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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다반사 Mar 06. 2019

도쿄 저녁 벚꽃과 Sky High Productions

도쿄에서 음악과 함께라면

지난주는 잠시 업무 미팅이 있어서 도쿄에 다녀왔습니다. 서울과 비슷한 기온이라고는 하나 역시 태평양을 통해 들어오는 바닷 바람 때문인지 맑고 파란 하늘이 보이는 날에는 어딘지 모르게 포근한 기분마저 느낄 수 있었어요. 중간중간 비가 계속 내려서 그런 기분을 오래 느낄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벌써 봄의 한 가운데에 있는지 여기저기에는 꽃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어요. 조금 있으면 벚꽃이 만개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거리를 거닐다가 문득 근처에 레코드 가게가 있으면 'Sky High Productions'의 음악이 들어있는 앨범만을 찾아서 듣는 것도 이맘때 도쿄에서 할 수 있는 음악 여행이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음, 일정 때문에 레코드 가게에는 들리지 못했지만요.


'Sky High Productions'. 생소하게 들리실 수 있겠지만 소울과 훵크, 크로스오버 퓨전 시절의 재즈 그리고 요사이의 힙합과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음악 팬들과 DJ 사이에는 상당히 유명한 음악 프로덕션의 이름입니다. 래리 미젤(Larry Mizell)과 폰스 미젤(Alphonso "Fonce" Mizell)이라는 우리에게는 미젤 브라더스(Mizell Brothers)로 잘 알려진 형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는데요, 모타운을 시작으로 특히 1970년대 블루노트에서의 활동으로 '크로스오버/퓨전' 이라는 당시의 재즈 스타일의 톤을 만들어 낸 것이 인상적입니다. 'Sky High' 라는 명칭다운 상쾌한 소울, 재즈, 훵크 스타일의 음악을 1970년대의 10여년간 우리에게 선사해줬어요. 그런 의미로 봄의 기운이 풍성한 도쿄의 저녁 거리를 거닐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산책 음악이기도 합니다. 


폰스 미젤은 'The Corporation' 이라는 모타운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담당한 팀에 소속되어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Jackson 5 의 이런 곡을 맡기도 했습니다. 어리지만 당차게 노래를 하고 있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도 볼 수 있네요.


The Jackson 5 / I Want You Back (1969)




'Sky High Productions' 은 재즈 트럼펫 연주자인 도날드 버드(Donald Byrd)가 펼친 1970년대의 새로운 음악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 음악들이 지금도 힙합 뮤지션이나 DJ 들에게 샘플링되고 있어요. 그런 이유인지 지금 들어도 '오래된 음악' 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이 곡 같은 경우는 습기 가득 머금은 봄기운이 한창인 따스한 도쿄의 밤공기가 떠오르는 음악이에요.


Donald Byrd / Sister Love (1973)


플룻 연주자인 바비 험프레이(Bobby Humphrey)의 1973~75년도 블루노트 발표작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Bobby Humphrey / You Make Me Feel So Good (1975)




이런 음악들은 클럽에서 자주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술도 못 마시고 춤도 못 추는 사람들은 얌전히 음악만을 들으면서 하나하나 어떤 곡이지 알아보는 재미라도 찾게 되는데요 도쿄에는 의외로 그렇게 즐길 수 있는 카페와 클럽이 많이 있어요. 다음에 나오는 두 곡은 모두 1977년의 'Sky High Productions'를 상징하는 댄스 넘버입니다.


Gary Bartz / Music Is My Sanctuary (1977)


Rance Allen Group / Peace Of Mind (1977)




앞서 잠시 언급한 애시드 재즈나 힙합 뮤지션들에 의한 샘플링으로도 유명한 음악이 많아요. 자미로콰이의 데뷔 앨범을 즐겨 들으신 분들에게는 익숙할 수 있을 것 같네요. 


Johnny Hammond / Los Conquistadores Chocolates (1975)


도날드 버드의 이 곡은 J Dilla의 커버로도 유명합니다. 


Donald Byrd / Think Twice (1975)




그리고 'Sky High Productions'의 가장 큰 매력은 이렇게 따스한 저녁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느낌의 아름다운 음악들이 아닐까 해요. 


Roger Glenn / Gloria (1976)


Margie Evans / Waterfalls (1974)


A Taste Of Honey / I Love You (1979)




이렇게 하나하나 올리다 보니 역시 'Sky High Productions'는 벚꽃이 가득한 도쿄의 봄 야경을 바라보면서 걸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인 것 같아요. 아마도 시부야의 봄 풍경을 보면서 수없이 반복해서 듣지 않았을까 하네요. 때로는 음악이 거리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 음악들이에요. 곧 도쿄에도 벚꽃이 핀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혹시 도쿄에 들릴 일이 있으시다면 이런 음악들과 함께 봄의 도쿄를 느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Gary Bartz / Gentle Smiles (1975)


Johnny Hammond / Call On Me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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