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음악과 함께라면
학생 시절에 재즈 동호회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도쿄에서 잠시 좋은 음악과 함께 커피 브레이크를 가지고 싶을 때 떠오르는 곳들도 주로 '재즈킷사(ジャズ喫茶)'가 많습니다. 재즈킷사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재즈를 좋은 음향 기기를 통해 레코드로 틀어주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킷사텐(喫茶店)'이에요. 전 세계에서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라고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라면 그가 센다가야의 한 구석에서 아내와 함께 재즈킷사을 운영하면서 데뷔작을 쓴 것으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재즈킷사를 다시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도 있어서인지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여러 미디어에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내의 한 패션 잡지에서도 도쿄의 재즈킷사 특집이 다뤄지기도 했고, 모 여행 관련 TV 프로그램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도 나왔으며 하루키 자신도 즐겨 찾았다는 재즈킷사인 신주쿠의 DUG이 등장하기도 했어요. 그런 이유에서인지 조금은 색다른 도쿄를 경험하고 싶은 국내 여행자들이 요사이 재즈킷사를 자주 찾고 있기도 해요.
조금은 다른 이야기인데요 가끔 대학생이나 갓 사회에 발을 디딘 분들이 발표하는 자기소개 같은걸 들을 기회가 생겨서 관심 있게 보고 있는데 '자신을 알리는 취미’ 중에 재즈 페스티벌에 간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왔어요.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학생 시절 제가 한국에서 경험한 재즈의 감각보다 지금 20대를 보내는 젊은 세대의 분들이 재즈를 틀에 얽매이지 않고 편하고 자유롭게 접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재즈킷사를 중심으로 도쿄의 재즈 이야기를 음악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선 재즈 음악 팬들이라면 도쿄에서 중고 레코드 가게를 자주 찾지 않을까 해요.
저는 재즈라면 디스크유니온의 신주쿠 재즈관(新宿ジャズ館)이나 오챠노미즈 JazzTOKYO 에 자주 갑니다.
요즘은 음반을 고르는 시간이 예전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아서 재즈를 들을 때 꼭 한 번씩은 들어볼 만한 유명한 앨범들의 LP 미니어처 음반을 중심으로 찾고 있어요. 익히 알고 있는 앨범이라도 의외로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이 많아서 이런 기회를 통해 저렴하게 구매하고 있습니다.
재즈와 함께 커피 브레이크를 가지고 싶을 때는 지인이 운영하는 재즈킷사를 찾아갑니다.
제가 좋아하는 두 곳은 최근 도쿄의 신감각 재즈킷사로 주목받고 있는 나카노의 rompercicci와 니시오기쿠보의 JUHA 입니다. 커피와 음식도 맛있지만 역시 이 두 곳은 가게 안에 흐르고 있는 독특한 공기와 함께 전해지는 음악이 인상적이에요. 그 두 곳에서 만난 음악들입니다.
재즈킷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재즈킷사안내(ジャズ喫茶案内)'라는 사이트가 있어요.
GQ JAPAN 부편집장의 경력을 지닌 쿠스노세 카츠마사(楠瀬克昌) 씨가 운영하는 재즈킷사 소개 사이트입니다.
아마도 재즈킷사에 대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정보를 지닌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에요. 그래서인지 인스타그램 계정은 전 세계 음악 팬들이 팔로잉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레어그루브 스타일이 도쿄에서 유행하면서 오래전 재즈들이 댄스 플로어에서 흐르게 되었습니다. 가령 이런 곡들은 패션쇼 런웨이에서도 나왔다고 해요.
1990년대 초반에 레어그루브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도쿄의 크리에이터들이 재즈를 어떤 형식으로 담아내었는지를 볼 수 있는 영상입니다. 음악부터 앨범 커버 아트웍과 프로모션 비디오까지 모던 재즈에 대한 이미지를 강하게 인용한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른바 춤을 출 수 있는 '클럽'에서 주로 흐르는 재즈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은 시부야의 THE ROOM이라는 클럽을 추천드립니다. http://www.theroom.jp/
그리고 도쿄에서는 재즈를 들을 수 있는 다양한 라이브 클럽이 있어요.
블루노트 도쿄와 같은 대형 클럽부터 동네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작은 라이브 하우스까지 다양합니다. 그래도 여행자들이 가장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라면 역시 블루노트 도쿄와 계열 점포들이 아닐까 해요.
우선 미나미아오야마의 블루노트 도쿄를 포함해서 요코하마의 모션블루 요코하마, 마루노우치의 코튼 클럽과 같은 라이브 하우스는 국내외 유명 재즈 뮤지션들의 라이브를 볼 수 있습니다. 당일권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으니 공연 전에 한 번 문의를 해보는 것도 추천드려요.
블루노트 도쿄 http://www.bluenote.co.jp/jp/
모션블루 요코하마 http://www.motionblue.co.jp/
코튼 클럽 http://www.cottonclubjapan.co.jp/jp/index.html
아래 영상은 일본의 재즈 퓨전 그룹인 THE SQUARE의 모션블루 요코하마의 라이브 영상입니다. 요즘 주목받는 시티팝 영향인지 이런 과거 1980년대 일본 퓨전 그룹들의 라이브가 클럽에서 자주 열리고 있어요.
이런 라이브 클럽 이외에도 도쿄 곳곳에는 블루노트 재팬이 프로듀스한 다양한 형태의 매장이 있는데 그런 곳도 다녀보시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마루노우치 지역의 카페와 다이닝 바인 resonance, 도쿄를 대표하는 선곡가들이 매장 BGM와 인스토어 DJ를 맡고 있는 오오테마치의 레스토랑 LadyBlue, 요가와 재즈를 함께 하는 이벤트와 미술 전시도 하고 있는 오챠노미즈의 카페 cafe 104.5와 같은 곳에서는 식사와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resonance http://www.resonance.ne.jp/index.html
LadyBlue http://ladyblue.jp/
cafe 104.5 http://www.cafe1045.com/
신주쿠의 Brooklyn Parlor와 지유가오카의 BLUE BOOKS와 같은 곳들은 책과 음악을 연계한 공간을 구성하고 있어요.
Brooklyn Parlor http://www.brooklynparlor.co.jp/shinjuku/
BLUE BOOKS http://bluebookscafe.jp/
이런 공간들도 도쿄 여행에 담아보시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 얼마 전 블루노트의 30주년 기념으로 BEAMS와 콜라보한 제품들이 나와있는데요 재즈 팬들에게는 도쿄 기념품으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요즘의 도쿄 모습과 재즈를 어떤 곡으로 표현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고르게 된 음악입니다.
역시 저는 도쿄의 풍경이 보이는 프로모션 비디오를 좋아하는가 봅니다.
위에 소개한 장소들을 지도에 남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