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카페일기] HOCUS POCUS

'케익과 같은 도넛'을 만날 수 있는 곳

by 도쿄다반사

[東京] HOCUS POCUS (나가타쵸)

[珈琲]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카페라테

[音楽] Wilson Simonal / Simona (1970, ODEON)



도쿄에서 좋아하는 거리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항상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은 ‘ROUTE 246’으로 불리는 246번 국도를 구성하고 있는 아오야마도오리(青山通り)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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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테산도 역 사거리에서 246번 국도, 일명 'ROUTE 246' 표지판을 볼 수 있다.

학교를 다녔을 때는 나카이(中井)에서 오오에도센(大江戸線)을 타고 아오야마잇쵸메(青山一丁目)역에 내려서 아오야마도오리를 따라 시부야(渋谷)까지 가서 중고 레코드 가게들을 돌아다니는 게 주말의 일과였어요. 일본어도 능숙하지 못한 시절에 같은 반 한국인 친구들과 학교에서 만나는 것 이외에는 거의 혼자 지냈던 관계로 자연스럽게 도쿄에서 혼자 즐길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가졌던 시기였어요.


그나마 좋아하는 게 음악이라 그때는 정말 우다가와쵸(宇田川町)에 있는 각 장르를 대표하는 레코드 가게들을 모두 돌아다니면서 청음기에 들어있던 음악을 모조리 들었습니다. 그러고 나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고는 했어요.


그런 그리 화려하지 않은 주말 일과를 다채롭게 만들어주던 곳이 바로 아오야마도오리의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저에게는 그 풍경이 바로 상상해왔던 ‘도쿄’의 모습이었어요. 그리고 그런 인상이 아직도 남아있어서인지 지금도 아오야마도오리는 가장 걷고 싶은 거리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카사카미츠케(赤坂見附)역에서 출발해 시부야역까지 가면 대략 3.5km 정도의 거리를 걷는데요 그동안에 숨 쉴 틈 없이 계속 변화하는 도시 풍경을 세련되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아오야마도오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일반적으로 어느 거리를 걷다 보면 그 도시에서 거리라 기능하는 역할을 한동안 풍경으로 보여주는 편인데요 아오야마도오리는 그 경계가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거리 분위기가 자주 바뀝니다. 그래서 크게 지루하게 느끼지 않으면서 걸어 다닐 수 있어요.


그리고 ‘아오야마’라는 이름이 붙어서 복잡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특별한 행사가 없는 한 실제로 걸어보면 오모테산도(表参道)역 주변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사람들로 붐비는 지역이 많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06_hocus pocus_03.jpg HOCUS POCUS에서 아카사카미츠케 역(赤坂見附)으로 가는 길

요즘은 혼자 다니는 시간이 별로 없지만 가끔 도쿄에 혼자 있을 때는 여전히 음악을 들으면서 아오야먀도오리를 걷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아카사카(赤坂)나 아카사카미츠케 주변에 숙소를 잡아서 그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걷기 시작하는데요. 그때 들리는 곳이 나가타쵸(永田町)라는 조금은 생소한 지역에 있는 도넛 전문점 HOCUS POCUS 입니다. 이 주변에 있는 게 국회의사당, 총리 관저, 국회의장 공관, 각 정당 본부라서 관광으로 도쿄에 왔을 때는 사실 목적지로 고를 일이 없는 곳이긴 한데요 아카사카미츠케 역과 지하로 연결이 되어있는 곳이라 저 도넛 전문점을 가려고 산책의 출발점을 나가타쵸로 정하고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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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난 후 HOCUS POCUS 전경

여기는 ‘케익과 같은 도넛’을 만드는 게 컨셉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는 요요기하치만(代々木八幡)의 유명 커피 전문점인 LITTLE NAP COFFEE STAND 의 커피를 마실 수 있어요. 그 외에도 아오야마에 있어야 되지 않나 싶을 정도의 톤앤매너를 갖춘 매장과 스탭들의 스타일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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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CUS POCUS 매장 내부. 깔끔한 인테리어와 세련된 스탭 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넛을 시식할 수 있다.

심지어 카세트 테이프로 디제잉을 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들릴 때마다 무슨 이유로 이런 가게가 딱딱한 정치의 거리인 나가타쵸에 조용히 들어서게 되었는지에 대해 혼자만의 상상의 시간을 가지고는 합니다.


케익같은 도넛과 맛있는 커피

산책을 시작하면서는 10월 초의 아오야마도오리의 가을 풍경을 생각하면서 예전에 만들어둔 ‘ROUTE 246’이라는 타이틀의 믹스를 듣습니다. 보통 믹스를 만들 때 가장 이미지를 대표하는 한 곡을 정해놓고 그 앞뒤로 연결하는 곡을 고르는데요 이때는 Wilson Simonal이라는 지금도 도쿄의 클럽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오래전 브라질 유명 삼바 뮤지션이 만들었던 Comigo E Assim 이었어요. 유명한 은행나무 가로수길 앞을 지나가면서 이 곡을 들었을 때는 ‘이 사람 아오야마에 살았던 거 아니야?’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어요. 아오야마도오리는 정말 저에게 다양한 인상을 건네주는 것 같습니다.



[東京] HOCUS POCUS (나가타쵸)

[珈琲]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카페라테

[音楽] Wilson Simonal / Simona (1970, OD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