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음악과 함께라면
시티팝.
1970년대의 '크로스오버의 시대'를 지나면서 1980년대 중반까지 당시 일본의 젊은 싱어송라이터들이 만들어낸 포크나 락이 아닌 새로운 감각의 음악들을 지칭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분위기의 음악이 197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제가 경험한 범위 내에서는 요사이 한국과 일본 음악팬들의 공통적인 테마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이러한 스타일을 지닌 두 나라의 음악에 서로 관심을 가지는 경향도 보이고 있습니다.
아래 영상은 올해 발표된 국내 음악들 중에서 인상에 남아서 도쿄의 음악 관계자들을 만날때마다 들려준 음악이에요. "정말 일본의 시티팝 스타일이네요. 이 곡 아날로그 레코드로 나오면 구입하고 싶어질 것 같아요." 와 같은 반응이 많아서 정말 레코드로 발매가 된다면 시부야나 아오야마의 DJ 파티에 이 곡이 흐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이 뮤지션의 레코드는 지금 도쿄의 선곡가나 DJ들이 '한국의 시티팝'으로 많이 찾고 있어요.
도쿄에서 TV를 보다보면 외국인이 시부야의 레코드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YMO나 오누키 타에코와 같은 레코드를 찾고 있는 버라이어티 방송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지난 여름에 취재를 하기 위해 시부야의 레코드 가게를 다니면서도 느꼈지만 다양한 레코드들이 적정한 가격대로 갖춰져 있어서 한국에서 일본의 시티팝 계열을 좋아하는 음악팬들에게 추천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부야의 유명 레코드 가게는 이러한 스타일의 오래된 일본 팝 음악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를 뉴욕에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의 이러한 동향을 보면서 음악은 정말 알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런 1970~80년대에 도쿄를 채색했던 음악을 몇 곡 소개하려고 해요.
시티팝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골라봤습니다.
1970년대에 오오타키 에이이치 라는 일본 팝 음악의 거장이 만든 나이아가라(Niagara) 레이블이 있습니다. 그 중 Niagara Triangle Vol.1 이란 앨범은 오오타키 에이이치, 야마시타 타츠로, 이토 긴지라는 시티팝을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에요.
당시 나이이가라 레코드의 레이블에는 'Fussa Tokyo Niagara Records' 라고 표기되었다는데요, 훗사(Fussa, 福生市)는 도쿄 외곽 지역의 미군 부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시티팝이 미국의 AOR 음악들과 공통 분모가 많은 이유를 추측할 수 있는 단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당시의 시티팝을 이야기하면서 꼭 언급해야 하는 레코드 가게가 바로 미나미아오야마에 있던 Pied Piper House (1975~1989) 입니다.
오너인 나가토 요히로는 Sugar Babe나 Tin Pan Alley와 같은 시티팝에 영향을 준 밴드들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단편 '비 피하기(雨やどり)'에서 주인공이 시부야에서의 업무 미팅을 마친 후 산책을 하면서 향했던 레코드 가게로 익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곳은 1990년대의 시부야계 음악을 만들었던 주인공들이 스탭으로 일하거나 단골이었던 가게로도 유명합니다. 그런 레코드 가게가 최근 시티팝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재조명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은 시부야 타워레코드에 가면 팝업스토어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레코드 가게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컴필레이션 앨범도 나왔는데 이런 곡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시티팝 스타일의 음악 중 하나는 타케우치 마리야의 Plastic Love 가 아닐까 해요.
브라질 음악을 좋아해서 그런 스타일이 담겨있는 이 시기의 음악들도 자주 듣습니다. 1984년에 발표된 이 곡은 비슷한 시기의 이반 린스와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요.
삼바 비트라면 이런 곡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DJ를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가와 야스코의 Skindo-Le-Le 입니다. 원곡은 Viva Brasil 이라는 브라질리언 퓨전 밴드가 1980년에 발표했습니다.
시티팝 음악이 활발히 나올때 쯤에 일본에서는 '퓨전' 이라는 장르의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도 등장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두 스타일 뮤지션들은 서로의 앨범에 연주자로 참여하거나 곡을 제공하는 등 교류가 풍부했어요. 그래서 지금 시티팝 음악이 재조명되면서 비슷한 시기의 퓨전 계열의 뮤지션들의 재발매 이슈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토키 히데푸미라는 재즈 퓨전 계열에서는 유명한 색소폰 연주자는 야마시타 타츠로의 세션 참여로도 알려진 인물입니다. 지금은 Cymbals의 멤버였던 토키 아사코의 아버지로 더 유명하지 않을까 해요.
재즈 퓨전 계열의 뮤지션이 곡을 제공하고 세션으로 참여한 스타일인 아란 토모코의 앨범입니다. 여기에서는 카시오페아(Casiopea)의 멤버들이 작곡, 편곡, 연주를 맡고 있어요.
참고로 카시오페아는 이런 음악을 했었어요. 월드 투어 중 도쿄 공연 실황인데 1980년대의 카시오페아의 인기를 알 수 있습니다. 알파 레코드(Alfa Records)에서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전략적으로 세계 진출을 생각하고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바로 YMO와 카시오페아였다고 해요.
이 시기의 알파 레코드는 시티팝과 퓨전 계열에서 활약한 뮤지션들이 많이 소속되어 있기도 해서 요즘도 자주 화제가 되고 있어요. 덧붙이자면 공연 영상에서 브라스 세션을 담당하고 있는 주인공은 시티팝 음악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는 스펙트럼(Spectrum)입니다.
스펙트럼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곡은 이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나라에서 자주 접하는 시티팝은 이 두 곡이 아닐까 합니다.
시티팝을 검색하다 보면 상쾌한 일러스트 작품과 자주 만날 수 있을거에요.
나가이 히로시, 스즈키 에이진과 같은 작가들이 작업한 레코드의 커버 아트웍도 추천해드립니다.
나가이 히로시는 오오타키 에이이치의 A Long Vacation을 비록한 나이아가라 레이블들의 작품들을 많이 담당했고요, 스즈키 에이진은 앞서 소개한 Morning Glory가 수록된 앨범 'For You'가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이들 작품은 마치 시부야계 시절의 신도 미츠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의 GROOVISIONS의 작업과 같이 한 시대를 상징하는 분위기를 담고 있어요.
그러고보니 최근에는 나가이 히로시의 작품의 경우는 셀렉트샵 빔스(BEAMS)와의 협업 제품들도 많이 나와 있어요. 저 같은 음악 팬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선물입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페이지에서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