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글 17
다시 되돌아가면 거기에 있을까요?
우리가 함께 바라보며
감탄해 마지않던 그 나무요.
주렁주렁 달린 도토리와
한껏 초록빛이 가득한 잎들을 바라보며
우리 함께 그 안에 간직된 시간을 그려보았잖아요.
다시 되돌아가면 다시 느낄 수 있을까요?
우리가 가졌던 막연한 설렘들을요.
그저 손을 잡고 걷다 보면 구불거리던 길도 걸을 만하고
마주할 내일도 평안하고 모두 잘 될 것 만 같았잖아요.
그 나무처럼 우리도 오래 푸를 거라고 믿었잖아요.
다시 되돌아가면 돌이킬 수 있을까요?
어느 때부터인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는 길처럼
어긋났던 우리 마음을 느꼈던 날들을요.
얼굴을 때리듯 마주 불어오던 거센 바람에
어쩔 줄 모르던 나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주던 당신을
나는 여전히 붙잡고 있는 듯합니다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가면 거기에 있어줄 수 있나요?
우리의 시간이 시작되고
우리의 시간이 끝난 그리니치 천문대 그 나무 밑이요.
다시 그곳으로 와주시겠습니까?
다시
우리 시작하면 안 되겠습니까?
거기에 있기를 내가 바라는
단 하나는
여전히 당신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