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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코 Jan 22. 2020

10. 다 함께 올라!

과테말라/파나하첼

파나하첼에서 어떻게든 한국인 동행을 구하고 싶었지만 슬프게도 구해지지 않았다. '됐어. 혼자 다니지 뭐.' 이제는 혼자 걷는 낯선 여행길에 그러려니 해진 상태, 외롭거나 겁나지 않다.


파나하첼은 유명한 관광 마을답게 안전하다. 혼자 핸드폰을 손에 쥐고 걸어도 큰 위험을 느끼지 못하였으며 위험은커녕 오히려 마을 자체가 마치 평화로움이라는 것을 정의한 듯한 그런 분위기이다. 또한 상인들도 그냥 동네 사람들도 상당히 친절하다. 스페인어밖에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나다니면서 '올라!' 하며 인사를 해주고 많은 사람들과 구글 번역기를 통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일식당 집에서 밥을 먹고 기념품을 샀다. 머리를 예쁜 실을 땋고 헤나를 하였다. 생각 없이 돈을 팍팍 썼다. 그래 이 맛에 여행을 하는 거지, 여행도 돈을 막 쓰니까 재밌지 궁상맞게 다니면 어디 그 여행이 즐겁겠는가.


파나하첼은 평화로운 반면 역시나 크게 할 건 없다. 결국 내가 택한 건 호수를 보며 낮술을 마시는 것! 혼자 멍 때리고 앉아 모히또 한잔 때리며 호수를 바라보니 과연 체게바라가 혁명을 멈추고 쉬고 싶다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호수의 전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중미라는 것을, 과테말라라는 것을 그림으로 아름답게 표현해놓은 것만 같았다. 단지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비록 할 건 많이 없지만! 이런 아름다운 곳에 내가 와 있다는 사실이 이 시간이 너무도 소중해서 한참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앉아 풍경을 사람들을 호수를 화산을 그렇게 끊임없이 바라보았다.


비록 분위기에 취해 돈을 펑펑 쓴 대가로 추가 환전의 형벌이 기다리고 있지만 아름 다운 곳에서 다정한 사람들과 하고 싶은 소소한 재미를 찾은 오늘 하루를 난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고 표현할 것이다. 정말 (여) 유로운 (행) 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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