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음악과 함께라면
요즘 일본의 TV 광고 음악 중에 가장 개인적인 취향과 잘 맞는건 HONDA 의 자동차 광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이를테면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나오는 광고에요.
각각 SIRUP 과 Nulbarich 라는 최근 도쿄에서 주목을 모으고 있는 젊은 세대의 뮤지션들의 음악을 연속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어쩌면 HONDA의 자동차 광고를 보면 요사이 새롭게 등장하는 양질의 일본 팝 음악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 뮤지션들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블랙 뮤직이라는 스타일을 기반으로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어렸을 적부터 즐겨 들었을 듯한 오래된 소울과 R&B와 같은 음악이나요,
1960~70년대의 재즈, 소울, 훵크, 보사노바 등의 레코드를 커버하거나 샘플링한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에 걸쳐서 등장하는 ACID JAZZ나 힙합,
그리고 D'Angelo나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와 같은 네오 소울과 재즈 계열의 21세기의 새로운 개념의 블랙 뮤직을 제안한 뮤지션들의 영향을 받고 있어요.
다시 말해 1970~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에 각 시대를 장식했던 소울, R&B, 힙합, 재즈 등의 음악을 듣고 자란 일본의 뮤지션들이 2010년대에 등장해서 자신들만의 새로운 음악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에요.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들 음악은 젊은 세대 뿐 아니라 1980년대의 AOR이나 시티팝, 1990년대의 시부야케이와 레어그루브의 음악을 들어온 기성 세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따라서 자동차 광고 음악에 사용되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들 중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Suchmos 입니다.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진 밴드에요.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가장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바로 Lucky Tapes 였어요. 인디 레이블 시절에 발표한 Touch! 라는 곡을 들었을 때 처음 애시드 재즈를 접했던 시절의 감각이 떠올랐습니다.
인디 시절의 Lucky Tapes와 비슷한 시기에 들었던 cero 의 음악입니다. 작년에 발표한 앨범의 경우는 제 주위의 일본 지인 분들이나 미디어 관계자들이 모두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던 작품이었어요.
남녀 혼성 5인조 팝 그룹인 Awesome City Club도 댄서블한 기분 좋은 음악을 들려줍니다.
재즈를 기반으로 하는 WONK 는 네오 소울과 힙합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을 들려줍니다.
iri 라는 싱어송라이터는 에리카 바두나 The Internet, Noname 과 같은 뮤지션들과 많은 공통점이 보이는 음악을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1990년대의 시부야 우다가와쵸 의 느낌을 느낄 수 있다는 감상이 많이 보였어요.
다시 처음 광고 음악으로 돌아갑니다. 오사카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KYOtaro가 도쿄로 활동 거점을 이동하면서 만든 새로운 프로젝트인 SIRUP 의 곡이에요. 상쾌한 댄스 음악으로 1990년대에 애시드 재즈를 즐겨 들은 음악 팬들이라면 오랜만에 예전 생각이 많이 나지 않을까 해요.
이들 외에도 비슷한 유형의 뮤지션들이 지금 도쿄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오래전 시티팝이나 시부야케이 처럼 2010년대를 상징하는 하나의 음악 스타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음악을 광고에 연이어 사용하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음악들을 메인스트림으로 이끌고 있는 HONDA 의 광고 음악 담당자의 센스도 굉장한 것 같아요.
가장 최근에 발표된 음악 중에는 메이저 레이블에서 앨범을 내기 시작한 Lucky Tapes의 신보에 있는 곡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20대 초반'의 감성이 뭍어있는 음악은 언제 들어도 상쾌한 기분이 들게 만들어줘요. 대만에서 촬영했다는 뮤직비디오도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