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사랑을 보낸 후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선, 또 한 번의 사랑을 떠나보냈다고 한다.
슬프게 가라앉긴 했지만 힘이 없진 않은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내 친구의 사랑에 대해.
내 친구는,
입버릇처럼 운명이라는 건 믿지 않는다고 하지만,
눈동자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기적을 기대하는 눈빛으로 초롱초롱 빛나고 있는 그런 친구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거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생기면 처음엔 거리를 지키다가
괜찮은 사람이다 판단이 들었을 때, 이때다 싶을 때서야, 벽을 허물고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적극적이고, 배려심도 깊고, 참을성도 있는 친구라 으레 상대방 역시 금방 친구에게 기대고, 의지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런 관계는 익숙해지면 상대가 종종 오만해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내 친구는 그런 모습까지 참고 봐주지는 않아서, 그럴 때면 관계가 정리되곤 한다.
이번에도 그런 부분에서 잘 안 맞았나? 했는데 조금 달라 보였다.
처음부터 서로의 마음도, 여러 상황도 너무 잘 맞아서 눈 깜박할 사이에 연인이 되었는데,
친구의 마음의 온도와 상대의 마음의 온도가 조금 달랐던 것 같단다.
왜인지 친구가 너무 금방 불타올라버렸고, 그 기세에 상대가 눌려버리면서 관계가 끝이 나버렸다고.
서로 좋아하는 사이에서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그 마음에 온도의 차이가 조금씩 나버리는 것도 어느 하나도 잘못된 일이 아닌데,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그렇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이 제삼자인 나에게 들었지만,
내가 뭘 어떻게 평가하고 말하겠는가.
그래, 그랬구나, 끄덕이며 들어주기만 했다.
네가 조금 더 어른스럽게 참고 행동했어야 한다는 둥,
그 친구도 지금은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둥의 어설픈 위로 대신 물어봤다.
그렇게 표현한 너의 지금 마음은 어떻냐고.
내 친구는,
이렇게 끝이 나버린 건 너무 아쉽지만 사실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굉장히 오랜만에 누군가를 좋아하며 불타오르는 느낌을 느꼈는데,
이걸 지금 표현하지 않으면 자신도 잊어버릴 것만 같아서,
표현하지 않고는 못 버틸 것 같아서 직진해 버렸다고 했다.
조금 과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긴 했지만 한편으론,
만약 당장의 서로의 온도가 다를지라도 잘 맞춰갈 수 있는 상대라면,
분명 괜찮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고.
나라면 어땠을까.
내가 먼저 좋아 다가간 상대가 굉장히 적극적이면, 나는 좋을까? 조금 발을 빼고 싶어 질까?
또, 내가 좋아해 버린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느 쪽으로도 확신을 가지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결과적으로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건 있었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다 한 친구가 후회하지 않는 모습.
사랑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는 종종 아닌 척을 하곤 한다.
좋아하면서 안 좋아하는 척.
연락 기다렸으면서 안 기다린 척.
물론 이런 부분들은 각자의 자존심일 수도 있고 연애 테크닉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 내 친구가 몇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도 지나간 연애에 연연하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한 발을 내딛을 수 있었던 건,
어쨌든 모든 표현을 다 해 사랑했고 그래서 후회가 없었기 때문 일지도 모른다.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며 금세 활기를 되찾은 친구에게,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기껏 사랑하는데 기쁜데 좋은 감정을 느끼는데 꽁꽁 숨겨두고 상대를 애타게 하는 것보다는
질러버리고 마는 게 나을 때도 있을 거다. 분명.
네가 잘못해서 헤어진 건 아닐 거다. 분명.
이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며 대화를 마쳤다.
잠깐동안은 추억으로 힘들겠지만, 이내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다시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겠지.
그리고 또 다가가고, 표현하고,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을 내 친구가
크게 아파하지 않고 또다시 두근거릴 수 있기를.
가을바람처럼 왔다 사라지는 이 한순간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면서도,
사랑을 표현하고 주고받는 그 기쁨을 느끼며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