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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효니 Feb 18. 2016

어떤 사람들의 평균에 흔들리지 말아라.

2년 걸린다는 일본 유학 공부, 반년만에 끝낸 이야기

평균이 우리에게 하는 거짓말


우리는 평균이라는 거짓말에 속을 때가 많다.

한국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은 32살이란다, 공무원 시험 준비 기간은 평균 2〜3년이란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접했을 때,

평균 32살이라는데 이 결혼은 너무 빠른 게 아닐까.

혹은

준비기간이 1년밖에 없으면 불가능한 것일까.


하고 고민과 불안감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평균이라는 거짓말에 속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 한 발짝 머물러서야 깨닫게 되곤 한다.


쉬운 예를 들면, 만약에 대한민국에 결혼할 의사가 있는 여성이 5명이라 쳤을 때, 30살에 결혼한 여성이 1명, 32살에 결혼한 여성이 3명, 34살에 결혼한 여성이 1명일 때 평균 32살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하지만, 20살이 2명, 25살이 1명, 40살이 1명, 55살이 1명일 때도 평균 연령은 32살이 된다.

20살이 빠르다고 걱정할 필요도, 40살이 늦다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뚜껑을 열어보지 않고 평균에 현혹되지 말아라.


고등학교 수학과정을 마쳤다면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항이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일상생활에서 접했을 때 쉽게 잊어버린다.


왜 이번 글의 처음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지금부터 하는 나의 성공 스토리가 하나의  예였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평균의 거짓말에 속고 있지 않은가.




최소한 2년 필요하다는 일본 유학시험


내가 처음 일본 유학을 준비하는 학원에 갔을 때, 원장 선생님은 내 일본어 실력은 JLPT2급 정도이며, 일본 내에 잘 알려진 유명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평균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년 동안 일본어 집중강좌를 수강하면서, JLPT2급 복습과 JLPT1급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일본 유학시험 EJU대책 강좌는 들어봤자 수업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선생님은 내게

올 해는 무리다. 내년을 바라보고 준비하자.


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반 년.

부모님과 한 약속이었기 때문에, 시작도 하기 전에 '역시 반년은 무리였어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억지를 부려서라도, 반 년이라는 시간 동안 EJU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미리 설명해 두지만, 2년 걸리는 코스를 반 년 동안 몰아서 수강했기 때문에, 원장 선생님은 그 당시 학원에 반년만에 수강료를 가장 많이 낸 학생이 나라고 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나의 일본 유학 준비는, 그렇게 빠듯한 스케줄과 함께 시작되었다.




두 달안에 JLPT1급 수준 만들기


첫 번째 난관, 두 달 동안 일본어를 JLPT1급 수준으로 만들어야 했다.

보통은 1년 걸려서 듣는다는 2급 강좌와 1급 강좌를 동시에 수강하면서 공부했다.


2급 수준에서 1급 강좌를 들으면서 공부하려니까,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어려웠다.

수업 시작  첫날에 치른 미니 테스트도 엉망이었고, 반년만에 일본 대학으로 유학 가겠다고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내가, 현실에 부딪혔다.


내 실력이  이것밖에 안되는구나.


부끄러웠다.

하지만, 좌절할 시간조차 없었다.


외워야 하는 문법, 어휘, 한자 두 달만에 머릿속에 집어넣기에는 솔직히 많이 벅찼다.


고삼 수능 시험 때랑 똑같이 공부했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 공부할 시간을 확실하게 확보하기 위해 스톱워치를 항상 지참했다.


일본어뿐만이 아니라, 영어실력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TOEFL 점수가 필요했기에, 영어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시간도 필요했다.


듣는 수업이 많았기 때문에, 혼자서 공부할 시간을 절대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두 달을 보내자, 나의 일본어는 완벽하게 1급 수준이 되지는 않았지만, 비스무리한 정도의 수준에는 다다를 수 있었다.

원장 선생님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표정이셨지만, 1급 가까이는 갔으니 EJU대책 수업을 들어보라고 하셨다.


지난 글에 썼지만, 일본 유학시험 EJU에는 그 당시 독해, 청해, 청독해, 기술로 구성된 일본어 과목, 수학, 나는 인문계 지망이었기 때문에 종합과목(정치, 경제, 사회, 지리, 역사)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학원에 매일매일 등교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들을 수 있는 수업은 모조리 시간표에  집어넣었다.




EJU 생각보다 험난한 길


처음 접하는 EJU는 너무 어려웠다.

JLPT는 단순히 일본어 능력을 평가하는 자격이지만, EJU는 일본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었다.


단순 암기 혹은 문제를 푸는 훈련 만으로, 단기간에 고득점을 받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주변에는  2년째 학원을 다니면서 EJU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이 많았다.

나는 그들보다 나이도 많았고, 유학시험을 준비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에, 심적 부담도 컸다.


문제는 일본어 과목뿐 만이 아니었다.


일본어 과목은 어느 정도 문제를 풀기 위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 도움이 되었지만, 종합과목은 지식이 없으면 답안지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딱 하나, 다행이었던 것은 EJU 수학이었다.

EJU수학은 일본 고등학생이 치르는 수능, '센터시험'의 수학 과목보다 조금 쉬운 정도였다.

센터시험의 수학은 우리나라 수능에 나오는 수학처럼 꼬이고 꼬인 응용문제가 거의 출제되지 않았다.

기본적인 공식만 알고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다.

일본 학생들이 치르는 수학시험은, 각 대학에서 독자적으로 출제하는 본고사가 어렵다.


게다가  수학능력 시험공부를 끝낸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였기 때문에, EJU수학은 쉬웠다.


학원의 방침에 따라, 실제로 센터시험을 준비할 때 일본 학생들이 쓰는 참고서로 공부를 했다.

고삼 때는 수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EJU수학 공부는 참 재밌었다.

아마도 일본어와 종합과목 때문에 비교적 쉽고 즐겁다고 느꼈던  것뿐이겠지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종합과목


EJU 일본어 과목을 준비할 때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어휘력과 한자였다.

어느 정도 훈련을 하면 적응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고득점을 얻기 위해서는 어휘력과 한자능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물론 많은 일본어 문장을 읽고, 매일 일정 단어씩 암기를 하는 식의 공부도 했지만, 사실 당시 일본어 과목 점수를 극적으로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종합과목 덕분이었다.


종합과목을 공부하기 위해서, 일본 친구가 고등학교 때 사용했다는 정치, 경제, 사회, 지리, 역사 교과서를 국제우편으로 받았다.


학원에서는 선생님이 EJU에 자주 출제되는 지식을 칠판에 적어가며 설명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교과서를 읽으면서 독학으로 공부했다.


처음에는 잘 모르는 단어도 많고, 한 장 한 장 읽어가는 속도도 느렸지만, 일본어라는 언어를 공부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지식을 얻기 위한 공부였기에 재미가 붙었다.

실제로 일본의 고등학교에서 쓰이는 교과서였기 때문에, 사진과 일러스트도 많았고 책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공부에 빠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나의 독해력은 성장하고 있었다.

EJU일본어 독해 점수도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칠판에 적어가며 설명해 주신 수업 내용은 몽땅 노트에 필기했다.

내 인생에서 제일 열심히 필기한 노트가 아닐까.

두 번째로 열심히 필기한 노트는, 훗날 공부하게 된 경영 조직론.


그리고 신기하게도, 노트 필기 덕분에 익히게 된 한자가 하나 둘 씩 많아졌다.

문장으로 익힌 덕분에 자연스럽게 어휘력도 늘었다.




인생을 건 단 한 번의 시험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본시험을 치르기 전까지 2-3번 정도 모의시험이 있었다.

조금씩 점수가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내 점수는 부족했다.


올해 시험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모의시험 본다고 치고, 본방은 내년에 하자.


EJU시험 신청을 할 때, 원장 선생님은 내게 그러셨다.

선생님의 의견을 부정할 수 없는 실력이었지만, 내년 4월에는 꼭 대학에 가야만 했다.


그 해의 11월, 수능시험으로 끝이라고 생각했건만, 인생을 건 단 한 번의 시험이 또 시작되었다.


왜였을까, 이상하게 나는 떨지 않았다.


한국 대학 수능 때는, 너무 떨어서 아침에 등교하면서 그 추위에 울기까지 해서 정신이 없었다.

한번 수능시험을 쳐 봐서 배짱이 생긴 걸까, 다행히도 나는 그다지 긴장하지 않고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받은 결과는, 원장 선생님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점수였다.


○○○(내 이름), 네가 진짜 해 냈구나.

나도 믿어지지 않았지만,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였다.

노력해서 보상받지 않는 것은 없구나.


누가 안된다고 했던가, 누가 불가능하다고 했던가.

어떤 사람들의 평균이라는 거짓말에, 불안감에 휩싸여,  올해 안에 준비하기를 포기하고 내 년에 가면 되지 하고 포기했다면 이룰 수 없는 성과였다.


이때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보통, 평균이라는 말이 가진 함정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아, 내가 평균 이상을 이뤄내었을 때, 그 법칙은 깨어진다는 사실을.


하지만, 아직 나는 대학에 합격한 게 아니었다.

시험이 끝난 직후부터, 숨 돌릴 새도 없이 시작된 두 번째 난관.

대학의 본고사 준비.


기쁨도 잠시, 내게 기다리던 것은, 뛰어넘기 너무 어려웠던 국립대학이라는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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