌아와 다이소 봉지를 바닥에 깔고 시키는 대로 마사토를 헹궜다. 아무래도 흙이니까 계속 흙물은 나오긴 하던데 하라는 대로 차근히 마사토와 상토를 30%: 70%로 섞었다.


화분에 아래에는 하이드로볼을 깔고 기존 화분이 얇은 플라스틱이라(살때 트럭 아저씨가 이대로 바가지에 담아서 물 주라고 했음) gpt는 화분을 톡톡 쳐서 뽑으라고 했는데... 도저히 안 뽑히고 그 전날 수전 갈다가 손을 베가지고 그냥 주방 가위로 화분을 통으로 짤랐다. 세 갈래로 짤라서 뜯어냈다! 기존 흙을 털 필요도 없이. 뜯어내고 보니까 상태가 버틸만큼 버텼는지 애초에 흙이랄게 거의 없었기도 했다 (털 것 없이 전부 작은 뿌리가 얽힌 형태였다)


그래서 그대로 새 화분에 심고 잘 섞은 흙으로 고정했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상토는 만져보니 아주 부드럽고, 이 흙으로 루꼴라를 심으면 엄청 잘 나는데 마사토는 만져보니 이건 거의 돌이라서 이걸 왜 섞어주라는건지 이해가 안가길래 gpt에게 다시 물어보니 그건 작은 식물이고 이렇게 큰 식물이 뿌리를 내리려면 부드러운 흙보다는 입자가 조금 굵어서 바람이 잘 통하고 물이 아래로 잘 빠져서 식물 뿌리가 감고 내려 갈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 그렇구나.


너무 부드러운 흙은
작은 식물만 키울 수가 있구나?


아무래도 루꼴라나 바질은 줄기가 올라오는 식물은 아니고, 한해만 사니까. 약간 돌이 섞인 흙에 더 큰 식물이 산다는 그 말이 되게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요즘 이유를 알 수 없게 현실의 삶에서 이런 문구들에 감동을 받을 때가 종종 있는데. 몬스테라를 옮겨 심고 다 심은 후에는 뿌리가 새로운 흙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물을 많이 주지 말고 윗 흙이 젖을 정도만 주어서 뿌리가 자발적으로 새 흙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주라는 말도 좋았다. 아무래도 물이 많으면 집이 넓어져도 뿌리가 바로 퍼져서 자라야 할 필요가 없으니까.


하루 지나니, 몬스테라는 줄기가 넓어져서 삐뚤게 자라던 것도 수평을 얼추 맞추고 옹기종기 모여있던 잎들도 거리가 벌어져서 이제는 식물보다 작은 나무 같은 모습이 되었다.


흡족했다.


돌이 있어야 잘 자란다는 것도, 심고 난 뒤에는 물을 적게 줘야 뿌리가 제 발로 더 넓은 흙을 탐험하러 나올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넓어진 화분에 준수하게 1년을 넘긴 내 작은 몬스테라도.


요즘에서야 오랜 시간동안 집착하던 것들이 ‘아 나의 집착이고 편견이구나’라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예를 들면 나의 불안. 그동안 나는 나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이게 병이라 생각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이건 그냥 내가 넓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 몬스테라의 공기 뿌리처럼.


건강하고 다만 이 터전이 좁아서 더듬더듬 제 자리를 찾아보고 있는 셈인거지. 봄이나 가을에. 너무 춥거나 너무 덥지 않은 계절에 내가 나를 옮겨주었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애정을 가지고 내 화분을 점검하고 또 뿌리도 보고, 넓히는 중이라고 생각하니 지금 가진 것들, 나에게 왔던 기회들. 그걸 갖지 못해서 열망했던 시간들. 불안들. 불편이라고 생각했던 현실의 고민들이.


모두 귀하게 느껴졌다.


아 나 뿌리를 넓히고 있었구나? 잘 지내고 있었어. 털고 갈 필요 없이 조금 마음이 넓어진 후에 자발적으로 나올 시간이 필요했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부담감보다 열망이, ‘아 이제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 정말 잘해낼 수 있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무엇을 내가 할 수 있는지. 혹은 남의 손을 빌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도와달라고 해야 하는지. 분간이 되는데 하는 생각이 점차 든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가치를 잘 알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와주었던 수많은 기회들에 미안함과 감사를 느낀다. 내년에는 더 잘 자라봐야지.


삶에는 참 빼곡하게 감동스러운 것들이 있다.

진짜 큼

오늘은 몬스테라가 넓어진 것이 가장 감동스러웠다. 이게 가장 식물에게는 편하다! 우리 주인 짱임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찡긋-) 이 늠름한 풍채! 잘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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