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대사 #11 국가에 버려진 남자들과 단 한명의 여자
<가즈코, 아나타한 섬으로 원정 취업을 가다>
아나타한 섬은, 사이판에서 북쪽으로 117킬로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섬이다. 2차대전 당시, 아나타한은 일본의 통치를 받고 있었고, 일본 회사가 야자수를 키웠다. 원주민이 50여명, 일본인으로는 농장을 감독하는 소장 부부가 살고 있었다. 오키나와 출신의 가즈코는 14살에 오사카 방직 공장의 여공이 되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1938년 사이판으로 건너갔다. 아마 그 시절에도 해외취업에 약간의 기대를 하지 않았을까.
사이판에 건너간 가즈코는, 한 일본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고, 아나타한 섬의 야자수 농장에서 살게 된다. 전쟁의 불길이 번지자 가즈코의 남편은 누나를 찾아 다른 섬으로 잠시 떠났고, 소장 부부는 아나타한 섬에 더 큰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아내와 아이를 사이판으로 보내게 된다. 아나타한 섬에는 원주민과 소장, 그리고 가즈코만 남게 된 것이다. 1944년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 태평양섬에서 극심해지면서, 아나타한 섬이 미군의 폭격을 받게 되었고, 근처를 오가던 일본의 식량보급선이 침몰 당해, 일본군과 선원 총 32명이 아나타한 섬까지 헤엄을 쳐 도착했다.
<가즈코를 둘러싼 싸움>
군인과 선원들은 농장의 소장과 가즈코를 부부로 오인하고, 섬에서 공동생활을 시작한다. 돼지와 닭은 석달마에 먹어 치웠고, 야자와 바나나만으로는 부족해, 낚시를 하고, 도마뱀과 쥐를 잡아 먹고 사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옷이 떨어지면 바나나 잎으로 가리고 생활해야 했다. 가즈코와 소장이 부부가 아닌 것을 눈치채자, 가즈코를 향한 약탈이 시작된다.
추락한 미군기에서 총을 발견한 남자가 가즈코와 관계를 맺게 되면서 서로 죽이고 죽이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하여 1944년 32명이던 남자는 1950년에는 19명까지 줄었다. 일설에 의하면 가즈코와의 관계 때문에 사망한 사람은 3명이고 나머지는 기아와 가혹한 환경으로 인한 죽음이었다고 한다.
남자들은 가즈코를 차지하기 위해, 결국 그녀와 성관계를 가지지 위해 싸우고 죽이는 생활을 6년간 하며 살았는데, 결국에는 가즈코가 문제라면서 가즈코를 죽이기로 합의한다. 그날 밤, 한 남자가 가즈코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 덕분에 가즈코는 혼자 정글에 숨어 지내다가, 미군의 배를 발견하고 구조를 요청한다. 가즈코는 이 섬에 다른 일본인이 살고 있다고 알렸고, 삐라와 확성기를 통해, 2차 대전이 끝났다고 알렸지만, 이 섬의 남자들은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섬에 남게 된다.
<여왕벌의 탄생>
1950년 가즈코는 전쟁이 끝난 일본땅을 밟았다. 아무도 그들에게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전쟁에서 패했다고 전해주지 않았고, 그들은 전쟁이 끝나고도 계속해서 아나타한 섬의 정글을 헤매고 싸우고 죽이는 생활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패전을 믿지 않던 남자들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난 1951년에서야 귀국한다. 당시 이 사건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카즈코 본인 주연으로 '아나타한'이란 연극이 제작되어 1952년부터 2년간 전국에서 상연되었다.
언론은 가즈코를 '아나타한의 여왕' '여왕벌' 이라 부르며, 비난, 조롱했다. 그녀는 육체를 무기로 남성을 유혹하고 죽음으로 몬 장본인이 되어 있었다. 요즘 같았으면 '아나타한녀' '섬녀' 등으로 불리웠을 것이 분명하다. 그녀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섹스 심벌로 만들어졌고, 악녀로 불리웠고, 패륜이ㅡ 상징이었다.
카즈코는 연극이 끝난 후 오키나와에 <카페 아나타한>을 열었지만, 잇달은 보도로 인해 조용히 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도쿄에 올라와 스트립퍼로 생활하다 다시 오키나와로 가서 34살에 재혼, 49세의 나이에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아나타한 섬에서 그녀는 모든 남성들의 성적 착취의 유일한 대상이었다. 그녀와의 정사를 위해 남자들은 먹이를 바쳤을 것이고, 그러다가 서로 죽이게 되었고, 끝으로는 그녀의 존재를 부정하고, 없애기로 한다. 섬에서 돌아온 그녀에게 패전 후의 일본 사회도 녹록하지 않았다. 섬에서 돌아온 그녀는 연극을 통해 착취되었고, 언론의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섬에서 수많은 남자들에 둘러싸여 살아남기 위해 그녀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성을 제공하는 것이 유일하지 않았을까.
오키나와에서 태어나, 원정 취업을 위해 간 사이판에서 남자들 사이에서 홀로 서바이벌 해야할 신세가 되리라고 그녀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아마 사이판은 조금 다르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여공보다 조금 나은 생활을 꿈꾸었을 것이다. 그녀가 제대로 된 사회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았으면, 그녀는 아마 교섭의 여왕, 영업의 귀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나타나의 여왕, 또는 여왕벌. 어찌 되었든 그녀는 아직도 그렇게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