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는 내년에 나올 한국어 교재 수정을 한다.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11시 반부터 10분간 신성원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일본의 지진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출근한다. 출근하다 보니, 메일이 엄청나게 들어와 있고 오늘 나는 10개 회사로부터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아무렇지 않다. 그게 뭐라고.
몹시 피곤하다.
집에 와서 영문 이력서를 작성하고, 포트폴리오를 보내달라기에 내가 지금까지 쓴 글이 너무 많아 일부만 정리해서 보낸다. 한 재단은 나에게 왜 이 시기에 전직을 하느냐고 묻는다. 한국어 강사로서 이미 어느 정도 길을 갈고 닦았을 텐데 왜냐고.
그렇게 물으니 대답은 더욱 심플해졌다. 나는 가르치는 일이 좋고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 좋다.
평생이라고 하고 싶다. 그런데 지위가 불안정하고 시급은 많지만 수업이 없으면 좀 어렵다.
나 혼자야 먹고 살겠는데 아이들을 잘 키우려니 학원도 보내야 하고 하더라.
일이 싫어서가 아니라 돈 때문에, 안정 떄문에라고 해도 되야겠다.
그러면 그냥 내가 한국어 학원도 하나 차려서, 토픽 시험 전용 수업만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일단 연말에 토픽 시험 전용 온라인 수업을 열어보고자 한다.
대체 어떻게 써야 토픽 고급에 합격할 수 있을까
부디 내 수업을 들어라. 내가 최소 10점은 올려줄 수 있다.
실제로 내 수업을 듣고 토픽에 합격했다는 학생들이 오늘 나를 찾아왔고
자신들이 한국어로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 내 덕분이라고 했다.
선전을 열심히 해서 어떻게는 이 길을 걸어가고 싶다.
전직을 위해 서류를 보내달라는 회사들을 다 처리하고 보니 벌써 이 시간이다.
후우. 피곤하다.
잠들기 전에 메일을 열었더니!
아니 글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의 잡지사 편집위원 분에게서 메일이 와 있다.
칼럼을 써달라고 한다.
거 봐, 내가 나 글 잘 쓴다고 했잖아.
내가 글 쓰는 거 알고 이렇게 해주는 사람들, 정말 너무나 고맙고
내가 대학시절부터 애독하던 잡지에 글을 쓸 수 있다니 너무나 반갑다.
지금 내 계획은 부디 모 고급 시계 관련 회사에 가게 되어서, 주 몇 회만 출근하고,
주 2회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라디오도 나오는 겸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그냥 통번역 파견사원이 되어 시급 1800-2000엔을 받으면서 통번역도 하고
학생들도 가르치고, 하는 게 나에게 더 잘 맞을 것 같다.
사무직을 잘해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기에.
나는 답답한 게 싫으니까 말이다.
내가 강사를 이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건 가르친다는 건 실로 버라이어티한 라이브라는 것이다.
날씨가 달라지듯 학생들도 달라지고, 나도 달라지고 시대도 바뀐다.
교육 현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년 이맘때 나는 뭘하고 있을까.
일단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복권이 당첨되면 절반은 뚝 기부하고 나머지로 강사하면서 글 쓰고 조금더 자유롭고 여유롭게 살고 싶다.
내년에는 반백의 실크로드 여행이란 걸로, 친구와 함께 아줌마들의 여행 다큐를 만들어 보고 싶다.
역시 나답게 살고 싶고, 지금 가장 나답게 살고 있다로 자꾸 결론이 나려고 한다.
나는 글을 쓰고 가르치고, 가르칠 장소를 더 늘리는 게 지금 내가 할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이게 이 전직 생활의 마지막 얘기가 될까.
일단 응모한 곳에서 어떤 답이 오는지 들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