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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코 Jan 16. 2020

05. 그렇지만 항상 감사하며

멕시코/와하까

와하까에서 제일 유명한 투어를 하는 날!
호텔 앞에서 픽업을 받아 투어를 떠난다. 다양한 외국인이 모여 있다. 멕시칸도 보이고 백인도 보이고 참 이래저래 생김새가 다양하다. 이렇게 보면 세상에 결국 정형화된 미의 기준이라고 하는 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다들 다양한데 말이다. 우리가 예쁘다고 하는 기준 또한 결국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옆자리에 앉은 코스타리카인 친구가 말을 걸어 주었다. 영어는 조금 하고 스페인어는 못한 다니까 그래도 배려해서 말을 걸어준다.


첫 번째로 간 곳은 엘 툴레라는 엄청 큰 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2000년은 살았다고 하니 나무는 얼마나 많은 역사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싶었다.


두 번째는 미틀라 유적, 사포텍 문명의 종교 중심지였던 곳이라고 한다. 정교한 유적이 참으로 아름다웠으나 우리 투어 그룹은 영어 사용자가 나 포함 두 명, 나머지 10명 이상 가량이 스페인어 사용자였다. 아무래도 가이드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실 설명은 제대로 듣질 못하였다. 투어를 함께한 멕시코인 중 한 분이 옆에서 번역을 도와줘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가이드 설명이 끝난 후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혼자 여행의 단점은 지난번에 말한 짐 보관의 문제도 있지만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사진을 찍는 데에 있지 않을까 싶다. 홀로 삼각대를 세우며 열심히 촬영을 했다. 둘 이상 온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다음으론 이에르베 엘 아구아라는 곳에 갔다. 자연으로 형성된 풀장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기했고 다른 행성에 온 것처럼 오묘한 지형이 상당이 특이하고 예뻤다. 번역을 도와줬던 멕시칸 분이 가이트 팁 내 것 까지 대신 내주었다. 여기도 가이드가 스페인어밖에 하질 못했는데 같이 투어를 하는 많은 분들이 내게 영어로 설명을 해주고 돌아다닐 때도 나를 챙겨서 다녀주어 도태되지 않고 투어에 참여할 수 있었다. 또한 바람이 세게 불어 내 삼각대가 자꾸 넘어지자 외국인들이 내게 먼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참으로 모두에게 감사했다.

다음으론 밥을 먹은 후


카펫 공장에 갔다. 여기서 상당히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술냄새 펄펄 풍기는 가이드가 잉글리시 스피커가 누구냐고 묻더니 어느 나라냐고 물었다. 코리아라고 대답했는데 이후부터 비아냥대듯 "헤이 코리안."이라고 부르질 않나, good price에 줄 테니 카펫을 사라고 해서 일부러 못 알아듣는 척을 했는데 영어도 못하고 스페인어도 못하고 한국말만 한다는 식으로 나를 비꼬는 것이 아닌가. 카펫은 예뻤지만 상당히 기분이 나빠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다. 돌아갈 때는 심지어 내게 곤니찌와라고 말을 걸었다. 오히려 옆에 있던 앞서 언급한 코스타리카인이 그거 너네 나라 말 아니지 않냐고 말을 해주었다.


마지막은 대망의 메즈깔 공장
내가 이 투어를 신청한 이유가 바로 메즈깔 공장에 가보기 위해서였다. 메즈깔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고 시음을 했는데 내가 신나는 얼굴로 계속 술을 들이켜 주변웃음바다로 만들었다. Salud!(건배!)라고 하며 함께 메즈깔을 마시기도 했다. 결국 아무것도 안 사려고 했던 난 자그마한 병 두 개를 고 말았다.

아침 10시에 시작한 투어는 호텔로 나를 다시 데려다 주기까지 무려 9시간이 소모되었다. 나는 오후 8시나 돼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들어올 수 있었다.

다국적 사람들과 함께하는 투어가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내심 무섭고 걱정될 때가 종종 있데 모두의 따스함 덕에 이번 투어는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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