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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Jun 18. 2016

하루키의 요리를 먹다/술과 책의 공간

도쿄최신카페 02|모리노 도쇼시츠

도쿄, 오모테산도 힐즈에는 작은 카페와 음식점들이 있다.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그냥 지나치기에 아까운.


시부야의 회원제 카페 <모리노 도쇼시츠>=숲의 도서관은 책과 술과 요리가 있는 공간이다. 책 속의 요리들을 재현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책 속의 메뉴를 재현한 요리와 더불어, 누구나가 아는 요리를 무슨무슨 소설에 나온 요리가 이것이라며 제시해준 것이다. 똑같은 홍차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홍차라면 의미있어지지 않는가. 그런 컨셉으로 다양한 음식과 책을 연결시켰다. 도서관과는 달리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이 <모리노 도쇼시츠> 2호점이 오모테산도 힐즈에 문을 열었다. 회원제가 아니어서 여행객도 이용할 수 있다.

하루키 소설 속의 샐러리와 소고기 조림



도서관처럼 보인다. 수많은 책이 특별한 분류없이 여기저기 꽂혀있다. 마치 친구네 집 서재에 온 기분이다. 이것저것 꺼내서 한 권 테이블로 들고온다.


셀프 서비스다. 음료와 음식을 카운터에 가서 시키면, 점원이 가져다 주는 시스템이다. 메뉴에는 그 음식에 관련된 책을 소개한다. 양이 적지만 맛도 괜찮다. 술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카시스 소다는 <빨강머리 앤>에서 발췌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나온 셀러리 소고기 조림도 맛볼 수 있다. 한국어 판에는 셀러리 소고기 찜이라고 번역했는데, 오역이다. 煮物(니모노)는 조림을 뜻한다. 소고기와 쌉싸름한 셀러리가 식욕을 돋군다.


지하라서인지 손님이 적었다. 혼자 가서 책을 읽고 간단하게 요기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나홀로 여행객이라면 책 한 권, 맥주 한 잔, 책 속의 요리의 조화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소파 석이 없어서 편하게 몸을 누일 공간은 없다. 책, 술, 요리. 좌석이 침대였으면 더없이 쾌적했을 텐데.


점원이 혼자라 혼자 카운터를 보고 주문을 받고 요리도 만들어야 해서 요리가 나오는데 30분은 걸렸다. 여러번 미안하다고 했고 주차권을 서비스 받았다.


다행히도 책이 있어서 아이들은 책을 보고 놀았다. 책이 있단 의미에서 아이가 있는 가족단위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일본의 레스토랑이라면 어디나 있는 키즈 메뉴가 없다.


맛 3.2점(3점이 평균이라면 그보다는 낫다. 양은 적고 토핑도 별로인데 맛은 있다. 요리 잘하는 할머니의 가정요리 같애), 분위기 3.2점(좋은데 약간 부족. 나홀로라면 4.2점), 엔터테이먼트성 5점, 점원의 태도 5점, 음식 나오는데 걸린 시간 1점, 혼자 글쓰고 책읽는 사람에겐 5점 만점일 게 분명한 가게.


아이들도 좋아하는 책을 꺼내와 놀기에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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