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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들아, 제발

 코딱지 좀

"앗, 더러워. 또네."



도서관에 거의 매일 간다. 많은 책을 빌리는 편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서 볼 때 제일 더러운 것은?

코딱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동화책이나 그림책특히 그러하다. 


어린이 도서를 읽고 토론하는 모임에 속해 있어서 매주 동화책을 빌려 읽는데 자주 이런 일이 있다.

그림책을 넘길 때 손끝에 바삭하고 작고 단단한 무언가가 만져지면 질겁을 한다. 영락없이 코딱지다.

그런 책은 다음 페이지 넘길 때마다 손가락 끝으로 가능하면 페이지에 접촉하는 면이 적게 하려고 극도로 조심하게 된다. 그다음에 몇 페이지 넘기면 반드시 무른 코딱지를 죽죽 손가락으로 비벼 내린 흔적이 나온다. 더러 피도 섞여있다.

너무 자주 보는 일이라 이젠 능숙하게 물티슈로 박박 닦아내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짜증이 나고, 한 페이지 전체에 군데군데 묻혀 놓은 경우는 더러워 포기한다. 엄손만 박박 닦는다.


얘들아, 제발 코딱지 좀 파지 마라.
파더라도 휴지에 싸서 버리면 안 되겠니?
귀찮아서니?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그림책 수업을 한다.

수업 시간 중 코딱지를 파는 아이들이 많다. 그것도 아주 많다.

더구나 나와 눈을 마주치고도 영혼을 갈아 넣어 열심히 파고 있는 아이를 보면 내가 민망할 지경이다. 그런데 그다음이, 아...... 입으로 가져가는 거다.

그 장면을 목격하면 비위가 상해서 힘들다. 


마스크를 쓴 아이가 한 손으로 마스크를 살짝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열심 파서 입으로 넣는 모습은 참아내기 힘들다. 내 비위가 워낙 약한 것도 있다.


그래서 난 그림책 중에 코딱지가 귀여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그림책도 상상이 되어 책에 몰입이 어려워진다.


수업 중 계속 코딱지를 파는 아이에게는 슬쩍 다가가 휴지를 전해주기도 하는데, 어느 날은 아이가 계속 코딱지를 파서 먹다가 책상에 문지르다가 하고 있었다.


"여러분, 똥꼬에서 뭐가 나와요?"

킥킥거리며 소란스럽다.

"똥이요."

"그럼 자고 일어나면 눈에서 나오는 똥은 뭐죠?"

"눈곱이요."

"그럼 귀에서는 어떤 똥이 나오죠?"

신나서 대답한다.

"귀지요."

"그럼 코에서 나오는 똥은 뭐죠?"

"... 코딱지요."

"맞아요. 코딱지는 코 속에 들어온 먼지와 세균과 콧구멍의 점액이 뭉쳐서 만들어진 똥이에요."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들이다.

"눈곱 먹어요?"

"아뇨."

아이 더러워, 하며 난리다.

"귀지 먹어요?"

"아뇨."

"그런데 왜 코딱지는 먹어요?"

킥킥 거린다.

그런데 일 분도 안되어 누군가는 또 코를 파고 있다.


이유가 뭘까?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고등학생과 초등 고학년 손주와 지인들에게 물어봤다.

 "코딱지 파 먹어본 적 있어요?"
놀랍게도 대부분 어릴 때 코딱지를 파 먹어본 적이 있다고 한다.

난 내가 기억하는 한, 단 한 번도 없다. 결벽증이 있어서 일 듯하다. 아무튼 코딱지를 먹는 것을 보는 것은 여전히 힘들디.


오늘도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서 또 발견하고, 이렇게 성토하는 중이다.


"얘들아, 제발 코딱지 좀 휴지에 싸 버리면 안 되겠니?"

그런데 이번 책은 어머나, 성인책이다. 

겉표지 넘기자마자 (비위 약한 분들에게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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