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호 조수(간호조무사)가 되기까지
이력서를 보내고 며칠 뒤 병원에서 전화연락이 왔다.
면접을 보고 싶은데 언제 시간이 되냐고 물었다.
'언제 어디로 오세요'가 아니라, 내 스케줄을 배려해 준 부분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
면접 시간을 종이에 받아 적은 후 혹시나 잘못 들었을까 봐 다시 한번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우와~ 병원 면접이라니!'
알바를 구할 때 면접을 본 적이 있지만 이런 정식 면접은 처음이었다.
예상 질문을 몇 개 뽑아서 답안을 작성해 보았다.
문맥에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없는지 남편에게 봐달라고 했다.
답안을 읽히는 게 부끄러웠지만 면접 합격이 더 중요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면접일이 되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정장을 입고 면접 장소로 향했다.
우리나라는 회색, 남색 등의 유색 정장을 입기도 하는데 일본에서는 검정 정장을 입는 것이 좋다.
면접을 위해 지켜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면접 시간이다.
일본은 면접 시간 5~1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타당한 이유 없이 늦는 건 말도 안 되고 면접 시간보다 너무 일찍 오는 것도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찍 도착했다면 밖에서 기다리다가 5~10분 전에 담당자에게 말을 걸면 된다.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도 마찬가지다.
면접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
건물밖에서 서성이다가 5분 전이 되어서 인사과의 문을 두드렸다.
면접을 보러 온 누구라고 말을 하니 담당 직원이 작은 방으로 안내해 줬다.
방안에는 의자 두 개가 양옆에 있었고 맞은편으로 의자 한 개가 놓여있었다.
앉아서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면접관 두 명이 들어왔다.
간호부장과 간호부부장(우리나라에서 간호차장의 직위)이었다.
계약직 간호조수를 뽑는데 간호부에서 제일 높은 두 분이 오셔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
이분들 앞에서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면접을 볼 생각을 하니 긴장감이 훅 솟구쳤다.
"はじめまして、私は イ◯◯と申します。 どうぞ宜しくおねがいします"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 OO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면접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한국인 간호사가 일본 병원에서 간호 조수로 일하고 싶다는 사실에 많은 흥미를 가졌다.
질문이 끊이질 않았고, 면접 시간만 1시간이 걸렸다.
내가 받은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 일본에 왜 왔어요?
- 일본어를 잘하네요. 얼마나 공부한 거예요?
- 일본 간호사 면허는 일본에 와서 딴 거예요? 혼자 공부했어요?
- 한국의 간호조수는 어떤 일을 해요?
- 한국에선 어느 부서에서 일했어요?
- 우리 병원은 어떻게 알았어요?
- 일본에서 살아보니 어때요? 뭐가 가장 다른가요?
- 일본은 혼자 온 건가요? 아니면 가족이 있나요?
준비했던 예상 질문과 거의 비슷해서 답변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면접 내내 일본어 억양과 발음에 신경을 쓰느라 그 점이 좀 힘들었다.
면접관이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길 바라며 가능한 천천히 똑바로 말했다.
면접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좋았다.
두 분은 내 일본어 실력을 계속 칭찬했고, 한국 간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신기해했다.
직감적으로 '합격'을 느꼈다.
그날 오후 전화가 왔다.
"면접에 합격했으니 언제부터 몇 시까지 출근하세요"
내가 정말로 일본 병원에서 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