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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코 Jan 17. 2020

06. 또한 두 가지의 그리움

여행자의 잡생각

-걸었던 곳 또 걷고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자

오늘은 일정이 없다. 할 일이 없어 숙소에 누워있던 중 소깔로 광장을 한번 더 가보기로 했다.


사실 이미 엊그제 다녀왔으며 그냥 공원이다. 어르신들이 앉아 있고 커플들이 데이트를 하는 정말 평범한 공원이다. 생각보다 볼 건 없다. 그럼에도 광장을 향한 이유라면 내가 언제 또 이 곳을 다시 와볼까라는 생각 때문이리라.


소깔로를 가서 초코 음료를 마시고 근처에 있는 텍스타일 박물관으로 향했다. 할 게 없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 곳을 최대한 즐기기로 했다. 지금은 익숙한 풍경에 그냥저냥 다닌 이 길이 한국에 돌아와서는 '그때 좋았지.' 하는 그리움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니깐 말이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과 안정된 것에 대한 그리움

염색을 한 지 2주나 지났는데도 물이 덜 빠졌는지 배게에 염색 물이 배어버리고 말았다. 나 조차도 몰랐는데 체크 아웃을 하고 빨래를 하려고 호스텔 주인이 커버를 벗기고 나서야 이를 알게 되었다. 이게 뭐냐고 물어 염색 때문인 것 같다고 죄송하다고 했고 호스텔 주인은 일단은 최대한 빨래를 해보겠다고 했다.


그러고서 호스텔을 잠시 나왔는데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길을 건널 때 들리는 클락션 소리조차도 나를 미워하고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이방인은 이곳에서 나가라는 듯이 말이다. 우울한 기분에 괜한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라면 새로운 것을 경험했을 때의 흥미로움과 짜릿함일 것이다. 다만 조금 오래 떨어져 있다 보면 나를 보호해주는 안정된 것이 때때로 그리워질 때가 있다. 내 국가, 내 가족의 품 같은 너무도 당연히 내게 있던 울타리들이 여행에 온 순간만큼은 사라져 있는 것 이기에 그 울타리에 대한 그리운 마음이 종종 듬과 함께 잊고 살았던 나를 보호해주던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장기 여행을 올 때마다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아무리 내게 다들 잘해줘도 종종 나는 이곳과는 다른 사람이고 내 편은 없다 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는 듯하다. 이 또한 여행이라는 것을 택한 자가 겪어야 하는 고독함 일 것이리라. 


빨래의 얼룩은 다행히 말끔히 지워졌다. 내 마음의 먹구름 또한 깨끗이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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