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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코 Jan 11. 2020

02. 하루 종일 투어를

멕시코/멕시코시티

오늘은 테우티우아칸과 성모 발현 바실리카 대 성당을 함께 다녀오는 투어를 다녀왔다.


사실 투어를 통하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해 직접 버스로 다녀오는 방법이 있으며 많은 분들이 이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투어를 이용한 건 돈으로 편리함을 사고 싶은 내 마음에서였으리라.


투어는 사람들을 모아 오전 9시에 시작되었다. 버스에 하나 둘 사람들이 탔는데 웬걸, 나만 빼고 다 중남미 지역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다들 어느새 나를 빼고 스페인어로 대화를 하고 있다? 내심 조금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원주민인 디에고가 발현한 성모님의 명을 받아 지은 성 바실리카 대성당은 일단 혼잡했다. 상당히 혼잡했다. 혼잡함과 너무 관광지스러운 느낌에 조금은 실망했지만 벽에 걸린 성모님은 분명히 아름다웠으며 성스러웠다.


다음으로는 테오티우아칸


단순 피라미드만 갈 줄 알았던 투어는 아즈텍 벽화 구경과 킬라 시음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테오티우아칸 내부에서 시행하였다. 데킬라는 역시 맛있었다. 혼자 다섯 잔을 마셔 가이드 아저씨를 놀라게 했다.


마침내 도착한 피라미드는 역시나 더욱더 혼잡했다. 피라미드에는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가 있다. 태양의 피라미드의 경우 꼭대기까지 올라가 볼 수 있었는데 올라가고 내려가는 데에 상당히 긴 줄을 기다려야만 했다. 혼자 투어를 한 브라질 친구가 있었는데 서로 혼자다 보니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자 피라미드 함께 동행하였다. 힘들어 보였지만 이왕 온 김에 피라미드에도 올라가 봐야지 하고 서로응원하며 우린 피라미드길에 올랐다.


사실 난 아즈텍 문명 자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저 피라미드에서 과거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되었을지 감히 상상도 가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까마득한 과거에 존재했던 마치 설화와도 같은 이야기 속의 피라미드가 내 눈앞에 있다는 것이 그 위를 내가 걷고 있다는 갓이 감격스러웠고 믿기지가 않았다.


피라미드의 정상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계단을 내려올 때 다섯 살 정도 돼 보이는 애기를 둔 한 아버지가 despacio Leo(천천히 내려와. 레오.)라고 말하는 것들었다. 참 여행을 하면 할수록 결국 세계 어느 나라든 가족이 있고 사람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크게 드는 것 같다.


투어 내내 함께 투어를 하는 외국인들이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언어적으로 말이다. 내가 못 알아들을까 봐 옆에서 영어로 설명을 두세 번씩 해주는 등 상당히 고마웠다. 왠 동양에서 온 스페인어도 못하고 영어도 서툰 자그마한 여자애가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나 보다. 세상은 그래도 따뜻하다.


투어는 9시부터 6시까지 진행되었다. 정말 힘들었다. 투어가 끝나고 난 숙소에 들어와 바로 뻗어버렸다.


자는 중에 숙소에 묵는 외국인들끼리 스페인어로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인까진 바라지도 않고, 영미권 사람이 어디 없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쁘고 빡센 하루, 오늘은 조금은 지치고 씁쓸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다. 아직 여행의 초반, 앞으론 그래도 즐거울 일이 가득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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