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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코 Jan 30. 2020

14. 가난한 나는

여행자의 잡생각

-조금 궁핍해도 괜찮아


단기 여행자라면 짧고 굵게 여행지에서 호화로움을 누리겠지만 장기 여행자는 어떨까? 대부분의 장기 여행자는 금전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먹을 걸 안 먹을 순 없고, 장기 여행자들이 가장 돈을 아낄 수 있는 부분! 그건 바로 숙소이다. 장기 여행자, 돈 없는 여행자 특별히 혼자 온 여행자일 경우 보통 호스텔의 도미토리에서 묵는 경우가 대부분 것이다.


처음 외국 여행을 하였을 때, 난 혼성 도미토리라는 것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었다. 완벽한 한국식 마인드를 가진 나는 모르는 남, 여가 한 공간에서 잠을 잔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놀랐었고 심지어 몇몇 사람들의 경우 옷을 갈아입는 행동 조차 공동 공간에서 거리낌 없이 하고 있었기에 이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화충격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지금은 어떠냐고? 이번 중미 여행의 모든 숙박을 혼성 도미토리에서 하고 있을 만큼 호스텔을 열심히 애용 중이다. 단순 돈을 아끼기 위해서 때문도 있지만 호스텔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에서 이기도 하다.


혼자 싱글룸에 묵으면 밤에 아무래도 적적하니 외로울 텐데 여러 사람들이 있으니 그럴 걱정이 없으며 가벼운 인사와 함께 세계 각지에서 온 정말 다양한 여행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친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 같은 경우 밀폐된 싱글룸에 비해 오픈된 도미토리가 도리어 안전하다고 느낀다. 혼자 방에 있다 변을 당하면 내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모를 테니 말이다. 여럿이 있는 방에선 적어도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겠는가.


물론 단점 또한 존재한다. 가장 큰 불편은 화장실 이용이다. 여럿이 한 화장실을 사용해야 함은 당연하거니와 프라이빗한 공간이 없어 속옷을 갈아입는 등 개인적인 행동을 할 경우 보통 화장실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위해 한 번 더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 상당히 불편하다. 또 숙소마다 다르겠지만 불을 켜고 끄는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과 알람을 함부로 맞추기 조심스럽다는 점 등이 있다. 특히 아침에 말이다. 다들 자고 있는데 나는 아침에 일어나 움직여야 하는 일정일 때 알람부터 해서 부스럭거리며 어두침침한 데서 준비를 하는 것 등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여행자끼리라도 도난에 대한 위험성이 존재, 자물쇠 등으로 짐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따지고 보니 단점이 참 많네. 나 역시도 처음엔 단점들 때문에 상당한 짜증을 느꼈다. 그렇지만 적응이 되다 보니 오히려 호스텔, 도미토리의 친근함이 좋아졌고 그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었다.


돈이 더 많은 여행자가 된다고 해도 난 호스텔에 묵을 것 같다. 물론 시설은 더 좋은 곳으로 가겠지만 말이다.


관광을 넘어선 여행으로서의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도미토리에서 하룻밤쯤 묵어보는 건 어떨까. 분명 불편하지만 친숙한 특유의 그 매력에 다들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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