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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코 Jan 20. 2020

09. 가끔은 진상이 있어도

과테말라/파나하첼

드디어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어 과테말라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 7시셔틀버스가 날 태우러 왔고 한인 민박 주인들귤과 바나나라는 작은 선물을 받고 나는 셔틀에 몸을 실었다. 셔틀은 각 호텔을 찍고 여러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했다.


멕시코 아웃 국경은 500페소(한화 약 30000원)를 강제로 납부시킨다는 괴담이 있다. 출국세라고 불리는 이것은 육로로 들어와 멕시코에 7일 이상 머물 경우 내야 하는 것으로 비행기로 입국할 경우 이미 비행기표에 그 금액이 포함돼 있는 건데 멕시코 국경에서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적으로 돈을 받아낸다는 그런 흉흉한 소문이 중미 여행자들 사이에 나돌았었다. 나도 엄청 쫄아있었는데 '닥닥, 탁!' 가벼운 도장 소리와 함께 나의 출국심사는 다행히도 금전적 손해 없이 끝이 났다.


다음으로는 과테말라 입국심사, 차에서 짐까지 다 내려 과테말라 입국 심사대로 걸어간다. 과테말라 입국 심사는 역시나 가볍게 끝났다. 국경에는 환전을 해주는 아저씨들이 돌아다니는데 과테말라 시내나 관광지보다 여기서 환전을 하는 게 환율을 가장 쳐 준다고 한다.

이제 차를 바꿔 타고 파나하첼로 향하면 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역시 여행이 쉽게만 흘러가진 않는가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못 들었지만 어떤 할머니가 비자 문제로 버스를 타녜, 여기에 남녜 마녜로 버스 기사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우리 차엔 수많은 자유로운 영혼, 히피족들이 가득 타고 있었다. 할머니는 한 시간, 두 시간째 어떻게 하느니 마느니 이야기를 끌었고 할머니 하나 때문에 출발을 못하게 된 우리 버스의 승객들은 매우 화가 났다. 특히 히피들이 매우 화가 났다. 언성이 높아지는 등 실랑이가 점차 심해졌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할머니는 차에 타기로 하고 이야기는 끝이 났다. 한 명의 사람 때문에 다수가 피해를 보았는데도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었다. 이기적인 사람, 언어도 모르는 채 멍하니 기다리게 된 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 와중에 히피들은 차가 출발하니 차 안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북을 치고 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해가 다 져서야 도착하겠네.' 씁쓸한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드라이브는 시작되었다. 히피들이 차 안에서 기타를 치고 북을 치는 등 연주를 시작하여 차 안이 순간 마치 클럽처럼 변해있었다. 차 안의 사람들을 보면 나라가 달라도 스페인어라는 접점으로 다들 금방 친해지는 것 같다. 이점 하나는 스페인어나 영어권 사람들의 부러운 부분이다.

중간에 휴게소까지 들렀다. 페루인 여자가 다른 호스텔에서 한국인을 만났었다며 반갑다고 말을 건넸다. 나 역시도 반가웠다.

차는 끊임없이 가고 있다. 언제쯤 도착할라나. 이동에 이동이 한때는 설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젠 조금 지겨울 때도 있는 것 같다.


결국 해가 다 지고 나서야 파나하첼에 도착, 가장 저렴한 숙소에 묵었는데 그래도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 일본인 여자 친구를 마주쳤는데 수많은 아메리카인, 유럽인 사이에서 아시아인을 만나 서로 상당히 반가워했다.

저녁엔 불닭볶음면을 해 먹었다. 간만의 매운맛에 행복했다. 내일부 드디어 과테말라 여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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