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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바람 Oct 04. 2023

100

넘치지는 않게~

무언가 의미 있는 숫자이다.

100이라는 숫자는 어떠한 의미를 품은 듯한 느낌을 주는 숫자이다.

가득 찬 느낌, 완성된 느낌, 목표를 달성한 듯한 느낌을 물씬 주는 숫자이다.

그도 그럴 것이 100, 백이라는 말의 우리말은 "온"이고, 이 단어는 지금 '전부의, 또는 모두의'의 뜻을 품은 관형사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100은 무언가 의미 있는 숫자로 각인된다.


지난번에 올린 글이 100번째 글이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어느덧 2년 가까이 되고 있고 그 글들의 수가 이제 100이 된 것이다.  힘을 다해 썼던 글들이 100이라는 수에 이르자  마음을 다해 스스로를 칭찬하게 되고  세상을 얻은 듯한 기쁨을 느끼게 된다. 백일잔치를 해도 좋을 만큼이 기쁨이다. 마치 세상에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 우여곡절 끝에 100일이 지난 느낌, 그래서 이제는 충분히 축하를 받아도 될 만큼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글을 쓴다는 일, 창작하는 것의 고통을 모르는 바가 아님에도 속 깊은 곳에서 뿜어 오르는 욕구를 견디지 못해 이 작업을 시작했고, 중간중간 '이번 주는 도저히 안되겠는데…'하는 나태함과 불안감이 섞여 나를 덮쳐오는 바람에 흔들린 적이 수 차례였다. 그럼에도 그런 유혹을 끝내 버텨내다 보니 어느덧 100번째 글이 브런치에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100일 잔치도 했었나 보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 100일 잔치를 꽤나 크게 하곤 했었다. 근대 서양 의학이 들어오기 전까지 아기가 태어나 100일까지 무사히 자라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그때까지 건강히 버텨준 아기에 대한 감사함과 대견함을 담아 잔치를 열었던 것이다. 이제는 이 세상의 일원으로 무탈히 살아갈 준비가 되었고 자격을 갖추었음을 스스로 증명한 아이에 대한 축하의 의미이고, 앞으로도 무병장수하며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갈 아기의 세상살이에 대한 격려의 의미였다. 태어나고 여러 차례의 고비를 겪으면서도 꿋꿋이 자라온 아기에게 100점 만점에 100점의 점수를 주는 그런 자리였다.


허나 넘치지는 말아야지.

애석하게도 길고 긴 추석연휴를 마치자마자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중간고사 시험기간을 맞이하고 있다. 시험의 만점은 보통 100점이다. 애들이 아무리 기특해도 100점 만점 시험에 120점을 줄 수는 없다. 그런데 요즘 그 비슷한 말들을 심심치 않게 쓴다.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다는 말은 물론 좋은 칭찬이지만 120이라는 숫자는 아직도 20이라는 모자람을 채워야 할 것 같은 압박을 주기 쉽다. "네 능력의 120%를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봐!" 이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시험의 만점은 100점이고, 퍼센티지는 백분율이므로 100을 넘을 수는 없다. 세상이 얼마나 경쟁에 내몰리는 곳으로 바뀌어가고 있으면 지금은 100으로도 만족 못하는, 아니 만족해서는 안 되는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온 힘을 쥐어 짜내어 노력하면 겨우 도달할 수 있는 게 100%이고, 100점이다. 그런데 거기에 120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100은 온이다. 온은 전부이고 모두이다. 100으로도 충분하다. 넘치지는 말아야지!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을 다시 갖게 됩니다. 지난 100일간은 브런치 작가로서 꾸준히 창작 작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시험이었다면(그 시험에서 100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이제부터는 또 다른 차원의 시험이 시작되는 것이고 이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글쓰기에 대한 도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100 중에 이제 1을 시작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온 힘을 다해 꾸준히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애써보려 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고 좋아해 주신 독자님들과 많은 작가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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