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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 불가사의

너와나의 소녀시대(21)

by 김민정

<새소년> <소년중앙> <보물섬> <소년경향>과 같은 한국에서 만든 아동 잡지들이 흥했던 시절이다. 이런 잡지들은 앞쪽에는 기사를 실었고 뒤쪽에는 만화를 싣거나 별책 부록으로 만화를 끼어넣기도 했고, 여름철에는 주로 세계 7대 수수께끼, 일본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가 제작한 동서양 요괴들의 그림과 설명을 넣은 섬칫한 부록을 선물해 주었다. 매일 밤 이불 속에서 이런 부록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직도 등 뒤에 상어입이 달려있던 청년을 그린 그림이 떠오른다. 그 청년은 평범한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티셔츠를 벗으면 등 뒤에 상어입이 있어서 그 입으로 사람을 해친다는 이야기였다.


어린 아이가 읽기엔 잔인했지만, 밤마다 흥미진진한 호러 스토리에 푹 빠져 지냈고 다음날 학교에 가서 자랑스럽게 “내가 무서운 얘기 해줄까?”로 밤새 읽은 무서운 이야기를 전했고 반 아이들 모두가 “꺄”하고 소리를 칠 때 나는 속으로 몹시 즐거워했다. 상어입 청년은 ‘후타구치 온나(두입 여자)’에서 파생된 요괴일까? 후타구치 온나는 머리통에 입이 하나 더 달려 있다는 설정으로 몰래 숨어서만 밥을 먹는 ‘먹지 않는 아내’라는 전설 속의 주인공이다.


세계 7대 수수께끼도 무시무시했다.

먼저 버뮤다 삼각지대이다. 지금처럼 해외여행이 쉽지 않았던 80년대, 나는 지구본을 가져다 놓고 버뮤다 삼각지대가 어디에 있는가를 확인했다. 그 당시 어린이 잡지 부록에 끼어온 세계 7대 불가사의는 소설풍으로 A기장이 비행기를 몰고 가던 도중,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사라지기까지의 스토리를 생생하게 적어두었다.


미국 플로리다와 푸에르토리코, 버뮤다를 잇는 이 삼각지대에서는 1925년 4월 18일 일본의 화물선 ‘라이 후쿠마루’가 파나마 운하를 지나 뉴욕으로 가는 도중 바하마 주변 해역에서 침몰했다. 캐나다 해군 등이 구조에 나섰지만 생존자도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1945년 12월 5일, 미국 로더데일 공군 기지에서 해군 폭격기 5대가 비행훈련에 나섰는데 폭격기와 승무원이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1973년 노르웨이 화물선 아니타호가 선원 32명과 함께 종적을 감췄다.


이 ‘마의 삼각지대’라 불리는 ‘버뮤다 삼각지대’에서는 선박과 항공기 등이 실제로 사라지는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고 한다. 일본 화물선 ‘라이 후쿠마루’의 경우엔 배가 뒤집힌 후 열 명이 넘는 승무원이 선체에 꼭 달라붙어 구조를 요청했지만 구조가 재빨리 이뤄지지 않는 데에는 백인 승무원이 없었기 때문이란 기사가 날 정도로, 동양의 배에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배는 바다 저 편으로 사라졌고 승무원은 구조되지 못했다.


아틀란티스는 어디에 있을까? 과연 있었을까? 또한 흥미진진한 스토리였다. 과거에 분명히 문명을 가진 아름다운 도시 국가가 있었을 것이다라는 추정에서 비롯한 아틀란티스 전설은, 그리스의 어느 섬에서 번성했던 문명이다 등등 다양한 설이 있었고 그 다양한 설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모르는 다른 세상을 본 것 같아 왜인지 가슴이 뿌듯했다.


각 잡지마다 세계 7대 미스터리, 세계 7대 불가사의, 세계 7대 수수께끼 등으로 매년 여름마다 등장한 스토리들인데, 그 7대는 잡지마다 조금씩 선정의 차이가 나기도 했다.


지구 최후의 공룡 네스호의 네시는 또 얼마나 궁금한가. 네시는 네스호에 사는 공룡처럼 생긴 동물인데, 아마도 지구 최후의 공룡으로 보이지만 여간해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네시를 한 번 보는 것은 우주인과 조우하는 것과 비슷한 확률로 밖에 일어나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치만 어쩌면 우주인을 만날 지도 모르고, 우주인에게 납치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시절, 어쩌면 네시를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스코틀랜드 네스호에 진을 치고 앉아 네시를 기다렸다. 나는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누군가가 네시의 정체를 사진을 찍어 밝혀주기를 밤낮으로 기다렸다.


그런데 이 네시가 가짜였다는 것이다. 아니 흑백이고 흐릿하지만 사진도 있는데요?


네시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에 BBC는 네스호를 600여 차례 음파 탐지했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40년 이상 네시를 연구해온 영국 해양 생물학자 아드리안 샤인 박사도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네시의 존재는 가짜로 드러났다.


빅풋으로 불리던 발이 크고 온몸이 흰 털로 뒤덮여 있으며 산 깊은 곳에 산다는 몸집이 큰 유인원 사스콰치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 시절, 이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우리는 아직 가보지 못한 세상에 대해 꿈꿨다.

두렵지만 흥미롭고 재미나고 아무도 모르는 무언가가 거기 있으리라는 것, 그게 우리에겐 막연한 미래를 얘기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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