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쿄프리 Tokyofree Jun 12. 2023

만들어진 친절함과 자연스러운 본심

일본의 만들어진 서비스 정신

 

※글의 내용은 다분히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참고 정도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니, 이것부터 빨리 내려요! 나 가야 되니깐.'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적에, 나는 별 감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한국에서 20년 넘게 살았고, 일본에서는 고작 1년 남짓 살았을 뿐 아닌가. 하지만 그 생각은 인천공항에서 돌아오는 공항버스에서 산산조각 나버렸다.


흔히들 그렇게 말한다. 일본의 친절함은 인위적인 것이며 본심은 다를 것이라고 말이다. 일본어로는 '혼네'와 '다테마에'라고 한다. 혼네는 진심을 뜻하는 단어이며 다테마에는 남에게 보이는 모습을 의미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일본 사람들이 겉으로는 친절해 보여도 속으로는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을 것이라며 불안해하기도 한다.


나도 이를 부정할 생각은 결코 없다. 고작 식당에 들어가서, 편의점에 들어가서 직원들한테 접객을 받을 뿐인데 내가 어떻게 그들의 속마음까지 내다보겠는가.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오만이다. 다만 그게 만들어진 친절함이라고 해서 그 가치가 폄하되어야 하는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공항버스, 그 당시 내가 그 버스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다른 손님들은 모두 내리고 마지막 종착역에서 내렸던 나는 버스 안에 들고 들어갔던 가방과 옷을 들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일본에서 살다 돌아온 터라 짐이 많았어서 이민 가방 한 개와 큰 캐리어 한 개를 버스 아래 트렁크에 넣었었다.


날 당황하게 만들었던 그 일은 이때 발생했다. 한 손에는 옷을, 다른 손에는 백팩을 들고 있던 터라 트렁크의 짐을 내리기 힘들었다. 하여 가방을 잠시 아래에 두고 옷을 입고 있는데 갑자기 버스 기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다.


'아니, 이것부터 빨리 내려요! 나 가야 되니깐.'


나는 순간 내가 잘못한 건가 싶었다. 아마 기사님도 그 짐만 내리면 쉬러 가실 수 있으니 서두르신 것 같았다. 하지만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가방 메고 짐을 내렸을 텐데, 트렁크 레일만 빼두고 그렇게 말씀하시니 왠지 모를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배려가 부족했나 싶다가도 나도 어쩔 수 없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결국 옷과 가방을 대충 정리하고 캐리어와 이민 가방을 내렸지만 마음속에서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다.


'아, 내가 한국에 돌아왔구나. 그런데 조금 낯설다.'


한국에서 편의점에 들어가면 성의 없이 대꾸하고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아르바이트생들이 가끔 보인다. 내가 가게에 들어갈 때부터 계산대 앞에 갈 때까지 손 안의 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이게 자연스러운 본심이라면 만들어진 친절함과 비교했을 때 나는 후자를 고르겠다.


물론 한국에도 서비스 정신을 가지고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분들이 훨씬 많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다. 아마 저 때는 운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런 친절함을 바란다면 반대로 내가 직원의 입장이 되었을 때 배로 힘들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니 서로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친절함을 갖추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이것마저 꼰대일까. 그럼 나는 20대의 나이에 벌써 꼰대가 되어버린 듯하다.

이전 02화 한국인에겐 생소한 일본 출근길 전철 풍경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