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자 도쿄여자 #41
서울여자 김경희 작가님
네, 작가님 말씀처럼 편하게 많이 써봐요. 우리. 이렇게 막 쓴다면, 저희 글선생님은 "구성이 안 되어 있어."라고 눈을 부릅뜨시겠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글쓰는 작은 편집부에 입사한 저는 다카다노바바의 저널리즘 스쿨에 들어갔습니다. 저널리스트 두 분이 돌아가면서 두 주에 한 번꼴로 수업을 했어요. 두주에 한 번씩 글을 제출해야 했지요. 글은 간결할 것. 마음을 고스란히 정리해서 쓸 것. 쓰기 전에 반드시 구성을 할 것. 글을 매일 접하며 살아도 쓰는 일은 읽는 일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작가님 지인이 호주로 가셨다고요? 호주에선 어떤 생활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거기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 마시는지 아니면 더 멋진 카페가 많은지 궁금해요. 도쿄의 카페들은 스타벅스가 생기기 전엔, 담배와 미팅의 공간이었습니다. 가격은 스타벅스보다 비쌌고, 셀프 서비스가 아니었지요. 카페에 들어서면 물 한잔과 오시보리(물수건)을 가져다 줍니다. 그러면 스타벅스의 두 배 값의 커피값을 지불하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거나 일로 미팅을 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커피의 대중화는 오로지 스타벅스가 가져온 산물입니다. 이제는 많은 커피전문점들이 셀프 서비스를 제공하고, 카페의 경우는 커피보다 음식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커피보다 보드카를 더 많이 마시는지, 중국의 여인들은 어떤 일상을 사는지 저도 궁금해요. 우리의 여자 시리즈를 그렇게 넓혀갈 수 있다면 더 좋겠죠.
저는 상하이 출신의 친구가 있어요. 그녀와는 캐나다에서 어학연수 때 만났습니다. 당시 열일곱살의 그녀는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은행에 다니고 있어요. 공부를 매우 잘했고 웃는 얼굴이 귀여운 친구였습니다. 그녀는 그 때부터 커리어 우먼이 되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에 블랙 드레스와 선글라스가 어울리는 멋진 여성이 되었습니다. 저보다 열살쯤 어리지만 저에게 늘 삶의 용기를 주는 여인입니다.
꿈을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오래전부터 꿈을 위해 갈고 닦고 나아갑니다. 입으로만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보여줍니다. 그녀는 그녀가 열일곱에 원했던 커리어와 미모를 그야말로 거머쥐었습니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늘 멋진 남자와 함께 다니는 그녀는, 저에게 '노력'의 결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어요.
삶은 늘 생각지도 못한 일 투성입니다. 그치만 레일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또 자주 일어나지 않아요. 나아가면서 만들어가는 게 레일 같아요. 게으름은 게으른 레일과 미래를 만들고 부지런함은 부지런한 길을 터 가듯이(그게 좋건 아니건 상관없이 말이죠)
10년 후 저는 어떤 삶을 살까. 상하이 출신의 그녀, 도로시에서 댄으로 이름올 바꿔 더 멋있어진 그녀처럼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저는 10년 후 책을 10권쯤 낸 작가가 되어 있었으면 합니다. 그 중에서 한 권쯤은 베스트셀러가 나왔으면 해요.
그러려면 글에 구성이 필요하겠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겠고, 무엇보다도 그 미래를 위한 인생을 '구성'하고 나아가야겠죠.
그리하여 10년 후엔 글을 쓰며 전국을, 세계를 떠돌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꼭 그러하기를. 그러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기를.
도쿄여자 김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