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일본에서 방 구하기

part1. 일본 자취방의 종류


지금 사는 집은, 일 년 전부터 살고 있다.

벌써 일 년이 지났구나 싶어 방을 둘러보다가,

예전에 살았던 방 생각이 나서 이사 횟수를 한번 세어 보았더니 이제껏 열 번 정도의 이사를 한 것 같다.

이사 비용이 만만치 않은 이 나라에서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고,

의도한 것도 아니었지만,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이 때에 맞게, 방 값에 맞게, 흘러 왔던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았던 집은, (일본 작은 집이 항상 그렇듯,)

부엌에 빛이 잘 안 들어서 아무리 반짝반짝하게 청소해도 티도 안 났는데,

이번에 이사한 집 부엌엔 작은 창문이랑 베란다가 바로 옆에 있어서 해도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한다.

덕분에 항상 보송보송하고 깔끔하게 유지가 잘 된다.


부엌을 보다가 예전 방 생각이 났고,

처음 집을 구할 때 아무것도 몰라 허둥대던 내가 떠올라서,

혹시나 누군가는 필요로 하지 않을까 싶어 일본 자취방에 대해 적어본다.


파트 원, 방 종류에 대해.



1. 일본의 낡은 목조 아파트

일본 어느 동네를 걸어 다녀도 제일 많이 보이는 건물이라고 하면, 단연 복도식으로 된 목조 건물이다.

그중에서도 '낡은 목조 아파트'는 현관문 옆에 큰 창문(=부엌) 이 달려있는 2층짜리 건물로,

가끔 기숙사 타입-원룸 형태로 화장실과 욕실이 공동 사용- 이나 원룸 형태의 아주 좁은 집도 있지만

부엌 겸 다이닝 룸, 방 1~2개+수납장, 욕실, 화장실, 발코니 의 구조가 일반적이다.


보통 이 형태의 집의 부엌은 가스레인지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 있는데,

그 공간이 꽤 넓어서 3~4개의 화구가 달린 것 까지 여유 있게 쓸 수 있다.(가스레인지는 세입자 부담)

그래서 싱크대 자체가 넓은 게 특징이고, 그만큼 창문도 크게 되어있다.

싱크대엔 온수를 내기 위한 작은 보일러가 달려있는 집이 많은데 이 타입은 수도꼭지가 없고

보일러에 동그란 버튼과 호스가 달려있다. (보통 버튼을 누르면 온수, 돌리면 냉수가 나온다)

연식에 따라 아주 드물게 부엌만 온수가 안 나오는 집도 있고(수도꼭지가 냉수 하나만 달린 타입),

옛날 타입의 온수 냉수 수도꼭지가 달린 집도 많다.


욕실은 밸런스 가마라고 옛날 방식의 보일러가 있는 집이 많다.

밸런스 가마는 욕실 안에 설치되어있는 욕실 전용 보일러인데,

온수를 쓰려면 다이얼을 돌려 불을 붙여야 한다.

불을 붙이기 위한 가스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고, 온도 조절이 쉽지 않다.

욕조는 직사각형이 아닌 작고 깊은 정사각형 모양이 주로 달려있다.

집에 따라서는 욕실이 집 밖에 존재하거나, 아예 없거나, 공동욕실인 경우도 있다.

화장실도 정말 싼 집의 경우는 재래식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보통은 수세식이다.


방은 다다미로 되어 있는데, 기본 방 두 개에 창문이 달린 타입이 많고 넓은 것 또한 특징이다.

베란다가 있는 방은 잘 없고 보통 발코니가 달렸거나 아예 없는 방이 많은데,

그 종류에 따라 세탁기를 어디에 놓느냐가 결정된다.

베란다가 있는 경우엔 세탁기를 베란다에 두어야 하고,

발코니가 있는 경우엔 세탁기를 집 밖(현관 옆)에 두어야 한다.

베란다 혹은 발코니가 있어도 세탁기를 놓을 수 있는 곳이 없는 집도 있는데,

이런 경우엔 근처에 셀프 세탁방(코인 란도리)이 있다.


연식이 오래된 집이지만 방 값이 싸고 넓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수요는 적지 않은 편이다.

외국인이 생활하는 데 있어서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타입의 방이지만

어느 정도의 불편이라면 감수할 수 있는 용기와 인내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나쁜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2. 지은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목조 아파트 혹은 콘크리트 계열 맨션

같은 '목조'아파트여도 1번에서 언급한 목조 아파트와의 제일 큰 차이점은,

현관문 옆에 큰 창문이 있는 넓은 부엌이 없다는 점,

평균 평수가 작다는(거의 원룸이거나 방이 있어도 하나인 정도의 집이 많은) 점,

기본적으로 다다미방이 아니라는 점이다.

목조/철근 콘크리트의 차이로는 그다지 집 값 차이가 많이 나지 않고,

역 근처인가, 지은 지 얼마 되었는가, 넓이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아무래도 제일 많은 타입은 방 하나짜리, 보통 원룸으로 부르는 타입이다.


보일러는 욕실, 부엌을 통하게 달려 있어서 작동 버튼만 눌러두면 온수를 사용할 수 있다.

욕실과 화장실이 함께 있는 유닛 바스 형식이 대부분이라 기본적으로 욕조는 달려있다.

부엌은 부엌이라고 칭하기 조금 부끄러운 사이즈로, 보통은 전기로 움직이는 화구 하나짜리 콘로가

처음부터 달려 있고 딱 그만한 사이즈의 싱크대가 옆에 달려있는데, 콘로와 싱크대를 합쳐서

성인 한 명이 서면 딱 맞는 정도의 넓이이다. 집에 따라서는 싱크대 밑에 미니 냉장고가 달려있기도 하다.

이 미니 키친이 방 안에 있는 타입과, 문 하나를 사이로 방 밖에 달린 타입이 존재한다.


이런 집은 대부분 현관을 들어가면 바로 옆에 세탁기를 놓을 수 있고,

그 옆이 부엌(미니 키친),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욕실+화장실, 복도 안 쪽이 방,

방 끝에 베란다(혹은 발코니)로 된 구조가 많다.

집에 따라서는 종종 세탁기를 현관이나 베란다에 두어야 하는 집도 있고, 로프트가 있는 집도 있다.

방은 대부분 하나. 넓이도 6~10조 정도로 혼자 살기에 적당한 넓이로 되어 있다.

(1조=다다미 하나. 6조=다다미 여섯 개 정도의 넓이로 대략 3평 정도)

(로프트는 있으면 아무래도 더 넓게 쓸 수 있지만, 여름엔 무척 덥고 사다리로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방 안에 사다리가 차지하는 공간도 만만치 않아서 꼭 좋다고도 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방값은 평균적으로 1보단 조금 비싼 편이지만 다다미방이 아니라는 점이 굉장히 크고,

1보다 훨씬 깔끔하게 느껴지는 방이 많다.


대부분의 일본 자취방은 1 아니면 2의 형식이 많다.


3. 지은 지 10년 이내의 콘크리트 계열 맨션, 아파트 혹은 디자이너 맨션

이 정도 되면 방 구조가 정말 각양각색인데, 1.2와 비교해서 방 값이 비싸지는 대신 굉장히 깔끔하고 넓고,

구조도 수납도 잘 되어있는 집이 많다.

대학생의 자취방으로도 쓰이지만 아무래도 평수가 넓고 방 값이 좀 비싸기 때문에

보통은 회사원들이나 커플들이 많이 산다.

1.2와 비교해 방범/방음이 괜찮은 편.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어디까지나 나의 경험에 불과할 뿐,

사실상 더 많은 형태의 방이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방을 구할 때는 아무래도 자신의 생활 패턴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 안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포인트,

최대치의 예산, 범위를 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예산을 처음부터 너무 낮게 정해버리면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 부분들이 전혀 신경이 안 쓰이면 문제가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신경이 쓰이지만 예산을 우선해서 계약해 버리면 결국 집 안에서 편히 쉴 수가 없게 된다.

그렇다고 또 집 값이 너무 비싸면 집 안에서는 편히 쉴 수 있겠지만,

다달이 나가는 돈이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지진도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

예를 들면,


1번과 같은 낡은 목조 아파트의 장점 : 다달이 지출이 적고 방이 넓다

단점 : 지진이나 화재에 약하다, 방음 방범이 거의 되지 않는다

2번과 같은 건물의 장점 : 깔끔하다, 방에 따라 방범 효과가 있다

단점 : 방 값에 비해 방음이 좋지 않다, 부엌이 굉장히 좁아서 요리하기 어렵다, 등등.


사실 한국이든 일본이든,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집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방을 구한다는 건 어려운 문제이지만

그만큼 많이 따져보고 많이 알아보고 많은 집을 보다 보면,

어떤 집이 자신에게 좋은 방인지, 맞는 방이 어떤 방인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집을 빌리기까지 걸리는 부동산 절차에 대해서는 part2에서 다뤄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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