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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코 Jan 31. 2020

15.구경에 구경을 하고

과테말라/안티구아

잠시지만 정들었던 파나하첼을 떠나 안티구아로 간다. 안티구아 커피 원산지로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곳, 여행자들에게는 화산 트레킹의 성지로 많은 여행자들이 화산을 보기 위해, 화산 위를 걷기 위해 머무는 곳이다.
파나하첼에서 차로 겨우 3시간 남짓, 셔틀은 다행히 호텔 앞까지 날 데려다주었다.


짐을 놓고 동네를 가볍게 둘러보기로 했다. 거리 곳곳에 가드, 경찰이 서있고 철창이 쳐진 가게가 종종 있다. 확실히 파나하첼에 비해선 치안이 좋지 않은 듯하다. 그래도 관광지는 관광지인 만큼 큰 위험을 느끼진 못했다.
화산 투어를 예약한 후 맥도날드에 갔다. 안티구아의 맥도날드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맥도날드로 예쁜 정원과 함께 뒷 배경으로 아름다운 화산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빅맥과 맥너겟을 시켰다. 오래간만에 익숙한 맛을 느꼈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초콜릿 박물관! 초콜릿 및 초콜릿과 관련된 제품들을 판매하며 초콜릿의 역사와 관련된 가벼운 전시를 해놓은 곳이다. 뿐만 아니라 수공예품 및 기념품 역시 판매를 하고 있다. 볼거리가 많지는 않다. 쓱 한번 둘러보았다.


초콜릿 박물관을 나오니 눈앞에 산타 카타리나 아치가 놓여 있다. 안티구아의 랜드마크로 주변으로 많은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근처 가게에 들러 기념품 들을 구경했다. 어제 중미 최대 시장에 다녀와서 그런지 사실 기념품 구경도 슬슬 지겹다. 하도 다들 비슷비슷해서, 그렇지만 종종 새로운 것이 눈에 띄면 또 거기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알록달록한 가면과 담배에 꽂혀 난 살까 말까를 또 한참을 고민했다. 내일이 귀국 일이라면 당장 질렀을 텐데, 배낭은 한정되어있고 내겐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았기에 기념품을 살 때마다 그 부피를 상당히 신경 쓰게 된다.


그 후 난 한팩에 7 케찰짜리 망고를 먹으며 공원에서 앉아있었다. 혼자 여유롭게 온 여행자의 주특기 바로 멍 때리기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수공예품이나 액세서리를 판매하려는 상인들이 와서 말을 건다. "너 이거 살래? 좋은 가격에 줄게." 중남미엔 이런 판매꾼들이 흔하게 존재한다. "No, Gracias." ("안 사요. 감사합니다.")라고 하면 보통 가지만 종종 끈질기게 말을 거는 상인들 또한 존재한다. 가끔은 이들이 지겹다. 그렇지만 그들을 미워하진 못하겠다. 저것이 그들에겐 유일한 생계수단일 테니 말이다.


짧은 구경을 마치고 난 숙소로 돌아왔다. 이른 시간이지만 내일 화산 트레킹을 떠나니 오늘은 미리 쉬어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춥고 힘들다던데..' 걱정이 밀려오지만 난 무려 히말라야 트레킹까지 해보았던 몸!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읽으며 맥주 한 캔을 마셨다. 아직 비록 초보 작가에 조회수도 낮지만 어쨌든 난 작가인데, 글을 써야 하는데, 뭔가 영감이 딱 떠오르는 것이 없다. 술이 들어가면 생각이 조금은 깊어질까 싶어 맥주를 마시지만 역시나 내가 노력하기에 달린 거지 애꿎은 (술주 자의 주) 주님께 매달릴 가치는 없는 것 같다. 비행기 때의 데자인데 이거.


호스텔에서 우연히 화산 트레킹을 다녀온 한국인 자매분들을 만났다. 내 신발론 택도 없다며 마침 버릴 등산에 용이한 신발을 내게 기부해주시고 화산 트레킹의 후기를 이모저모 알려주셨다. 결론은 많이 춥다와 힘들다였다.


파나하첼의 호수를 보고 울컥했을 정도로 감성이 풍부한 나인데 내일 화산을 보면 폭풍 오열을 지 모르겠다.

살면서 한 번쯤 내 눈으로 용암을 보고자 하는 꿈이 있었기에 내일이 걱정되는 한편 상당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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