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일을 한번 해 보자, 첫 번째 이야기
일본에서 취직활동을 한다는 학생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은, '학생 시절에 뭐 하셨어요?'라는 질문이다.
학생 시절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 취활생이 되기 전에 경험해 두면 좋은 거 무엇일까?
꼭 일본이 아니더라도도, 외국에서 취직하고 싶은 학생들이나, 2-3년 후 취활을 앞둔 대학생들이라면 고민하는 이들도 많을 듯싶다.
최근에 만난 유학생한테 들었는데, 요즘 일본 취준생들은 '学生時代力を入れたこと(학생 시절에 열심히 한 일)'을, ガクチカ(가쿠치카)라고 한다고 한다. 신생어가 생길 만큼, 면접 때 단골로 등장하는 질문이다.
꼭 취직을 의식해서 여서는 아니었지만, 나는 가만히 앉아있는 걸 잘 참지 못하는 성질이라, 일본에서의 대학생활 이런저런 경험들을 많이 했다.
지난 글을 통해서, 교내에서 활동한 두 가지 동아리 활동을 소개했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종류의 학생 시절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학시절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오늘도 내 글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일본에서의 대학 생활, 1년은 금세 지나갔다. 100% 일본어로 진행하는 수업에 따라가기에 필사적이었고, 일본인밖에 없는 커뮤니티 안에서 허우적허우적 내 나름대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며 바쁜 1년을 보냈다. 2학년이 되자, 신기하게도 어렵기만 하고 버겁기만 했던 모든 것들이 한껏 수월해졌다. 매번 강의 때마다 강의실 맨 앞에 앉아서 45분을 보내던 나는 조금씩 여유가 생겨서, 한 두 번쯤 수업에 결석하더라도 어려움 없이 학점을 딸 수 있는 평범한 대학생이 되었다.
2학년 봄, 올해부터는 유학 생활에 필요한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보태보자 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년 동안은 학업에 열중하기 위해서 부모님의 도움에 의지해 유학 생활을 보냈었지만, 친구들도 여러 명 생기고 동아리 활동도 하다 보면 지출이 생각보다 많아졌다.
여대생이 꿈꾸는 아르바이트,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카페 점원이었다. 예쁜 카페에서 깔끔한 유니폼을 입고 생글생글 웃으며 서빙을 하는 아르바이트생,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볼 듯한 그런 그림에 그린 듯한 카페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한 번도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었던 나, 외딴 나라에 와서 모든 게 첫 경험이었다. 그 당시 살던 집 근처에 있는 커다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생을 구한다는 종이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종이를 보고 전화했습니다'
전화를 받았던 점원이 점장한테 연결해주었다. 나는 대학 2학년 학생이고, 그 카페 근처에서 살고 있으며 주 3-4일은 일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학생, 일본인인가요?'
느닷없는 질문이었다.
내 일본어가 그렇게 어설펐던 것일까?
'아니요. 한국 국적입니다'
지금까지 조건을 이야기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마지막에 와서 국적을 묻는다.
'죄송합니다만, 저희는 일본 국적인 사람만 일할 수 있어요'
황당했다. 작은 카페도 아니었고, 동경 내 주요 도시에 점포가 있는 체인점이었다.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왜 사람을 만나보지도 않고 결정하는 거지?
게다가 국적? 내가 만약 재일교포라면 일본에서 오래 생활한다 하더라도 국적은 일본이 아닐 텐데, 그럼 재일교포도 고용하지 않는다 이런 건가? 끓어오르는 화를 참고, 다른 알바 자리를 모색했다.
(참고로, 이때 전화했던 체인점은 그 후, 일본 생활 9년째에 접어든 지금도 이용하지 않는다)
그 후에도, 쉽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주 며칠 일할 수 있는지, 하루 얼마나 일할 수 있는지 학생 신분으로 여러 제한이 있었고, 아르바이트라는 장소에서도 나는 한국인 커뮤니티가 아닌 일본인 커뮤니티를 중시했기에 더욱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한인 음식점, 체인 음식점, 주방일 등은 일본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되기 쉽다. 반대로 옷 판매원이나 높은 접객의 질이 필요한 업종은 유학생을 안 뽑아주는 곳이 많다)
아르바이트도 一期一会(이치고이치에), 운명과 같이 만나게 된 곳은 요요기에 있는 Natural Lawson.
처음에는 편의점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곳은 조금 특이한 콘셉트의 편의점이었다.
유기농 상품을 위주로 판매하고, 편의점 안에서 크로와상을 굽는 그런 곳이었다. (요즘 일본 편의점은, 매점 내에서 직접 구운 빵이나 도넛을 파는 게 당연해졌지만, 7-8년 전에는 Natural Lawson정도 밖에 없었다)
아르바이트에 응모하고자 전화를 걸었을 때, 응해준 건 점장님이신 나카무라 씨였다. 처음에는 외국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괜찮을까?'하고 걱정하셨다 하셨다. 그래서 전화기 너머로, '일본어 괜찮아요?'라고 물으셨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면접 때 얼굴을 맞이하고 대화해 보자 싹 사라졌다고 하셨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생겼다.
처음으로,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는 '일'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생활비를 버는 목적도 있었지만, 내게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더욱 들뜨고 기뻤다.
※제 글이 좀 긴 것 같아서, 틈새 시간에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짧고 간략하게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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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에서 대학을 졸업 후, 경영&IT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 유학, 일본 취업에 관한 경험담을 공유하고, 멘토링 목적의 희망 포스팅을 위주로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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