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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코 Jan 13. 2020

04. 또 하루 종일 걷고

멕시코/와하까

잉여롭던 하루를 뒤로 하고 오늘은 중미 여행자들이 모인 단톡 방에서 만난 한국인 분과 동행하여 와하까의 시내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엄청나게 크고 캐릭터 피규어가 주렁주렁 달린 트리 밑에서 동행분을 만나기로 하였다.

동행분은 나와 동갑, 학교 교사로 일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같은 나이라도 대학생 신분인 내가 초등학교 교사인 사람을 이렇게 사적으로 만날 수 있었을까.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일상 중엔 만나기 힘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 이것 역시도 여행의 값진 묘미가 아닐까 싶다.

우린 특별한 계획이 없었다. 그저 조금 유명하다 싶은 와하까 시내의 장소들을 향해 걷고 시장을 구경할 뿐이었다.

먼저 소깔로 광장을 둘러보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구두를 닦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멕시코스러운 옷들, 액세서리들, 음식류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후에는 산타 도밍고 성당도 가보고 수공예 시장, 고기시장 등을 다녀왔다.


광장이든 시장이든 이곳은 정말 멕시코스러운 곳이었다. 멕시코 하면 떠오르는 느낌이 한눈에 담겨 있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다녀왔으나 너무 일찍 만났는지 아직도 우리에겐 너무도 많은 시간이 주어진 상태였다. "뭐하지?" "그러게." 그렇게 고민하던 우리는 즉흥적으로 몬테알반이라는 마을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유적지에 다녀오게 되었다.


몬테알반은 사포텍 문명의 도시 유적지로 솔직히 약간 한국의 백제고분 느낌이 났다. 풀도 돌도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었다.


몬테알반 피라미드 위에 올라서니 와하까의 전경이 보였는데 정말 멋졌다. 유적지 역시 멋졌다. 몬테알반은 멕시코 화폐 20페소의 배경이라고 한다.


우린 몬테알반 피라미드 위에 앉아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하루 만에 이렇게 가까워져 별에 별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또 또래의 한국인이 이렇게 반가울 수 있었을까. 여행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하며 함께 이야기 함으로써 내가 모르던 새로운 세상을 알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다.

몬테알반을 다녀온 후 우리는 해가지는 소깔로 거리에 앉아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았다.


거니는 사람들, 장난치는 어린이들, 그림을 그려주고 물건을 파는 상인들, 코스프레를 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들 등 모든 풍경이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다. 멕시코는 소깔로 광장이라는 것에 멕시코 특유의 분위기가 잘 녹아져 있다. 특히 가장 멕시코스러운 도시라서 그런지 주말의 와하까는 더더욱 멕시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특별히 하는 것 없이 광장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한국에서의 비교적 더 계산적이고 여유 없는 생활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목적이 있어야만 뭔가 이득이 있어야만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과연 맞는 삶일까?

멕시코의 문화가 참으로 부러워진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하루뿐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동행과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래. 하루 만에 깊어지는 대신 결국 각자 다른 곳을 가야 하는 것이 여행, 그 아쉬움 또한 내가 견뎌내야 할 몫 이리라. 이를 알기에 일부러 정을 깊게 안 주려고 노력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가. 괜히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만나고 헤어지고 아쉬움 끝엔 또 새로운 인연이 기다리고 있는 법, 여행 마치 인생 그 자체의 축소판과도 같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내게 펼쳐질 앞으로의 시간들을 생각하며 잠을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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