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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Jun 22. 2016

나답게 살고자 가난을 택한 일본인, 다카무라 도모야

理想한 사람들_일본 편, <작은집을 권하다>의 작가

-이 기사는 레이디경향 2012년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내집마련은 누구나 꾸는 꿈이다. 그런 내집을 자신의 손으로 지은 청년이 있다. 약 30평의 토지를 마련한 뒤 건축 자재를 구입해 손수 집을 지었다. 집이라고 하기엔 좀 멋쩍다. 땅값까지 합쳐 1백만 엔으로 지은 집이다. 텃밭에는 오이, 우엉 등을 키우고 있다. 결코 번지르르하지 않은 움막을 짓고 유유자적하는 일본인 청년, 다카무라 도모야. 누리꾼들 사이에서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인 그를 만나보았다.


집을 사려면 얼마나 있어야 할까? 1억, 5억, 10억원? 물론 가진 돈이 얼마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도쿄 얘길 하자면 중심부에 방 세 개쯤 되는 집을 사려면 5천만 엔은 있어야 한다. 회사원의 평균 연봉은 4백12만 엔(2010년 일본 국세청 조사), 족히 12년은 '숨만 쉬고' 모아야 간신히 집 한 채가 생긴다는 계산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은행에서 수천만 엔의 돈을 빌려 내집을 마련한다. 그리고 무려 35년 이상 빚을 갚아나간다.                                                                        


집, 도대체 집이 무엇이기에?

더위와 추위를 막아주고 잠자리를 제공하며 나만의 공간을 마련해주면 되는 게 아닐까?

파워 블로거 다카무라 도모야는 땅값까지 포함해 1백만 엔으로 집을 마련했다. 땅을 사고 집을 짓는 과정을 인터넷에 소개했으며 그 발자취를 「B라이프」란 책에 담아냈다. 혼자만을 위한 최소한의 편의와 도구가 마련된 공간에서 자고 싶을 때 자고, 책을 읽고 싶을 때 읽고, 시간이 나면 텃밭을 가꾸는 생활. 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그의 블로그엔 이런 생활을 부러워하는 독자들로 가득하다.


도쿄 인근에 1백만 엔으로 내집마련

"제가 옷이 없어서요. 체육복을 입고 나가도 놀라지 마세요."취재 전, 그가 보내온 마지막 메일의 내용이다. 취재 12년, 이런 메일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덧붙이자면 얼굴을 모르는 대상을 만나는 것도 처음이다. '체육복'이란 단어도 고교를 졸업한 지 10년 이상 지난 필자에겐 왠지 생소하게 느껴졌다. 과연 어떤 사람일까? 정말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지? 과연 취재에 적절한 인물일까? 웬걸! 인터뷰를 시작하고 5분, 그런 걱정이 부질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레이디경향(이하 LADY)

현재 직업은요?


다카무라 도모야(이하 다카무라)

게이오 대학원에서 과학철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지금 박사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LADY 명문 대학인데, 취업을 할 생각은 없나요?

다카무라 전혀 없어요.


LADY 정말 1백만 엔으로 집을 지었나요? 어떤 집인가요?

다카무라 도쿄는 땅값이 비싸서 도쿄 부근의 야마나시에서 땅 30평을 68만 엔에 구입했어요. 그리고 나머지 돈으로 집을 짓기 시작했지요. 건축 재료비는 약 10만 엔이 들었죠. 공구 구입비 2만 엔, 가구 구입비 3만 엔이 들었고요. 땅값까지 다 합쳐도 1백만 엔이 안 들었어요.


LADY 집 구조는 어떤가요?

다카무라 1층에 부엌 겸 거실이 있고, 로프트(다락)가 있어서 잠은 거기서 자요.


LADY 전에 집을 짓는 아르바이트를 했다던가 하는 경험이 있나요?

다카무라 전혀요. 이번에 제 손으로 집을 지으면서 택지건물취급주임자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처음에는 구입한 땅에 텐트를 치고 집을 지어갔어요. 망치, 톱, 줄자, 드라이버 이렇게 간단한 공구만으로 집을 짓기 시작했지요. 목재 등 건축 재료비로 10만 엔 정도 들었어요. 완성까지 2주일 걸렸고, 집 자체의 면적은 10㎡(약 3평)예요.  

                                                                      

1 휴대용 가스버너가 자리한 부엌. 2 플라스틱 상자로 손수 만든 우편함. 3 아래층이 거실 겸 부엌. 위에 보이는 로프트가 침실. 4 퇴비 시스템을 겸비한 재래식 화장실. 5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 걱정 끝!


LADY 집에 전기와 수도, 가스는 들어오나요?

다카무라 전기는 태양광 발전기를 돌리고 있어요. 그렇게 얻은 전기로 컴퓨터도, 전등도 사용하고 있지요. 냉장고는 전기를 많이 먹어서 잘 안 써요. 수도 대신 주변의 강을 이용하는 편이에요. 목욕은 목욕탕을 이용하고요. 또 가스레인지를 쓰지 않고 휴대용 버너를 이용합니다.


LADY 냉장고가 없으면 불편하지 않나요?

다카무라 편견이에요. 실은 냉장을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식품이 많아요. 쌀과 같은 곡식과 된장, 간장, 소금 등 조미료, 채소들도 끄떡없지요. 고기만은 냉장이 필요해요.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으니 고기는 사온 그날 모두 먹어요. 고기는 매일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LADY 화장실은 있어요?

다카무라 수세식은 아니에요. 거름이 될 수 있도록 낙엽을 넣은 퇴비 시설인 콘포스트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흙과 낙엽을 넣어 만드는 매우 간단한 방식이에요.


LADY 참, 파워 블로거이신데, 인터넷은요?

다카무라 물론 인터넷 선을 깔았죠. 산속이지만 인터넷이 들어와요. 한 달에 5천 엔 정도 들어요.


'B라이프'란, 베이식 라이프? 뷰티풀 라이프?

LADY 집 지은 경험과 그 후의 생활을 담은 「B라이프」란 책을 냈는데, 여기서 B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다카무라 일본어의 가난하다는 의미의 '빈보(貧乏)'의 B, 뷰티풀(Beautiful)의 B, 무엇보다 베이식(Basic)의 B가 제일 가까워요. 가장 기초적인 기능을 갖춘 집에서 자신만의 생활을 하자는 거예요.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으면 사람은 자유로워져요. 그 자유를 만끽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생활을 하는 거지요. 자고 싶을 때 자고, 책을 읽고 싶을 때 읽을 수 있는, 그런 작지만 커다란 자유요.


LADY 도쿄대를 졸업했고 현재는 게이오 대학원생인데, 왜 이런 생활을 선택했나요?

다카무라 정신적인 어려움으로 잠시 노숙 생활을 했었어요. 노숙하는 곳으로 공무원들이 찾아와서 노숙을 하면 안 된다고 여러 번 주의를 주더라고요. 이런 귀찮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마음에서 저축해두었던 돈을 들고 땅을 사러 나섰어요.


LADY 취업을 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다카무라 단 한 번도 취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없었어요. 회사의 전사가 되기보다 제 삶을 살고 싶어요


LADY 보통의 일상은 어떤가요?

다카무라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밭을 가꾸고, 낮에는 주로 책을 읽어요. 논문을 쓰기 위한 철학 서적을 주로 읽지요.


LADY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다카무라 학문적인 제 배경을 살린 제대로 된 책을 쓰고 싶어요.


노숙을 하던 시절, 그는 종이 상자로 된, 굳이 비용을 말하자면 1백 엔짜리 상자 집에서 살았다. 종이 상자 위를 신문으로 덮으면 겨울엔 따뜻했다. 주변의 공중화장실,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어서 약간의 불편함만 참으면 노숙도 할 만했다. 그렇지만 그의 종이 상자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노숙을 하지 말라고 하는 공무원들, 같은 처지의 노숙자들, 노숙자를 업신여기는 사람들. 비록 노숙자의 신분일지라도 '내집'인데, 불청객의 잇따른 방문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고 한다. 집이 없고 직업이 없어 노숙밖에 못할 처지일지언정 좀 더 편한 장소를 찾고 싶었다. 그는 저축한 돈으로 야마나시에 땅을 사고 남은 돈으로 집을 지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그대로 담은 그의 블로그는 이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희망'을 보여주었다. 돈이 많아야 집을 구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집을 짓고 살 수 있는 본보기가 된 것이다. '당신처럼 살고 싶은데 용기가 없다.' 블로그 독자들은 대부분 그렇게 얘기한다. 반면 유명 대학의 학생이라 득을 보고 있다며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있다.                                                                        

1 다카무라의 안식처. 자연 속에 폭 파묻혀 있다.

2 다카무라가 직접 기른 채소를 이용해 근사하게 차려낸 식단.


다카무라의 등장은 비정규직 고용 비율이 무려 35%(2011년 총무성 노동력 조사)까지 치솟은 일본 사회에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의미한다. 비정규 고용에 매달리기보다 작은 집이라도 짓고 나만의 생활을 즐기라고 그는 암묵의 손짓을 해 보이고 있다. 실제로 다카무라의 블로그를 본 한 독자가 그의 집 근처에 비슷한 집을 짓고 생활하고 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20대 비정규직이 40%가 넘은 일본에서 제3, 제4의 다카무라가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무소유의 자유

LADY 지금 생활하면서 불편한 건 없나요?

다카무라 필요한 건 다 있어요. 산속에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럴 때 필요한 건, 비바람과 적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벽과 천장이 있는 공간, 그리고 물, 식량이에요. 저에게 꼭 맞게 지은 집이 있고, 또 일본의 풍부하고 깨끗한 수자원도 있고요. 게다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저렴한 식품도 얼마든지 있어요. 하루만 열심히 일해도 한 달은 먹고살 수 있어요.


LADY 풍요로운 환경이지요.

다카무라 예, 제가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는 건 일본의 경제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에요.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절약을 하면 충분히 생활할 수 있어요. 한 달에 2만 엔이면 식비, 가솔린비, 등유비도 해결하고 건강보험비도 내면서 살 수 있어요.


LADY 참, 생활비는 어디서 충당하나요?

다카무라 제 블로그의 광고비와 대학생들의 논문이나 리포트를 교정해주고 받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한 달에 3, 4만 엔쯤 수입이 들어와요. 매달 저축할 정도예요. 돈이 쌓여간답니다(웃음).


LADY 서른인데, 결혼을 할 생각은 없어요?

다카무라 결혼하고 싶어요.


LADY 그럼 결혼을 해서도 지금 집에서 살 건가요?

다카무라 집이 좁아서 아무래도 힘들 거예요. 증축을 하든가 해야지. 아직은 모르겠어요. 때가 되면 생각해봐야죠.


LADY 모든 사람이 다카무라씨처럼 사는 게 당신의 이상인가요?

다카무라 아뇨(웃음). 저처럼 사는 사람이 늘면 이 사회가 지탱될 수 없어요. 나라는 세금으로 운영되니까요. 저는 저소득자니까 제 노동량을 줄이는 대신 불필요한 물질적 사치를 포기하자는 취지예요. 한 가지만 알아두셨으면 좋겠어요. 사회에는 저를 포함해서 능력 혹은 성격상 혹은 사상적으로 일반인들처럼 회사에 다니면서 생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아르바이트나 부업으로 1백만 엔은 모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자신만의 집을 짓고, 일을 아주 조금씩만 하면서도 생활할 수 있어요. 노숙자가 되기 전에 자신을 지킬 방법을 제가 몸소 제안한 거예요.


시계조차 없는 방, 문틈으로 스며든 햇빛을 보고 아침을 맞이한다. 새벽 5시일 때도 있고, 이미 해가 중천에 뜬 시간일 때도 있다. 삼각김밥과 녹차 한 잔으로 여유 있게 하루를 시작한다. 붐비는 전철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다. 다시 잠을 잘 수도 있고, 공터에 씨를 뿌릴 수도 있고, 오토바이로 동네 한 바퀴를 돌아도 상관없다. 다카무라의 인터넷 필명은 네타로(잠태랑)이다. 워낙 잠이 많아 붙인 이름이다. 다카무라의 말을 인용하면, 그는 지금 평생 잠을 자도 좋을 자유를 손에 넣은 것이다. 그를 깨울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고독하지도 않다. 가끔 오토바이로 대여섯 시간 걸리는 도쿄에 가서 대학원에 얼굴을 내밀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옷도 몇 벌 갖추지 않았고, 컴퓨터와 간단한 식기 외엔 소유한 것이 없다. 대신 그는 무한한 자유를 얻었다.


"어쩌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슬로 라이프가 된 거에요. 태양광을 돌리고 물도 거의 안 쓰니까 '친환경 인생'이란 말도 자주 들어요. 제가 원해서 된 게 아니라 사치스러운 것, 불필요한 것을 버리다 보니 저절로 이렇게 된 거죠."


8월 말에는 다카무라의 두 번째 저서 「스몰 하우스 3평으로 얻는 행복」이 발간된다. 세 평짜리 집에 사는 전 세계 사람들을 취재한 책이다. 그는 자본주의에 염증을 느끼거나 현실에 경각심을 유발하고자 이런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도 그렇고, 값싸게 살 수 있는 식품, 의복도 그렇다. 이미 바꿀 수 없는 이 사회의 기본 구조에 대항하기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의 말대로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런 구조가 있어야만 1백만 엔으로 집을 짓고, 월 2만 엔으로 가계를 충당하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취업을 못하는 건 무능한 정부 탓이다. 자본주의가 문제다….' 다카무라는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적 발상을 무조건 버리자는 구시대적 혁명은 그에겐 통하지 않는다. 다카무라의 생활은 그야말로 B라이프, 신종 세대가 만든, 이 시대에 살아남는 법이다. 직장이 없어도, 학벌이 비교적 낮다 해도, 성격에 문제가 있어도 자본주의를 역으로 이용하면 살아남는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




거품경제 붕괴 후 일본 젊은이들은 직장 문제로 울상이다. 게다가 고이즈미 전 총리가 도입한 파견제도며, 미국식 경쟁제도는 수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해냈다. 정규직보다 급여가 낮을 뿐만 아니라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를 불안과 함께 비정규직은 각종 복리 후생제도의 혜택 또한 받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취업 문은 좁아지고, 여기에 목을 매는 젊은이들은 늘어가고 있다. '안정된 생활'에 대한 열망만큼이나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삶은 고되다. 그러나 다카무라는 경쟁만이 살 길이 아니라고 몸소 보여주고 있다. 가뭄에 난 콩처럼 반질반질한 빛나는 청년이었다.                    


다카무라의 한 달 생활비 내역

식비1만엔

가솔린비2백엔(오토바이 주행거리 약 100km)

휴대용5백엔(일주일에 한 통)

등유비0~1천5백 엔

전기 및 수도요금0엔

휴대전화요금1천엔

인터넷 이용요금5천엔

목욕탕비1천엔(4, 5회 이용금액)

잡비, 소모품비1천엔

연금0엔(전액 면제)

소득세, 시민세0엔

건강보험1천5백엔

고정재산세0엔

= 총 약 2만 엔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김민정(「레이디경향」 일본 통신원) ■사진 제공 / 다카무라 도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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