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했잖아

살리는 글 9

by 라니

찬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지면

다 끝나는 줄 알았어.


서리가 오고

눈이 내리면

다 죽는 건 줄 알았지.


모든 건 끝이고

내일이라는 말이 쓸모가 없어진

시간이 오는 거라 믿었어.


코 끝이 시리고

입김이 떠나자마자 외로움이 더 짙어지는

나의 매일은 그런 계절이었어.


그런데도 너는

어느 계절도 끝은 아니라고

여러 모습의 하늘과 바람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말해주었어.


제대로 딸기 하나 맺지 못한 너였지만

누구의 탓이라는 불평 없이

척박한 그 땅을 잘 견뎌내었어.


기어이 뙤약볕의 여름을 버텨내고

모두를 떠나게 하는 추위에도

여전히 초록잎을 내어놓았지.


오랜만의 만남에도

너는 오히려 더 씩씩해 보여.

그래서 오늘은 너의 말을 믿어보고 싶어.


내게도 새로운 날이 올 거라고

지금을 견뎌서

또 다른 봄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언제나 그랬듯 너는 말하겠지.

"말했잖아!

이게 절대 끝이 아니라고!"



+

화단에서 겨울을 나는

딸기 모종을 보고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