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쿄효니 May 01. 2017

기회는 기다리는 자에게는 찾아오지 않는다

어머니께선 늘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조용히 준비하고 기다리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라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머니의 말씀은 진리 그 자체였고, 내 인생의 바이블이었지만, 나는 내 딸에게 어머니의 가르침을 그대로 가르치지는 않을 것 같다.


왜?


기회는 기다리는 자에게는 오지 않기 때문이다.



쥐구멍으로 도망쳐 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세 번 있다.

첫 번째는, 대학교 2학년, 두 번째는 사회생활 2년 차, 세 번째는 사회생활 4년 차에 찾아왔다.


'오더메이드 인생' 열 번째 이야기는, 대학교 2학년 기회를 잡으러 달려든 나의 실패담이다.




지난 글에서 다뤘지만, 졸업 후 광고업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는 광고 연구회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된 쿠리바야시 선배의 소개로, 이런저런 교외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대학생이었다.

지금 사회에는 이런 문제가 있으니까, 이런 서비스, 이런 비즈니스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고, 뜨겁게 열정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을 원했다.


그때 만나게 된 친구들이 WATER의 멤버들이었다.


무사시노 미술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아카마 선배, 디자인 콩쿠르에서 수차례 일본 전국 1위를 차지한 실력자였다. 이공계 전문대학에서 로봇에 대해 연구하며 로봇 격투기 대화에서 매 번 우승하던 니시무라 선배, 대학생 만화가의 길을 걷고 있었던 카네다 선배, 그리고 한 번은 사라지고 없어졌던 우리 대학의 광고 연구회를 다시 한번 일으킨 열정과 전략의 실력자 쿠리바야시 선배.


취직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학생 신분으로 커다란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열정을 가진 선배들과 만나게 된 것이다. 대학교 3학년 선배들 사이에서 나는 홀로 대학교 2학년, 물론 외국인이라는 신분도 나 홀로.


매일매일 만나서 우리는 비즈니스화 될만한 일들이 없을까 디스커션 했다.

아니, 나는 디스커션을 하는 선배들 사이에 앉아서 그들을 지켜보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선배들은 각기 제 분야에 대해서 아는 게 많았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다른 이들의 의견을 이끌어 내는 것도 능숙했다.

나는 선배들과의 대화에 끼어들어갈 수 없었다. 특별히 아는 것도 없었고, 비지니스틱 한 어려운 단어도 잘 몰랐다.


정말이지 한 마디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이들과 함께 있지만,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는 아무것도 없는데..

나 때문에 의견이 정리되지 않지는 않은가. 선배들의 시간 낭비가 되고 있지는 않은가.


온갖 열등감이 나를 괴롭혔다.

우리가 활동하는 단체에는 전기 자동차를 개발/판매하는 벤처기업의 사장님이 스폰서로 붙어계셨는데, 사장님은 우리와 만날 때마다, 눈에 띌 정도로 나를 무시했다.


수치스러웠다. 억울했다.


남들보다 몇 배를 열심히 노력해서 일본으로 유학 왔고, 일본 학생에게는 쉽고 간단할지도 모르겠지만 대학 수업 하나를 듣는데도, 리포트 하나를 쓰는 데도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온 나에 대해 스스로 격려하고, 자신이 붙기 시작했던 때였다.


그런데 여기 와서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이라고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이다.



사실 그 후, 선배들의 취직활동이 시작되면서 우리는 아무것도 성과를 남기지 못한 채 해산하게 되었다.


그 후, 선배들은 일본의 경제계를 뒤흔드는 유명기업의 내정을 받아 취직활동을 성공리에 마쳤고, 나는 '무언가 할 줄 아는 대학생이 되어야 한다. 남들과 다른, 기업에게 인정받을 만한 경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초조감과 함께 대학 2학년 생활을 마치게 된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아무런 성과도 낼 수 없었던 이 경험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때 겪은 수치스러움과 나의 부족함에 대한 창피함이, '노력해야 한다'라는 자극이 되었기 때문이다.


왜, 이번 글의 타이틀을 '기회는 기다리는 자에게는 오지 않는다'라고 정했을까.

기회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지, 이게 기회인지 아닌지, 이후 내게 어떤 도움이 될지, 혹은 지금의 내가 가진 실력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일인지, 계산하고 우물쭈물거리다가는 아무런 기회도 찾아오지 않는다.


만약 대학 2학년 때, '나 혼자 2학년이니까.. 좀...', '난 외국인이니까.. 일본 학생들만 있는 곳은 좀..', '다른 학생들은 전문분야를 가지고 있는데 난 아무것도 없으니까, 좀...' 이렇게 고민만 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다리 찢어질까 봐 겁이 나는가?

황새보다 더 빨리 달리면 되지 않는가.


기회는 만들어가는 것, 기다리기만 하는 자에게는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Brunch.

동경에서 대학을 졸업 후, 경영&IT컨설턴트로 4년 근무 후, 일본의 미디어 기업 기획&마케터로 일합니다.

일본 유학, 일본 취업에 관한 경험담을 공유하고, 멘토링 목적의 희망 포스팅을 위주로 글을 올립니다.


Naver blog.

소통위주의 블로그.

한일 부부, 일본 생활에 대해 포스팅합니다.


Instagram.

리얼타임으로 일상 사진을 제일 먼저 올리는 인스타그램.

한국어/일본어로  포스팅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외국인 노동자 되기 쉽지 않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