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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니 Jan 22. 2023

다시 시작하는 중입니다. #10화

나는 세 쌍둥이를 시간차로 낳은 걸까?


모유가 돌기 시작할 부터 나는 침대에 일어나 걷는 연습을 했다. 수술한 날부터 바로 움직이는 산모들도 많았지만 나는 침대에서 앉는 것조차 어마어마한 통증에 울다시피 했기에 조금 늦었다.

곧 수유를 시작해야 하니 더 이상 엄살만 피울 수 없을 것 같아 버티다 버티다 시작한 거다.

그럼에도 아픈 내 몸을 추스르는 것이 먼저라는 것은 잃지 말자고 다짐했다. 언제나 나는 스스로를 후순위로 재껴버리기 일쑤였으니 세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산후조리만큼은 나를 최우선순위에 두자는 거였다.


그때까지 매일 아기모습은 남편이 찍어준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초음파 사진으로 봤을 때부터 이미  첫째 아이를 닮았고, 첫째와 정말 비슷하게 생긴 둘째와도 같아서 웃음이 나오게 한 막둥이. 실물도 여지없이 그 아이들과 닮아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이야. 이 집 유전자보소.



혼신의 힘을 다해 짜낸 세상소중한 초유의 모습 되시겠다


오후 늦게 몇 방울 나오지도 않은 초유를 짜고, 한 십 미터 걷다 아이고아이고를 연발하며 침대에 누웠는데 신생아실에서 연락이 왔다.


"000님. 아기가 지금 배고플 시간인데요. 지금 수유하시겠어요?"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최대한 몸이 회복된 후에야 아기를 안으러 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짐과는 달리 벌써 이렇게 대답해 버렸다.


"네! 지금 바로 갈게요."


병실에서 신생아실로 가는 길은 50미터 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뱃살이 당기고아파도 아기가 나를 기다린다는 생각에 다리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이런 내가 스스로 우스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깐 이 속도가 아니었지 아마?'


아기를 드디어 만난다는 설렘은 모든 걸 덮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수유실의 벨을 눌러 확인절차를 거친 후 들어갔다. 소독을 하고 들어가 아기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초유를 담은 팩을 살포시 테이블에 내려놓고 기다렸다.

꼭 소개팅 같네. 기대되고 떨리고.

 

잠시 후 드디어 나왔다. 울애기다.

2.6kg.

제 형과 같은 몸무게로 태어난 아기는 참 작고 얼굴 생김새도 비슷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복사하기와 붙여 넣기 2번.

대단하다 대단해. 너희는 대체 어떤 것까지 닮을 거니?

내가 다시 이런 갓난쟁이를 품에 안다니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구나. 이런 생각들이 나를 스쳐가며 미소 짓게 했다.


"복덩아 잘 있었어?

엄마 왔어. 울애기 보고 싶었어 엄마가~

아이고 이뻐라. 엄마 쭈쭈 먹어볼까?"


그렇게 시큰하게 몰려오는 감동의 시간은

아기의 그치지 않는 울음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녀석.

나의 젖을 물지 않았다.

아니 못 무는 것 같다.


야너두???

너네 형이랑 누나두!!!


나의 세번째 수유전쟁의 서막이 오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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