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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코 Jan 12. 2020

03. 이동뿐인 하루는

멕시코/와하까

멕시코 시티에 아쉬움을 남긴 채 와하까라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정말 이동뿐인 스케줄이다. 멕시코시티로부터 버스로 무려 6시간 30분이 소요된다.


Oaxaca라는 영어 스펠링 덕에 오악사카, 와하까라고 사람들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르지만 나는 현지인들이 와하까라고 하길래 와하까라고 부르기로 했다.


꽤나 유명한 곳인가 보다. 멕시코 시티의 많은 멕시칸들이 와하까를 간다고 하니 "너 거기 가는구나! 와하까는 좋은 곳이야."라고 말해주곤 했다. 하긴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니 얼마나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멋질지 벌써 설레는 마음이 가득하다.


버스터미널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짐 때문에 결국 포기하게 되었다. 혼자 여행하는 자의 고충이 아닐까 싶다. 둘 이상 여행한다면 한 명이 짐을 봐주는 사이에 잠깐 다녀올 수 있을 텐데. 10킬로 배낭을 메고 화장실에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혼자 여행이 눈치나 배려 없이 내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저런 부분에서의 고충 분명하게 있는 듯하다. 짐 보관에 있어 두배, 세배는 더 신경 쓰며 다니게 된다.


ADO라는 멕시코에서 유명한 버스를 다.


해외여행을 가면 단순히 차를 타고 가며 보이는 도로의 풍경마저 이색적이고 특별하게 느껴져 멍 때리고 바깥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움을 느끼게 된다. 똑같은 하늘마저 아름다워 보이는 것 이야말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사 아저씨가 지나오는 맞은편 버스 기사분들에게 계속 손으로 인사를 하고 계신데 참 한국과 다를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에서도 그렇고 이동을 할 때마다 혼자 만의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나 같은 경우 역시나 드는 생각의 1순위는 걱정이다. 치안에 대한 걱정은 멕시코시티 이후로 많이 사라진 한편, 얼추 예상하여 환전한 금액에 맞게 돈을 쓸 수 있을지라던가, 돈이 남거나 모자라면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 또한 정해진 일정의 틀에 맞게 딱딱 맞춰서 잘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등 여행을 단순히 즐기기만 하면 좋겠지만 종종 남은 날들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동을 할 때마다 이런 마음이 드니 큰일이다. 이제부턴 좋은 생각, 긍정적인 생각 위주로 하려고 노력해야겠다.


미리 예약한 숙소는 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13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구글맵 내비게이션 기능을 통해 찾아갔는데 사실 버스에서 숙소를 잘 찾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도 컸었는데 세상 길치인 내가 어떻게든 갈 곳을 찾아가는 것을 보며 스스로에게 상당한 뿌듯함을 느꼈다.


버스에서 너무 지친 나머지 숙소에 도착하고 워서 계속 핸드폰만 만지고 있다. 오래간만에 집에서 처럼 유튜브 보며 잉여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래 아무리 여행 중 이어도 이런 휴식도 필요한 법이지. 내 나이 20대 후반, 밖에만 나돌아 다니기엔 더 이상 20대 초반의 체력이 아니다.


은은한 라틴음악이 들려오며 해가 저물고 있다.


투어를 하든 이동을 하든 아무것도 하지 않든 모두 가치 있는 하루이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 내 여행은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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