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없어서?
지난해 나는 관동대지진으로 살해된 조선인 추도식에 참석했다가 나이가 비슷한 여성과 친구가 되었고 어제 같이 점심을 먹었다.
그녀에게 나의 현재를 설명하다가 나온 말이 "운이 없어서"였다.
나는 운이 없어서, 대학원에서 대중문화를 전공하고도 한국문화원 같은 곳에 취직을 못한 걸까. 갑작스럽게 서러움이 몰려왔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넘겼다.
다른 번역가들은 의뢰가 쇄도하는데 나만 일이 없어서 지금 번역에서 손을 놓고 있는 것일까.
나는 왜 써야할 원고를 다 쓰지 못해서 이렇게 방황하고 있는 것일까.
정말이지 내 안의 모든 것이 다 올라온 말이 "운이 없어서"였다.
그 분은 재취업이 된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했다.
내가 이 나이까지 강사와 번역과 작가로 버텨오면서 마지막에 갈 길이 내가 원하지 않는 회사라면 이건 코미디로 해석해야 할까, 아니면 비극이라 생각해야 할까.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현실은 이렇게나 나에게 운따위는 가져다 주지 않는구나.
바닥에는 끝이 없구나.
나는 심해의 동굴로 점점 떨어져 내려간다.
바닥은 끝이 없다.
부모도 없고, 친척도 없고, 인맥도 없다.
나는 도쿄의 미운오리새끼처럼 혼자 바닥을 긴다. 강물 위를 둥둥 떠다니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오리면 오리답게 살고자 했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삶이 나에게 4대보험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나를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긍정적인 남편은, 지금 어떻게 다 하고 있으니 나중에 괜찮을 거라 말한다.
나는 그런 말을 하나도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왜 늘 염세적일까. 딱히 뭘 좋아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진심으로 모든 게 바닥이다.
글을 써야한다. 내가 그것조차 잃으면 나는 이 생에서 버티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팟캐스트를 시작하려고 한다.
한국의 현대사, 드라마 얘기, 세계사 같은 걸 풀어놓으려고 한다.
노트랑 팟캐스트랑 유튜브가 잘 물려서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