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서 그런 겁니다~
공원을 걷던 중이었다.
동네에 있는 근린공원이고 야트막한 산과 함께 어우러진 곳이라 해가 지고 나면 꽤 많은 사람들이 운동 삼아 걷기를 하는 그런 공원이다. 공원 안으로도 꽤 긴 거리의 산책로가 비잉 둘러 있고 그 산책로 중간중간에 밖으로 이어지는 길들이 있다. 뒷산의 둘레길로도 연결이 되고 공원 외곽 도로와도 연결이 된다.
어느 날 공원의 외곽에 있는 가장 긴 코스의 길을 걷는데 인도 옆 좁은 도로로 차가 한 대 쓰윽 지나갔다. 낮에는 그래도 지나가는 차들이 좀 있기는 한데 밤 시간에는 차가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길이다. 그날따라 그렇게 차 한 대가 느리게 지나갔고 차가 사라진 그 도로 바닥에는 일방통행이라는 네 글자가 남아 있었다. 평소에는 보지 못한(있었는데 없었던) 그 글자가 그날따라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길이 좁아서 그럴 테지.
애초에 넓고 큰 길이었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그저 길이 좁아 양방향 통행이 불가능하니 일방통행이 되었겠지 싶었다. 원래 차가 다니기에는 마땅치 않은 길이었고 이 길을 통해 지나가야 할 만큼의 교통량이 있는 곳도 아니어서 좁을 길 하나 내어 놓고 일방통행으로 만들었겠지 싶었다. 어쩌면 원래는 사람들이 그냥 걸어 다니던 길인데 그나마 넓혀서 차가 다닐 수 있게 포장을 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무튼 어찌 된 이유에서 만들어졌는지와 상관없이 길이 좁아 그럴 테지 싶었다. 그러니 한쪽으로만 가고 반대쪽으로는 가지 못하는 길이 되었겠지.
'일방적'이라는 말이 있다.
흐름이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여러 상황에서 참 많이도 쓰게 되는 말이다. 특히 그 상황에 상급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그 일방적이라는 말은 더 자주 쓰이게 되고 더 나아가면 '갑질', 거기서 더 가면 '독재'라는 말과도 연결이 된다. 나의 말과 의견은 도저히 전달이 되지 않고(아니 더 정확히는 그쪽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겠지) 그저 자기 이야기만 하면서 그 말만 옳다고, 그대로 하라고 밀어붙이기만 할 때는 그 사람 자체가 미워지기도 한다.
마음이 좁아서 그럴 겁니다.
좁아서 그런 겁니다. 길이 좁아 일방통행이 되듯 마음이 좁아 사람이 그럴 겁니다. 그저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만 보고 그대로 직진할 뿐 자신에게 다가오는 풍경과 사람, 다가오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기 때문일 겁니다. 아니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이나 말에 혹여나 상처를 입을까 하는 내적 두려움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혹은 자신의 영역과 세계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해 불쾌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내적 자아가 약한 사람들은 그렇게 겉으로 강하게 표현하려 한다는 심리학 쪽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 마음이 좁아서 그런 것일 겁니다. 조금은 더 여유를 갖고 나 아닌 다른 세계와 마주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이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필요한 때입니다.
세상이 점점 정글의 시대로 바뀌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들을 눌러야만 내가 살아남는다는 식의 무한 경쟁 속에서 증오와 경멸, 그리고 막연한 불안이 세상을 채워가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그저 그들일 뿐이고 나는 나 그대로 나일 뿐일 텐데……. 마음이 좁아져서 그런 건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