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상회를 왜 하나요?"
음악을 듣고 고르는게 거의 유일한 취미인 저에게 선곡은 여가 시간을 즐겁게 집중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줍니다. 예전에는 음악 관련 일을 하고 싶어서 실제로 도쿄에 있으면서 잡지에 글을 쓰거나 한국과 일본의 레코드 회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서포트’나 ‘가교’ 역할을 한 것 뿐이었죠.
어렸을 적에는 음악에 대한 욕심이란게 자리잡았던 적도 있었는데 그럴수록 음악과 멀어지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쿄에서 생활하면서 순수한 취미로서의 음악과 만나면서 신기하게도 차츰 그런 욕심이 사라지게 되었고요.
희귀한 앨범을 가지고 있다거나 음반을 몇 만장 가지고 있다거나 남들보다 음악적인 지식이 뛰어나다거나 날카롭게 비평할 수 있다는 그런 것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크게 관심이 있는 분야도 아니고 능력으로도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자기 욕심이란게 거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하나 남아있는게 있는데, 바로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분을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거에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선곡을 나누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매주 시부야의 레코드 가게만을 돌아다니다보니 주로 그 주변에서 관심이 높았던 레어그루브 로 알려진 전세계에 존재하는 주목받지 못했던 희귀 앨범들을 좋아하게 되어버려서 선곡도 그 위주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음감회 때 ‘음악을 찾아봤는데 뭔지 나오지를 않아요’라고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그리 잘 알려진 뮤지션들도 아니고 시중에서 구하기도 쉽지 않으며 뭔가 설명을 하려면 전문적인 음악 지식을 넣어야 될 듯한 장르의 음악들이에요.
그런 고민을 바탕으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지금 도쿄다반사 에서 하고 있는 ‘도쿄의 거리를 다니면서 듣는 음악’ 이라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음악을 고를때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 가진 음악적 배경 지식과 상관없이 음악 자체를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이지 리스닝 (Easy Listening)’ 이란 단어를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럴때마다 흔히 서브컬쳐 라고 불리는 영역의 매니악한 재료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풀어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최근 음악에 대한 공부라면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인 것 같아요.
위의 이런 생각들을 얼마 전 도쿄에 갔을때 다이몬(大門)역에 있는 르누와르(喫茶室ルノアール)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했었습니다. 하네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일행과 저녁 늦게 만나기로 한 날이었는데 맥도날드 같은 곳을 제외하고는 카페 같은 곳이 전부 문을 닫은 시간이라 유일하게 밤 11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르누와르에 들어와서 있게 되었거든요.
르누와르는 도쿄 거리를 다니면서 자주 볼 수 있는 킷사텐 체인점입니다. 1957년에 창업한 곳인데 원래는 센베(煎餅)집이라서 개업 당시에는 일본차와 센베 세트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도쿄와 카나가와 지역에서 융 드립 으로 내린 브랜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커피를 마신후 인적이 드문 다이몬역 거리를 걸으면서 바라보는 도쿄 타워의 모습을 좋아합니다. 록퐁기쪽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예뻐요. 특히 여름에는 Night Music 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하와이언AOR 앨범을 항상 들으면서 바라봅니다.
[東京] 르누와르 (하마마츠쵸/다이몬)
[珈琲] 드립 아이스 커피
[音楽] Cecilio & Kapono / Night Music (1977, CBS S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